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를 위한 변명

최승노 / 2018-02-07 / 조회: 18,138       브릿지경제

암호화폐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 2000만원을 넘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은 700만 원 이하로 떨어져 고점 대비 4분의 1 수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암호화폐가 이렇게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각국 정부가 연이어 규제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부터다.


중국은 지난해에 암호화폐 공개를 아예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래소 운영을 중단 시켰다. 이어 최근에는 해외 사이트 접속까지 원천 차단해 버렸다. 우리나라는 신규 계좌를 비롯해 암호화폐와 연동될 수 있는 은행 계좌를 봉쇄하는 방식으로 신규 참여자의 진입을 막은 바 있다. 선진국에서는 은행들이 신용카드를 이용한 암호화폐 거래까지 금지시켰다. 


이처럼 나라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대체로 그 기저에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주로 투기의 수단이며 불법의 온상일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데 따른 것이다. 특히 중국 등 후진국에서는 암호화폐의 급등세로 인해 누군가 큰 돈을 벌었고, 많은 사람들이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될 경우 사회혼란이 올 수 있다는 점도 규제의 이유가 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그런 규제가 역으로 시세의 진폭을 키우고 있어 투자자의 불만이 높다. 


사실 자발적 투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이익과 손실 모두 온전히 그 개인에게 돌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제3자가 개입하거나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가 너무 고평가되어 있다는 주장이 거래 자체를 위협하는 규제와 시장 불안정성을 야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세가 급등했다고 해서 거래를 어렵게 하거나 거래가 아예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 정부는 거래 자체를 문제시하기보다는 시장 참여자의 재산권과 거래행위가 보호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는지 먼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또 제도적 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건전한 투자자들이 불법 행위나 해킹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계약과 거래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안전하게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하는 암호화폐는 '혁신’을 통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과거 역사적으로 큰 혁신이 일어날 때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투자 붐이 일어나곤 했음을 발견하곤 한다. 실제로 서구에서 일어난 산업화의 초기에 철도가 일으켰던 붐은 상당히 컸다. 1990년대 인터넷 IT 붐도 엄청났었다. 투기라고 지탄받는 투자 붐은 그런 새로운 세계가 빨리 올 수 있도록 돕는 촉매제가 되어 왔다. 


그런 면에서, 아직 암호화폐는 별다른 가치를 창출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투자를 미리 막거나 억제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 같은 혁신이 가져올 편리성과 가치창출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미래 혁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지원할 필요도 없다. 그저 늦추고 차단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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