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칼럼]
생산자는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외부비용 반영할 수밖에 없어
강 상류에 있는 염색약 공장과 강 하류에 있는 맥주 공장에 대한 이야기는 외부 불경제를 다루는 고전적 예시다. 염색약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 물질이 강으로 흘러들면, 강물로 맥주를 만드는 맥주 공장에 비용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염색약 공장은 이런 비용을 맥주 공장에 지불하지 않는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일으키고도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게 되는 것을 ‘외부 불경제’라고 한다. 외부 불경제가 존재하는 재화의 생산량은 외부 불경제를 고려한 사회적 최적 생산량을 초과하게 된다. 생산자가 다른 사회 성원들에게 발생시키는 외부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주류경제학에서 시장거래로 외부 불경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강에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코스의 정리에 따르면, 강의 소유권을 누구에게 주든지, 금전적 협상에 의해 사회적 최적 생산량이 달성된다. 그러나 협상에 따르는 거래 비용이 존재하고, 소유권과 협상력이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 소득분배가 달라지기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게 주류경제학의 결론이다. 배출량 직접 규제 또는 환경세 징수 등 경제학 교과서는 여러 정책들을 제시한다.
위의 예시에서 간과되는 것은 각 재화의 수요가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위와 같은 2재화 2생산자 모형에서라면 당연이 염색약의 수요자는 맥주 생산자가 되고, 맥주의 수요자는 염색약 생산자가 되는 게 합리적 가정이다. 그렇다면 오염 물질의 배출로 인해 발생한 맥주 생산자의 비용은 염색약에 대한 수요에 반영될 것이다. 결국 염색약 생산자는 필연적으로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맥주 생산자에게 야기하는 비용을 반영하게 된다.
수요자가 제3자라 해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다. 맥주 생산자는 오염 물질의 배출로 인한 비용을 자신의 비용에 반영할 것이다. 따라서 맥주 시장에서 제3자는 높은 맥주 가격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염색약에 대한 수요를 줄일 것이기에, 또 다시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염색약 생산자는 자신이 야기하는 외부 비용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논의를 피해갈 유일한 가정은 염색약 수요자와 맥주 수요자가 완전히 분리돼 있다는 가정이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하는 것은 병따개가 없이 통조림만 갖고 무인도에 갇힌 경제학자가 ‘일단 병따개가 있다고 가정’하는 것만큼이나 비현실적이고 무책임한 작업이다. 또한 이 경우에도 염색약 수요자와 맥주 수요자 사이에 거래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위와 같은 논리가 성립한다. 맥주 수요자가 직면하는 높은 가격이, 염색약 수요자가 생산하는 재화에 대한 수요를 줄여, 염색약 수요자의 소득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염색약 수요는 감소하게 되고, 염색약 수요자는 이윤 극대화 과정에서 외부 비용을 반영하게 된다.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외부 불경제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된다. 어떤 거래 관계든 맥주 생산자는 자신이 야기하는 비용을 간접적으로 지불하게 되는데, 이는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외부 불경제의 정의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비용은 ‘명시적 비용’이 아닌, ‘기회비용’이라는 주관적인 비효용 개념이기에, 맥주 생산자가 오염으로 인한 비용을 모두 반영하지 않는다는 반론은 성립하지 않는다. 비용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이 맥주 생산자에게는 비용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박진우 자유기업원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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