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환경보호의 조건

곽은경 / 2020-02-27 / 조회: 16,228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


지구와 에너지_2020 Spring_제2호_곽은경.pdf


모래폭풍과 병충해가 계속되어 지구는 식물 재배가 불가능한 황무지로 변한다. 밀과 옥수수조차 자라지 않는 땅에서 지구인들은 식량부족으로 생존을 위협받게 되고, 주인공은 식량난으로부터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난다.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그리고 있는 인류의 미래 모습이다.


영화 <설국열차>와 <매드맥스> 역시 기후변화로 식량과 연료가 부족하고,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영화에서는 인류의 종말을 막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가 제시된다. 영화 <월E>에서처럼 식물이 뿌리를 내리지 않고,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지구 대신 새로운 별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같이 산아제한법을 통해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 영화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만든 가상의 이야기지만 인류가 지구의 환경과 미래에 대해 어떠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지 잘 반영하고 있다. 과연 인류는 인구증가와 기후변화로 종말을 맞게 될까?


신성한 것은 없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자연에 대한 공포심을 갖고 살아왔다. 가뭄, 지진, 번개 등의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부족했던 우리 조상들은 막연히 자연을 두려워하고 숭배했다. 비가 내리는 것이 하늘의 뜻이라고 믿었다. 비가 오지 않거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면 왕이나 지도자가 덕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왕들은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빌어야 했다.


왕의 주요 역할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단군왕검이라는 말에서 단군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종교 지배자를 의미하고, 왕검은 정치 지도자를 뜻한다. 이러한 의식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졌다. 세종대왕은 반년 간 이어진 가뭄에 자신의 부덕을 자책하며 하늘에 단비를 내려달라 청했고 사흘 만에 비가 내려 백성들이 성군이라 칭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환경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심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인류는 더 이상 가뭄과 번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지구의 환경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과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는 환경지상주의자들이 미래에 대한 공포 시나리오를 확산시키고 있다.


환경주의자들은 환경오염으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자원이 고갈되어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2006년 ‘불편한 진실’을 통해 20년 후면 지구온난화로 빙하와 만년설이 녹아 상하이, 인도, 뉴욕 등 대도시가 물에 잠길 것이며, 네덜란드는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보다 앞선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 보고서는 인구폭발과 자원고갈로 인류가 100년 안에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인류는 자연의 관리자


공포 시나리오 속의 범인은 바로 인간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10억 명에 불과했던 인구가 76억 명으로 불어났고, 이 늘어난 인구가 석유와 같은 지하자원을 고갈시키고, 공장을 돌리고 자동차를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늘려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연 인류는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존재일까?


19세기 뉴욕에서는 말똥으로 도시가 곧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당시 말과 마차가 주요 교통수단이었는데, 말이 하루에 똥을 10kg 이상씩 배설했기 때문에 뉴욕의 거리에는 말똥이 넘쳐났다. 온 도시는 악취로 가득했고, 말똥에서 나오는 가스가 대기를 오염시켰다. 말똥문제 때문에 국제회의까지 열렸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고 한다. 모두의 우려와는 달리 종말은 도래하지 않았다. 인류가 발명한 자동차가 말똥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때문에 지구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맬서스의 예측도 빗나갔다. 맬서스는 식량 증산속도와 인구증가 속도를 비교해 본 결과 인류가 머지 않아 식량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땅이 제한되어 있어 노동력을 더 많이 투입한다고 해서 식량 생산이 무한정 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맬서스의 추측과는 달리 더 많은 인구는 더 많은 혁신을 이끌어 냈고, 농업기술을 진보시켜 식량난을 극복했다. 이처럼 인류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존재가 아니라 환경을 활용하고, 더 나은 가치를 생산해 내는 존재로 자리매김 해왔다.


그 외에도 인류의 미래에 대한 많은 부정적인 전망들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마클럽이 40여 년 전에 자원의 고갈을 경고했지만, 우리는 아직까지 석유가 고갈됐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셰일가스가 등장하면서 오히려 석유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또한 식량이 부족해 인류가 멸종한다는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 세계의 빈곤율은 인류 역사상 가장 낮다. 게다가 엘 고어가 경고했던 것과는 달리 네덜란드가 지도에서 사라졌다거나 섬나라가 되었다는 뉴스도 접하지 못했다.


즉, 인류는 환경을 파괴해온 것이 아니라 더 살기 좋게 관리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창조해왔다. 자연을 그대로 방치하는 대신 인간에게 우호적인 상태로 개발했다. 자연 상태인 철광석을 가공해 선철과 강철로 만들고, 선철로 철판이나 못을 만들고, 강철로는 자동차와 배를 만들었다. 철광석이라는 자연의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지구 역사상 어느 때보다 풍요롭고 깨끗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환경을 신성시하는 환경지상주의 경계해야


환경지상주의자들은 자연을 오염시키지 말고 가만히 모셔두자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환경자원을 아끼고 보호해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다만 환경을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해 이를 활용하고, 그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인간의 행위를 부정하는 환경지상주의적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자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개발하는 것은 환경보호와 무관하지 않다. 지율스님과 환경단체가 2003년 KTX 터널 때문에 습지가 파괴되고 도롱뇽의 서식지가 사라진다며 공사를 반대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도롱뇽 서식지가 파괴되지 않을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지만, 환경보호라는 명목 하에 수차례 공사가 중단되었다. 지율스님의 우려와는 달리 2010년 터널이 개통된 후 도롱뇽 개체 수는 오히려 증가했으며, 습지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더 늘어났다. 환경지상주의적 정치공세는 KTX 개통을 6개월이나 지연시키는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다.


진정으로 환경을 보호하기를 원한다면 미래에 대한 투자와 경제발전을 주장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현재 인류의 삶의 질과 지구의 환경이 과거보다 나아졌다면 그것은 환경을 걱정하고 자원고갈을 경고했던 환경주의자들 덕분이 아니었다. 경제를 발전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며 과학을 발전시켰던 인류의 노력 덕택이었다. 지구의 종말을 주장했던 맬서스가 식량난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더 낳은 종자를 개발하고 농기계를 고안해 낸 과학기술의 쾌거였다. 기후변화나 자원고갈과 같은 환경문제도 과학기술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도 환경을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다. 경제가 발전한 사회일수록 환경에 대한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절에 죽음의 강으로 불렸던 템즈강도 지금은 유람선이 다니고 물고기가 사는 아름다운 강으로 변모했다. 전염병뿐 아니라 매연, 스모그도 사라졌다. 인도의 갠지스 강이 깨끗한지 독일의 라인강이 깨끗한지 비교해 보아도 답이 나온다.


좋은 의도만으로 환경을 보호할 수 없어


환경보호 정책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을 신성불가침한 영역으로 취급하다 보니 환경보호를 위한 정책도 신성한 존재로 취급 받는다. 제도를 시행했을 때의 결과나 사회적 피해에 대한 고려보다는 ‘환경보호’라는 의도만 부각된다. 이러한 정책은 많은 경우 ‘불편함’을 동반하며,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환경을 보호했다고 뿌듯해 한다. 그러나 이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환경을 보호했는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의도가 좋다고 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결과를 이끌어 낸다는 보장은 없다. 대표적인 예가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오해다. 흔히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것은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어 낸다는 이유로 죄악시 된다. 2019년 환경부는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내부에서 일회용컵을 금지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일회용컵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은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초래할 뿐 아니라 위생을 위협한다. 누구나 세척이 제대로 되지 않은 컵에서 립스틱 자국을 발견한 경험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사용한 컵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빨대로 커피를 마시는 경우도 생겨났다. 중간에 매장을 나가야 하는 경우 일회용컵으로 바꾸는 낭비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매번 개인 텀블러를 들고 다니자니 번거롭다.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자 측에서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다회용 머그컵을 보관하고, 세척하는데 비용을 써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거나, 식기 세척기를 구입해야 하고, 이러한 비용은 커피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일회용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안타깝게도 불편함을 감수했으나 일회용컵을 사용했을 때보다 환경을 보호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회용 컵을 세척하기 위해 물과 세제라는 자원이 사용된다. 특히 세제는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식기세척기나 건조기를 사용한다면 전기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 또한 환경오염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모두들 다회용컵을 사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라고 믿고 있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은 테이크아웃 커피를 주로 마시는 선진국이 아니라,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이 낮고 경제발전이 더딘 인도나 중국 같은 국가에서 배출하는 것이다. 이들 국가에 과학기술과 경제성장이 뒷받침되면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다.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환경운동 필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는 주인공 장발장이 파리의 하수도를 통해 도망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 과정에서 장발장은 파리의 하수도를 극찬한다. 저자는 파리 하수도의 역사, 그와 관련된 기술에 대해 매우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의 글에는 하수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자부심이 가득하다.


“뚜껑 벗긴 파리를 상상해 보시기 바란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수도들의 지하 망상체가, 센 강 양안에 걸쳐 그 강에 접목시키듯 붙여 놓은 일종의 거대한 나뭇가지를 그리고 있을 것이다….도시에 도로 하나가 뚫릴 때마다 하수도에도 가지 하나가 생긴다.”


중세 프랑스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파리는 악취로 가득찬 곳이었다. 하수도가 없었으며 쓰레기도 따로 수거하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와 배설물이 뒤엉켜 있었다. 도시에는 콜라레나 페스트와 같은 전염병과 기생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거리의 오물로부터 행인을 보호하기 위해 인도를 만들고, 하이힐을 신었다. 향수로 역겨운 냄새를 덮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하수처리 시스템을 만들어 오물과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만약 프랑스 사람들 이 오물의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기 위해 덜먹고 화장실에 가는 횟수를 줄였다면 지금과 같은 하수처리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에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경보호를 이유로 불편함을 강요하고, 편리함을 금지하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뿐 효과적이지 않다. 과학기술을 통해 인간의 시간과 에너지를 덜 소모하는 방식으로 진화해 온 인류의 발전방식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환경보호 정책이 실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하려면 인간의 삶을 이전보다 더 편리하고 가치 있게 만드는 방식이어야 한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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