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유니콘 기업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을 결정했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다. 2010년 8월, 자본금 30억 원의 소셜커머스 업체로 시작한 쿠팡이 10년 만에 한국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장 싼 제품을 총알처럼 배송해 준다는 ‘유통’의 정의를 새롭게 쓴 쿠팡이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쓸지 기대해볼 일이다.
쿠팡이 한국이 아닌 미국 시장에 상장한 이유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차등의결권 문제다. 차등의결권은 기업의 창업자가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을 보통주보다 더 많이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험을 줄여 안정적으로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국내 증시에서는 차등의결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대기업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좌지우지 하거나, 세습과정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스타트업들의 경우 투자를 받을 때마다 창업자의 지분 비중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 규모는 커질 수 있지만, 상장 전 경영권을 빼앗기는 경우도 생겨난다. 하지만 미국에서 상장에 성공한다면 쿠팡의 김범석 의장은 2%의 지분만으로도 29배인 58%의 지분행사가 가능해져 경영권 방어가 수월해진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들도 쿠팡이 미국행을 택한 주요 원인으로 제기되고 있다.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보장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는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가 높은 편이다. 그간 쿠팡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자기자본 20% 기준을 달성치 못해 경영개선 조치를 받는 등 규제를 받아왔다. 쿠팡캐시로 지급하는 ‘로켓머니’ 마케팅이 불법 유사수신행위로 간주되면서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최근 도입된 규제3법, 과한 노동규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각종 기업에 부담을 주는 반기업 법안들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쿠팡은 기업의 가치, 혁신의 가치를 이해하는 시장을 찾아 떠나갔다. 한국보다 상장 요건이 까다롭고 비용도 만만치 않음에도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은 자유로운 기업환경이 필요한 탓이다. 어떤 기업이나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고, 규제를 덜 적용받으며, 자본투자가 용이한 시장을 원하기 마련이다.
현지 언론들 사이에선 쿠팡의 기업가치가 55조원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유통 1위 기업 이마트의 현재 가치가 5조2000억원 정도이니 미국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전 세계 자금이 몰리는 뉴욕에서 한국 유니콘 기업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니 뿌듯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든다.
만약 쿠팡이 국내 주식에 상장했다면, 국내 투자자들에게 좋은 투자처를 제공하고, 근로자들에게는 일자리를, 국가재정에는 법인세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쿠팡의 뒤를 잇는 유니콘 기업들은 국내 투자자들에게 공모주 도전의 기쁨을 안겨주길 바래본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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