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과 이후 달라진 것들

곽은경 / 2020-03-23 / 조회: 18,791       데일리안

유통분야 등 규제로 인한 국민 불편 커져

노동유연성 등 환경 맞춤 제도 개선 요구돼


필자가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약속한 시간을 4시간이나 넘겨 도착했다. 평소 같으면 퇴근 시간 즈음 물품이 도착해서 신선한 재료들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 밤 11시 반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것이다. 한 밤중에 땀을 뻘뻘 흘리며 도착한 배달원은 가뜩 코로나 19 때문에 배달이 많은데, 강제휴무 다음날이라 주문량이 평소의 10배가 넘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거듭 사과를 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생활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온 국민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격리 상태를 유지하다 보니 온라인 쇼핑, 배달을 통해 생필품과 식재료를 구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은 재택근무를 확대했고, 대학의 오프라인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고 있다. 병원도 한시적이지만 원격진료를 시작했다. 대구의 법정에서는 원격영상재판이 등장하기도 했다.


생활방식이 변화하자 우리사회에 불편함을 주는 제도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생활과 직결된 유통분야의 규제들이 특히 두드러진다. 대형마트가 밤 10시면 문을 닫고, 일요일에는 강제휴무를 하다 보니 기다림과 불편함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다. 드론이 배달 서비스에 활용됐다면 감염 우려도 없고, 배달비용도 저렴해졌을 텐데 각종 규제에 막혀 제대로 된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경직된 노동정책의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마스크, 손소독제와 같이 보건·위생용품들이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는데, 공장들은 높은 최저임금에 52시간 근로시간을 준수하느라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늘릴 수 없게 됐다. 정부가 부랴부랴 마스크 공장에 한해 규제를 완화해줬으나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감을 잠재울 수 없었다. 기업들은 이미 최저임금제와 52시간제에 맞춰 설비와 인력을 조정해 놓았기 때문에 수요 폭증에 재빨리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이 수시로 변화해나가는 시장 환경에 적절히 맞출 수 있도록 노동유연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해진 것이다. 경기침체로 경영위기에 몰린 자영업자의 대출 신청이 늘어나고 있는데 서류심사 속도가 이들의 급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은행 직원들의 52시간 근무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에게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할 수 없듯, 임금과 근로시간을 법으로 획일화 시키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춰 결정할 수 있어야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그 외도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제도개선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19로 인해 한시적으로 병원의 원격진료를 허용 했다. 집에서 전화로 진료를 받고, 처방전이 약국으로 전달되면 약사와 협의를 통해 택배로 약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원격진료를 경험한 환자들은 이렇게 편한 제도를 정부가 왜 막고 있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위생과 관련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부가 감염우려 때문에 매장 내 1회용컵 사용 규제를 완화했다. 1회용 컵은 다회용 컵에 비해 깨끗하고 위생적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니더라도 위생은 건강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므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다시 높아졌다.


코로나 19를 경험하면서 우리경제에는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당장은 그 변화들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시장참여자들은 변화의 과정에서 무엇이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지, 어떤 방법이 더 효율적인지 찾아가는 기회를 갖게 된다. 그 과정에서 획일화된 제도가 변화를 가로막지 않도록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코로나 19를 극복하면서 우리경제가 또 한걸음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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