다행스럽게도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을 철회했다. 정부는 오는 11월 24일부터 카페와 식당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할 계획이었으나, 어려운 소상공인들과 소비자들의 불편을 고려해 일회용품 관리 방안을 완화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계도기간은 무기한 연장하고, 종이컵 금지정책은 철회할 방침이다.
소비자와 소상공인의 불편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바꾼 것은 잘 한 일이다. 조금 불편하고, 비용이 더 들더라도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명확했다면 국민들이 기꺼이 감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기존의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경우 시장참여자 모두가 불편했지만, 결과적으로 환경도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면 재수정하는 것은 불가피했다.
특히, 종이빨대의 경우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매우 컸다. 조금만 사용해도 축축하게 젖고, 흐물거려서 여러 개를 사용해야 했으며, 음료의 맛을 변질시키기 일쑤였다.
일부 이용자들은 종이빨대에서 가정통신문 맛이 난다, 택배박스 맛이 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더욱 분통터지는 것은 종이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5.5배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결코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기회에 환경보호와는 무관한 환경규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보통 일회용품은 환경을 파괴시킨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회용품 대신 사용되는 머그컵, 텀블러, 에코백이 결코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 컵을 사용할 경우 당장 눈앞에 쓰레기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을 뿐, 머그컵을 세척하기 위해 사용되는 물과 세제 역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세제 사용으로 수질이 오염되고, 전기를 사용하는 식기세척기 역시 탄소배출을 증가시키고 에너지 낭비를 초래한다.
에코백과 텀블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면으로 된 에코백의 경우 비닐봉지와 비교할 때 131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으로 50회 이하로 사용하고 있다. 텀블러 역시 일회용 용기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어 환경오염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텀블러와 에코백을 세척하는 데도 환경오염은 수반된다.
게다가 머그컵과 같은 다회용품들은 위생문제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를 경험했고,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품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소비자들에게 환경오염을 위해 위생문제를 포기하라고 강요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환경보호 효과도 적은 규제정책을 소비자들에게 강요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거부감은 커져가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환경부의 규제철회는 경제적 부담을 해소하고 고객의 불만을 줄일 수 있어 환영하고 있다. 카페 자영업자들은 머그컵을 세척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했었다. 또 플라스틱 빨대보다 2~4배 이상 높은 가격의 종이 빨대가 주는 부담도 컸다. 게다가 위생적인 일회용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푸념도 감당해야 했다.
일부 언론의 환경정책에 대한 그릇된 시각은 문제다. 조선일보가 최근 사설에서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 철회를 두고 “아무리 선거용이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해석했다. 일회용품 규제를 해소한 것을 두고, 마치 과거 민주당이 선거용으로 돈을 뿌린 것과 마찬가지의 총선용 정책이라고 오해한 것이다.
언론마저도 과학적 근거 없이 환경보호를 일종의 미신처럼 당연히 하고 있어 이 분야의 소비자 피해가 이어져 왔던 것이다. 문제는 처음부터 일회용품 금지하는 규제 그 자체였지, 효과 없는 정책의 철회가 아니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바이다. 환경관련 규제들이 실제로 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면밀히 검토한 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품이 생산-소비-폐기 되는 일련의 과정을 고려해서, 소비자들의 후생도 높이고, 사업자들의 부담도 줄이면서 실제로 환경보호 효과도 있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플라스틱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쓰면서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 빠지는 잘못된 정책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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