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빠진 코레일·SR 통합
효율 개선 안돼 부채만 키울수도
국민 위한 더 나은 서비스 위해
노사 뜻 모아 내실경영 다져야
정부도 하나의 경쟁 주체인 글로벌 시대에는 공기업도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기업은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고 국민의 부담을 낮추는 효율성 경쟁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내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외면해 만성적인 적자에 빠진 공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한다. 독점력을 확보하거나 기업의 규모를 키운다고 해서 경쟁력이 저절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공기업 통합도 그 자체가 목적일 수 없다. 통합 과정에서 효율성이 높아져야 성공적인 통합이 된다. 그러지 못하면 우리 노동 현장의 경직성으로 경영 성과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긍정적 효과보다 부정적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통합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다 실패한 대표적 사례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한 LH공사다. 당시 정부는 사전 구조조정 없이 토공과 주공의 통합을 밀어붙였고 결국 LH의 부채는 지난 2013년 142조원으로 늘어나 부채 비율이 457%에 달했다.
반면 공기업을 분화해 독점구조를 경쟁체제로 바꿔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 잦은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던 서울지하철공사는 1994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로 분리돼 운영된 바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발전 부문을 6개 자회사로 나눠 효율성을 높였다. 코레일은 자회사 수서고속철도(SR)의 출현으로 경쟁 압력을 받았고 소비자는 저렴한 요금과 차별화된 운송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해 두 개의 지하철 공기업을 다시 통합했다. 강제적인 인력 감축 없는 구조조정 속에 통합이 이뤄졌고 노조는 이를 반겼다. 생산성 제고 노력이 빠진 공기업의 대규모화는 자칫 경영부실이 누적될 우려가 있다.
최근 오영식 신임 코레일 사장이 SR와의 통합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3선 국회의원으로 경험과 역량을 갖춘 리더다. 정치력을 발휘해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내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려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철도 경쟁력을 높이려는 최고경영자(CEO)의 비전은 칭찬받을 일이다.
문제는 철도노조의 협력 여부다. 지금까지 철도노조는 번번이 개혁을 거부해왔다. 목포행 수서고속열차가 첫출발할 당시 코레일 철도노조는 74일의 역대 최장 기간 파업을 기록하며 자회사 SR의 출발에 찬물을 끼얹었다. 구호로 내세운 것은 성과연봉제 반대였다.
철도노조는 경쟁체제보다 통합을 선호한다. 노조가 경영을 압박하기에 통합된 형태가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통합 논의에서도 철도노조는 통합에는 찬성하겠지만 통합을 위한 구조개혁에는 반대할 것이다.
SR는 코레일이 41%의 지분을 가진 자회사다. 주요 임원 및 간부들은 대부분 코레일 출신으로 실질적으로 코레일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두 기업이 모두 공기업이면서 차량·정비·유지보수 등 주요 업무를 위탁하는 제휴관계에 있어 이미 유기적으로 협력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통합에 따른 시너지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코레일의 누적부채가 2017년 상반기 기준 14조1,0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307%이다. 만약 구조개혁의 결실 없이 단순 통합에 그칠 경우 코레일의 부채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또 파업을 앞세운 노조의 영향력이 커져 경영권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다.
국민은 공기업 경영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 또 질 높은 서비스를 기대한다. 오랜 기간 소비자에게 외면받아온 철도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05년 철도청을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로 분리하면서부터다. 이는 철도의 수준을 높이려는 정치 지도자와 정부의 노력이 어렵게 결실을 본 것으로 이후 철도 서비스는 국민의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코레일과 SR가 내실 있는 경영을 이뤄내 철도 서비스가 진일보하기를 기대한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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