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프로그램의 정의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지상파방송이나 케이블TV와 같은 소수의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했다면 IPTV의 VOD(Video On Demand)가 등장하면서 방송프로그램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대상으로 변했다.
또 개인이 자신의 동영상을 업로드하고 이것을 공유하는 유튜브 채널 덕에 누구나 방송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제도는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에서 뒤처지고 있다. 과거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를 규제했던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국회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Over The Top)를 방송사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방송법전부개정법률안(통합방송법) 제정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가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받는 부가통신사업자이기 때문에 그동안 규제를 피해왔는데 통합방송법을 통해 인허가 및 각종 규제를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소유 규제를 강화하는 제도도 거론되고 있다. 현행법은 IPTV·위성방송·케이블TV 등 각 유료방송 사업자가 시장점유율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소유제한 조항을 두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계열사까지 모두 합산해 전체 방송시장 점유율의 1/3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합산규제’를 재도입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자 당장 케이블TV를 인수하려던 방송사들의 인수합병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
국회가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방송규제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있다. 방송사에 대한 규제는 공익성 확보, 여론의 다양성, 방송사간 공정경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방송사들은 인허가 및 재승인 규제, 소유규제를 받아왔다.
현행 규제가 만들어지던 시기만 해도 지상파방송과 유료방송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했다. 인기 방송프로그램의 시청률이 60%가 넘을 정도였으니 방송사들이 여론을 좌지우지할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시청조사를 보면 TV보다 모바일을 통해 유튜브로 방송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스마트폰보다 TV가 더욱 익숙한 50~60대들도 유튜브로 뉴스를 접하는 상황에서 어떤 방송사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비자에게 횡포를 부리고 여론을 독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국회는 방송사의 경쟁력 측면에서도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완화할 필요가 있다. 2016년 SK브로드밴드는 CJ헬로비전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력을 이유로 불허했다. 국내 기업이 규제에 발목 잡힌 사이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해외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국내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왔다.
국내 방송사에 대한 소유규제가 인수합병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고, 투자를 활성화할 기회를 차단한 셈이다. 통합방송법을 통해 넷플릭스를 방송사로 포함한다고 하지만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기술의 발전은 언론 분야에서도 개인의 자유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소수가 다수의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방송콘텐츠를 제공하던 시대를 넘어 모든 시청자가 곧 방송사인 시대로, 여론의 다양성, 표현의 자유가 늘어나는 시대가 되었다. 6세 아이도, 60대 할머니도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공해 큰 인기를 누리고 광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결국 표현의 자유라는 인간의 기본권과 배치될 우려가 있다. 변해가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법과 제도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다양한 방송프로그램들이 개인의 자유, 인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다.
소비자들은 TV이건 스마트폰이건 플랫폼과 수단을 따지지 않고 원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싶을 뿐이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방송시장을 새롭게 구분하고, 규제의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미디어 시장의 발전을 저해한다. 규제를 과감히 풀어 다양한 매체가 소비자의 시간을 사로잡기 위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1인 미디어 시대에 방송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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