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도 노조가입? 미국 자동차산업 망한 길 따라가나

송헌재 / 2020-07-23 / 조회: 14,154       매일산업

크라이슬러·GM 파산...1960년대부터 파업으로 얻어낸 복지가 원인

ILO 협약 비준→인건비 상승→가격상승→소비자 외면→구조조정 악순환


한 때 미국은 자동차 산업의 최강국이었다. 링컨, 캐딜락 등의 미국산 자동차가 최고급 승용차의 대명사로 여겨진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미국에서 크라이슬러와 GM이 2009년 4월 30일과 6월 1일에 각각 파산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크라이슬러와 GM의 파산은 방만한 경영이 그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노동조합의 역할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는 점에 별 이견이 없다. 이들은 퇴직자와 그 가족의 건강보험료까지 전액 지원했다. 30년 이상 근속한 퇴직자와 그 가족에게는 의료보험뿐 아니라 연금도 제공했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자동차 빅3로 불리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회사의 노동조합이 빈번한 파업으로 얻어낸 성과이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인 1970년대까지는 노동조합이 노동자의 복지를 향상시킨 성공사례로 여겨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일본의 품질 좋고 저렴한 자동차가 미국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결국 퇴직자들에게까지 돌아간 이러한 과도한 혜택은 고스란히 자동차의 생산비용 상승에 반영됐고, 미국산 자동차는 시장에서 높은 가격 때문에 자국의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해 마침내 파산에 이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달 7일 국무회의를 개최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안 3건을 심의 의결했다. 아직 비준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지만 거대 여당의 탄생으로 이번 21대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ILO 핵심협약의 핵심조항은 실업자와 해고자도 기업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데 있다. 이미 기업과의 고용계약이 해지된 근로자가 해당 기업의 노동조합에 가입하게 되면 더 이상 기업의 인사권에 구해 받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의 임금인상과 복지혜택 향상을 강경하게 주장하며 사용자와의 대립을 주도할 것이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해당 기업에서 전혀 근무한 경험이 없지만 사회운동 경험이 있는 실업자가 그 기업의 노동조합에 가입해 사용자와의 협상을 주도한다면 기업의 고유문화와 경영 상황을 고려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협상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노조원의 금전적 보상은 결국 기존 노조원의 회비로 충당되는 만큼 근로자의 임금인상에 가장 큰 유인을 가진 이들의 이해관계가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통과되면 기업의 인건비 상승이 제품의 가격인상으로 전가되어 제품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게 되고, 결국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경험한 것처럼 기업의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이 나타날 것이 앞으로 예상되는 안타까운 시나리오다.  


노동조합이 노동자들의 협상력을 강화하여 임금과 근로조건을 향상시킴으로써 이들의 직무만족도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순기능을 창출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권한 강화가 앞서 설명한 미국의 자동차 산업의 사례처럼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더욱이 현재의 상황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 국면임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노동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할 때가 아니다.


노동조합원들도 가정에서는 가성비 좋은 저렴한 제품을 사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는 소비자임을 기억한다면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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