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개원했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입을 모아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지난 20대 국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선거법을 둘러싸고 보였던 구태 정치의 모습을 탈피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사실 국회에서 최종 처리된 법률안의 개수로 보자면 20대 국회가 8904건으로, ‘일을 가장 많이 한 국회’다. 민간과 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무엇이든 법으로 재단하려는 집착의 산물이다. 양(量)이 아닌 질(質)로 승부하는 입법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장친화적 입법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국회’인 셈이다.
한국이 당면한 경제적 위기가 순전히 코로나19 탓이라는 안이한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팬데믹의 충격으로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추락하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부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인해 이미 극심히 약해져 있었다.
취업자 증가 수가 수개월 동안 10만 명을 밑돌면서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의 고용난에 놓여있다. 실질성장률과 잠재성장률의 차가 계속 확대해왔고, 실물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금융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이 현실을 직시해야만 적절한 정책 처방을 통해 경제 침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민간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금성 복지’가 아니라 대대적인 ‘규제 혁파’가 절실하다. 한국은 유례가 없는 갈라파고스 규제국가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이 한국으로 온다면 절반이 불법이라는 아산나눔재단의 <스타트업코리아>리포트의 결과가 한국의 규제 정책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OECD가 발표하는 상품시장규제 지수를 보아도 한국은 1.69로 조사대상 34개 회원국 중 5위다. 하지만 20대 국회는 규제 완화는 커녕 2019년 한 해 동안만 1200개의 규제 법안을 발의하는 기록을 세웠다. 여야의 합작으로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켜 공유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은 것이 일례다.
21대 국회는 달라야 한다. 경제의 곳곳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하지 못하고 경제 회복의 동력을 찾기 힘들 것이다. 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일일이 나열하는 포지티브 규제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없는 지’를 규정하고 그 외의 것은 허용하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년간 답보 상태에 있던 공장 입지규제 등의 수도권 규제 완화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사태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산업과 디지털(비대면) 산업에서의 규제는 우선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찰나의 만족감만을 줄 ‘소비 쿠폰’이 아니라 장기적인 번영을 약속하는 ‘미래지향적 경제정책’이다. 시장의 도처에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혁파하고 파격적으로 세금을 인하하는 용기있는 입법이 필요하다. 실적을 쌓기 위해 어설픈 법안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하나라도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는, 그런 국회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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