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 혈안 외국, 기업 옥죄는 법 혈안 한국

김영훈 / 2020-08-13 / 조회: 14,097       매일산업

전속고발권 폐지 고소·고발 남발 기업활동 족쇄

각종 규제법안 필요성과 효과, 부작용 치밀한 검토 부족


세계 각국은 기업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감세와 규제 완화라는 당근은 물론 자국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노골적인 압박도 서슴치 않는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치열한 기업 유치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정부 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될 계획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 폐기된 법안과 사실상 동일한 법안이지만, 21대 국회 통과 가능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이다.


범 여당의 180석은 개헌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회에서 원하는 모든 법을 통과시 킬 수 있는 의석수이다. 더욱이 '부동산 3법’의 국회 통과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법안의 부작용을 아랑곳하지 않고 속전속결로 법안이 통과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계열사 간의 거래를 통한 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를 막겠다는 것이 명분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이 현행 총수 일가 보유 지분 '30% 이상’에서 '20% 이상’인 회사로 확대된다. 또한,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자회사까지도 규제대상에 포함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낮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주주의결권 제한, 순환출자규제, 과도한 상속세 등으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외국과 달리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수단이 전무한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의 공격에 시달릴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내부거래는 비판대상이 될 수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하는 것은 주어진 환경에 적응한 결과다.


기업이 시설관리, 시스템 구축(SI, System Integration)·물류 등을 내부거래를 통하는 이유는 업무 효율성 증대, 보안성 확보등의 이유 때문이다. 회사가 필요한 부품을 사업부에서 생산하는 것과 계열사를 통해 구입하는 것을 다르게 볼 수는 없다. 선진국과 달리 정부정책이나 제도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기업이 이를 줄이기 위해 내부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은 위험을 줄이는 방법의 하나이다. 무엇보다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는 한국만의 특수한 제도로서, 직접적으로 유사한 해외 사례를 찾기 어려운 규제이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의 폐지가 신중히 검토되어야 하는 이유는 공정거래법 관련 범죄는 형사 범죄와 달리 행위 자체가 아닌 그 행위가 시장에 미치는 경쟁 제한 효과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사안에 따라 과징금·시정조치 등 행정조치가 필요한지 검찰 고발 등 형사처벌이 필요한지를 일차적으로 결정한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경쟁법 위반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폭넓게 가능한 나라이다. 전속고발권 폐지로 고소·고발이 남발될 경우 기업활동에 그만큼 족쇄가 될 수밖에 없다.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공정위가 중복수사를 하고,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검찰의 경우 기업 수사 시 압수수색을 활용한 정보로 '별건수사’를 해온 전례도 적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국회는 원하는 법을 만들어내는 공장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각종 규제법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규제의 필요성과 효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치밀한 검토가 부족하다. 소득주도성장-탈원전등 과속질주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의 결과를 우리는 이미 목도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입법이 미치는 파장과 시장의 충격을 고려한 책임감 있는 국회가 필요하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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