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이전’ 산업은행, 민영화가 올바른 해답

최승노 / 2022-04-05 / 조회: 9,593       자유일보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것을 두고 논란이 있다. 대통령 인수위는 공약대로 부산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노조와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이 공기업이라서 본점을 어디에 둘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부의 의사결정에 따른다. 다만, 법률적으로 한국산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를 개정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다. 대통령 공약이라 하더라도 법 개정은 국회를 통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가 대통령 선거 공약을 무시할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정치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정치적 논리를 떠나 경제적 관점에서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산업은행의 역할을 검토해야 본점의 위치가 어디가 좋을 지를 판단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1954년 법을 통해 만들어졌다. 일반 금융회사가 아니라 정책금융이라는 특수목적을 위한 역할을 맡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정책금융이 주 임무였다.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우리 경제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인 정책금융이 계속 유효한 것이냐라는 의문이 큰 상태이다. 이미 기업경제는 분야별로 성장을 이룬 상태이고, 새로운 투자는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용이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부실기업의 지주회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개념으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그룹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들을 시장에서 빠르게 처리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만, 산업은행이 이들 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시되기도 한다.


산업은행이 왜 필요한지가 분명해야 그 역할에 부합하는 법적 지위가 정해질 수 있고, 그에 따라 본점의 위치도 정할 수 있다. 만약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이 약화된 상태에서 부실기업을 관리하는 모회사 역할을 하거나 일반 금융기업처럼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주된 역할이라고 한다면, 그 기능에 따라 법적 지위도 바꿀 필요가 있다.


관치금융의 시대가 끝났다고 한다. 만약 관치금융이 사라진 것이라면 산업은행의 특수성 또한 존재 이유가 없다. 산업은행이 일반 은행과 다를 까닭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특수법인의 법적 지위를 일반 금융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민영화라고 불러도 좋고, 주식회사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불러도 좋다.


산업은행은 일반 은행처럼 예금, 대출, 카드, 펀드, 보험, 연금 등 수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실질적인 금융기업인 셈이다. 일반 금융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만약 산업은행을 일반 은행처럼 금융기업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본사 이전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다. 해당 은행의 책임 하에 주주들이 본점의 위치를 정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해당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고려해서 주주들은 최적의 위치에 본점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가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는 것으로 결정한 것이나, 이를 반대하는 논리는 모두 산업은행을 특수법인 상태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이는 산업은행의 시대적 역할이 변화고 있음을 고려하지 않는 소치이다.


산업은행은 변화해야 할 때가 되었다. 수출입을 지원하기 위해 마는 수출입은행도 마찬가지이지만, 지금은 정부가 금융을 배분하는 정책금융의 시대가 아니다. 이들 은행은 이제 국책은행으로서 존재할 것이 아니라 민간은행으로 그 위상이 바뀔 때가 되었다. 민간은행의 하나로 재탄생하여도 지금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산업은행을 어느 지역에 배치할 지에 대한 정치논리에 논의의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이 바뀌고 있음을 인지하여 그에 부합하도록 법을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 경제가 작동하는 시대이다. 국책은행도 그런 경제 원칙에 맞추어 기여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시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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