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지금 수천명의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이슈다. 몇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 전세사기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는 시점은 작년 말부터다. 지금 확인되고 드러나는 전세사기의 문제점들은 이미 2년 전 계약했던 전세계약으로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 2년 전의 이후에 계약된 전세계약들은 올해 하반기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이 악몽 같은 비극이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기에 이 심각한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시작이다.
도대체 왜 그 전에는 없었던 전세사기의 문제가 이렇게 크게 발생하고 있을까.
전세사기의 직접적인 원흉은 임대차 3법이다. 2020년 7월 30일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의 도입이 주 내용인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이 국회에서 의결되었다. 이후 위 법률들은 31일 국무회의에서 개정안과 공포안이 바로 심의 의결되었고, 즉시 시행되었다.
이 중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문제였다. 기존 2년 보장의 임대차기간이 2년에 더해 임차인의 요구에 의해 2년 추가로 연장될 수 있다는 것을 강제화시킨 것이다. 이것은 주택임대차시장에 태풍을 몰고 왔다. 기존 임차인들은 2년을 추가로 거의 기존 보증금에 수준으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규 계약을 맺는 임차인이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맺을 때 임대인들은 4년 계약이 강제됨을 전제로 모두 보증금을 올려받기 시작했다.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한 정책이 도리어 신규 임대차의 임차가격을 한정 없이 올려버린 것이다. 보증금이 오를 때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서민들이다. 서민들은 어떻게든 월세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전세라도 잡기 위해 아우성 쳤고, 전세보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계약갱신청구권 2년 연장으로 신규 임대보증금 인상
그럼 부동산가격도 모두 같이 덩달아 올랐을까.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권 시기를 부동산 폭등 시기로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는 틀림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부동산이 동일하게 오르지는 않는다. 보통 국민들이 생각하는 궁극의 주거는 아파트다. 현재 살고 있는 주거가 원룸이든 빌라든 고시원이든 또는 다른 형태의 주거든, 모든 국민들은 마지막에는 아파트를 소유하고자 한다. 그래서 아파트는 생활 여건이 좋은 면에 더해 투자면에서도 가장 좋은 주거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아파트가 가장 많이 올랐다.
빌라도 아파트 못지 않게 많이 올랐을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 빌라는 도심 맞춤형 거주 형태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서 공용부분이 적지만 전용부분을 많이 활용하는 평면을 도입하여,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의 주거를 공급하고 있다. 신혼부부나 젊은 직장인에게 빌라는 직장과의 교통이 편리한 맞벌이를 위한 주거이자, 아파트에 가기 위해 거쳐가는 주거인 경우가 많다. 투자성 보다 실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주거다. 그러기에 보통 넓은 평수의 빌라보다는 국민주택 이하의 소형이 평면이 대부분이다. 결국 보증금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데, 빌라 가격은 그 만큼 오르지 않는 디커플링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피해자들은 빌라의 시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까.
부동산 대세 상승기에도 이미 전세보증금이 빌라의 시가에 육박하거나 초월할 가능성이 있었다. 혹자는 보증보험 등의 제도를 맹신했거나 허위의 보증보험이 이슈가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시가와 상관없이 허위 보증보험, 부실 보증보험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증금이 시가에 역전된 상태임을 잘 알고 있었다면, 어느 임차인도 보증보험만 믿고 피 같은 보증금의 안전이 위협되는 전세 계약을 쉽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세 사기 피해를 입은 상당수가 부동산 대세 상승의 착시를 일으키고 그 시세가 어떠한지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빌라의 시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부동산이 경매당하거나 매매되었을 때 매매가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보전받을 수 있는 보증금 최대치를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가를 예측하는 것은 미래의 일이라 쉽지 않다. 특히 빌라는 물건이 다양해서 쉽게 그 시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가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대표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KB부동산시세를 검색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KB부동산시세’를 치면 부동산시세검색사이트로 넘어 갈 수 있다. 또한 여기서 이 검색 화면에 맞는 지역과 물건의 조건을 입력하면 각종 최근 실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빌라의 경우 KB부동산시세가 뜨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동호수로 균질된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비슷한 유형의 매매사례가 많아 최근 실거래가가 잘 검색된다. 그러나 빌라는 이렇게 손쉽게 실거래가를 참고할 수 없기에 전세사기에 빌라가 동원된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부동산중개인에게 맡겨 전세사기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일부 부동산공인중개사들이 전세사기에 공모했다는 이야기가 들려 온다. 그러나 상당수 피해자는 인터넷부동산중개플랫폼을 활용했다. 부동산 시세를 파악하는 일은 전국구가 있을 수 없다. 해당 부동산 시세는 해당 지역에서 오랫동안 영업한 공인중개사가 제일 잘 안다. 특히 신뢰 문제 때문에 쉽게 사고를 내기 어렵다.
해당 지역을 잘 아는 임차인은 인터넷부동산중개플랫폼이 저렴한 수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직장 학교 근처로 옮겨가는 낯선 외지인에게는 지역에서 오래된 공인중개사가 더 안전하게 부동산거래를 하는 길이었다.
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세대가 소수의 사기범에게 당하게 된 것일까.
가장 대표적인 전세사기 피해지역이 인천 미추홀구다. 전세사기범 세 명이 무려 2969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대폭 인상된 종합부동산세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빌라는 전세나 월세로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노년에 본인 거주 아파트가 있으면서 빌라를 하나 또는 몇 채를 소유하고 전세 내지 월세 수익을 올리는 대상이다. 그런데 갑자기 종합부동산세가 인상되면서 다주택자 세금 폭탄이 터졌다. 빌라를 가지고 있던 소유주들이 모두 매도하거나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을 해버렸다.
그 매도 물량을 받은 것이 전세사기범들이었다. 한탕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사람들에게 종부세는 별문제가 아니었고, 전세보증금이 껴 있으니 매수하는 데 큰 금액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서민을 피눈물을 흘리는 토양을 만든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9일 국무회의에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이 전세사기의 토양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서, 반시장적인 정책들이 어떻게 예측불가한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지 똑똑히 직시해야 한다. 두 번 다시 지금과 같은 전세사기 대란이 재발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장의 문제점 분석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대책은 더 중요하다. 쉽지는 않겠지만 정부가 각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해결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원영섭 미래한국 편집위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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