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반 자신의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의 삶의 기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정부가 '좋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실제로 우리 경제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1만 6000명 증가해 102만 8000명으로 늘었다. 이는 실업자 통계가 바뀐 2000년 이후 가장 큰 수치이며, 2016년에 이어 2년 연속 100만 명을 넘긴 수치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점점 더 심각해지는 흐름이다.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작년에 22.7% 까지 높아져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 부족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핵심 과제인 셈이다. 이처럼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시점에 우리 경제 현장에서는 일자리가 오히려 위협받고 있어 문제다.
일자리를 위협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가운데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무리하게 인상한 것이 지금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나 오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편의점과 경비관련 분야에서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최저임금제도는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는 이 제도가 현실에서는 오히려 일자리를 줄여 저임금 근로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임금을 억지로 올렸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이 순기능에 비해 크다면 이는 당연히 재고해 봐야 할 일이다. 최저임금이 무리하게 설정되었거나 현실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실행한 면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 잡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사업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상한다면 이는 일자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사업자들은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나 다른 비용을 절감해서 인건비 부담을 상쇄시키고 일자리를 줄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규모나 속도가 그 범위를 벗어난다면 결국 일자리는 사라지게 되고 만다. 최저임금 제도의 목적이 달성되려면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일부 근로자에게 국한되고 상당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면 이는 득보다 실이 큰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 최저임금이 높아졌다고 해서 빈곤계층의 소득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저임금 근로자의 대다수는 빈곤계층과 무관하다. 실제로 최저임금 대상자의 3분의 1 정도만이 저소득층이다. 최저임금법의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자발적 거래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개인의 거래를 정부가 나서서 금지하거나 간섭하는 만큼, 경제의 자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은 더욱 커지게 된다. 경제논리를 무시한 정치논리는 현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어 경계해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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