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유감

최승노 / 2022-01-18 / 조회: 9,801       자유일보

국회 본회의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법안이 지난 11일 통과되면서 기업의 우려가 현실화됐다. 정치권이 노동이사제 민간 확대를 내세운 만큼 향후 민간 기업에도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 친노조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한 노동이사제가 기업 혁신과 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형국이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에게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법으로 강제한다. 노조의 정치적 투쟁 방식과 비협력 노사관계를 고려할 경우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은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노조만을 위한 입법에 나선 것은 유감이다.


반기업적 입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는 크다. 노조가 노조의 특권만을 추구하다 보면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기업 모두 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조에 특권을 부여한 범위가 공공기관에 그칠 것이라서 폐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잘못된 분석이다. 공공기관 또한 기업의 운영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이 중요하다. 경영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그만큼 세금증가와 함께 국민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재계에서는 노동이사제가 이미 위축된 기업 경영을 위협하고,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노동이사제가 현 정부의 공약에 힘입어 민간 기업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노조가 기업 경영에 개입하게 되면 의사결정이 그만큼 정치화되고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다. 노동이사제는 이사회를 정치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킬 것이다.


기업의 핵심 역량은 신속하고 전략적인 의사 결정으로부터 비롯된다. 노조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의사결정과정은 복잡해지고 느려지기 마련이다. 노조가 기업경영의 발목을 잡는데 성공하게 되면 기업경영은 그야말로 무력화된다. 주도권을 잡은 노조가 기업의 성과보다 노조의 특권을 우선시 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만큼 근로자와 투자자의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에게 손해이며 소비자와 국민에게도 큰 손실이다.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노조의 경영개입에 대한 민감도가 크며 노동이사제의 시행에 따라 투자를 기피할 가능성 또한 높다. 개방된 투자환경에서 우리 기업에게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투자 위축은 고용 위축, 기업 성과 저해 등 연속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또한 우리 기업이 노동이사제를 회피하기 위해 해외 법인을 설립해 우리 자본이 해외로 흘러나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법으로 강제하는 노동이사제의 도입은 경영지배구조를 악화시킬 뿐이다. 독일에서도 노동이사제는 외면받고 있다.


독일 기업계도 구시대적인 제도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대착오적 방식으로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를 퇴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노조와 정부는 독일이 실행하고 있다는 점을 도입의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한국과 독일의 노사 형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더구나 독일이 채택하고 있는 것은 노동이사 방식도 아니다. 세계의 선진화된 노사 협력 방식에서 벗어나 노조의 특권을 강화하는 우를 범한 것이다.


독일은 산업별로 노조가 조직되어 있기 때문에 단체 교섭은 산별노조와 사용자 단체 간에 진행된다. 즉 노조가 기업 내부에는 조직되어 있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이 아닌 기업별로 노조를 조직하기 때문에 개별 기업 경영진과 노조 간의 단체 교섭이 이루어진다. 한국의 노사 갈등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동이사제는 노사 화합과 균형을 무너뜨리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부작용만을 일으킬 것이다.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노동이사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 환경 개선을 외면한 제도의 도입으로 불필요한 경영 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의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가 노조의 특권만을 추구하는 대변자가 아닌, 노동자와 경영자 그리고 국민의 이익을 고려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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