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론, 전문경영인 체제 도덕적 해이 경고
삼바, 주주경영 좋은 사례 ... 신약개발로 기업가치 급상승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활동은 반헌법적이다. 헌법 126조는 “'긴요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정당한 근거 법령도 없이 자의적인 사법적 압력으로 탄생했다. 그러한 집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등 삼성에 기업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5월 6일 이재용 부회장은 '4세 경영은 없다’고 밝혔다. 이른바 '족벌 경영’을 악마화해 온 집권 정치권과 시민단체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들 집단은 전문경영인 제도가 가족경영보다 절대적으로 우수하며, 가족경영을 이어가는 것은 곧 '폐습에 대한 고집’이라는 도그마를 퍼 나른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같은 도그마로 자신의 소유도 아닌 민간 기업의 경영을 재단하고 좌지우지하려는 태도다.
사실 오너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 체제는 모두 긍정성이 있다.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기에 경영환경에 따라 자신의 기업 상황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이를 어느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며 강요할 일이 아니다.
전문경영인 체제가 그토록 우월하다면 민간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것을 도입했을 것이다. 외국인이든 누군가가 생산성이 더 높다면 그를 고용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게 바로 기업이다. 하지만 한국은 왜 전문경영인 체제가 미국 같은 국가에 비해 보편화되지 않았을까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바로 한국이 전문경영 체제를 위한 제도적 환경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그 역할을 나누어 작동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이론은 전문경영 체제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경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기업들은 주식소유의 분산으로 지배주주가 없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강화해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이해집단들이 전문 경영이 좋고 배당을 많이 해야 주가가 오른다는 미신을 만들어냈다. 정치권은 주주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도덕적 해이를 키우는 법률을 만들었다. 더 나가서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사기업의 경영에 대해 명시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주주의 경영권을 흔들어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오너 없이 국민기업으로 불리는 대기업을 보라. 그들은 대부분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소비자의 이익을 외면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없어지고 전문 경영인이 경영하는 기업들은 탐욕스런 권력과 그 권력과 유착된 세력들의 먹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수많은 오너 경영 기업들에 의해 주도됐다. 주주 경영의 장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과감한 투자와 적극적인 시장 개발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위탁 개발·생산 계약으로 빠른 시간 안에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이고 매출을 증대시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투자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신약 개발로 기업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이번 코로나 19 사태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서 코로나 19 치료제 생산 계약을 따냈다.
전문 경영인 체제가 도덕적 해이를 양산해 기업 발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문 경영인의 인기영합적 경영이 기업의 부실을 부르고 경쟁력을 와해시킨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부도를 냈던 기아자동차였다. 당시 전문경영인 김선홍 회장은 기업의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고 과거의 번영에 의존하며 부실을 키운바 있다.
우리나라의 발전을 원한다면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은 종식돼야 한다.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정치권력의 압력이 기업의 운영방식을 좌지우지한다면 기업은 성공할 수 없다. 기업들은 위험을 감수하고 성장 동력을 찾아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미래 지향적 판단이 필요하다. 법치가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진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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