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위` 세종시가 곱지않은 이유

최승노 / 2021-12-27 / 조회: 10,405       브릿지경제

행정도시인 세종시가 평균 연봉 1위 도시 자리를 확고히 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가 2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서울, 3위는 울산이었다. 기업도시로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차지했던 울산은 이제 3위로 추락한 상태이다.


울산은 지난 2018년 직장인 1인 평균 연봉이 4310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1위 자리를 유지했었다. 2019년 세종이 4388만원으로 처음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울산은 4351만원에 그쳤다. 2020년 세종이 4515만원으로 높아지면서 4337만원을 기록한 울산을 크게 앞서게 된 것이다.


기업도시 울산을 밀어내고 행정도시 세종이 1위 도시로 올라선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기업이 활력을 잃고 공무원 사회가 번성하는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 공직자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헌신하던 분들의 이야기는 훈훈하다. 국민을 위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면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은 넘쳤다. 특히 경제성장 신화를 이끈 전설 속의 공무원들에게 국민은 존경을 표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재익 같은 이가 나온 것은 역사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공무원 사회가 앞장서서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가고자 했던 점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 경제로 올라서는 기틀이 되었다. 아직도 '명령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을 비교해 봐도 이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성실하고 우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상황을 보면, 그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리 기업들이 활력을 잃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의 시간이 지났다. 1980년 후반 공정거래법에 대기업 규제가 만들어지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성장세는 꺾였다.


기업 투자를 격려하던 문화는 사라지고, 기업하는 이들을 범죄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법들이 무수히 만들어 졌다. 혁신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은 움츠려 들었고, 주어진 것을 나누고 편한 삶을 얻으려는 경쟁은 치열해졌다.


공무원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민간에 비해 특권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존민비의 풍조가 다시 확산되면서 '공무원 우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공무원과 민간인이 계층적으로 나뉘는 폐해를 우려할 정도이다. 법만 지키면 된다는 의식이 관료주의를 심화시키고 있고, 그렇게 관료 사회는 부처의 권한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쟁에 빠졌다.


세종시는 거대한 전시관처럼 화려함을 갖췄다. 멋진 스카이라인, 쾌적한 환경, 신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빠진 것이 있다. 우리 사회에 다시 활력을 넣겠다는 진취성과 상업성이다.


세종시가 24시간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도시의 기능이 갖춰질 때, 우리 사회는 다시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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