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 조회: 11,752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으로 1명 미만으로 떨어진 이래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0년 0.84명을 기록하였다. 초저출산 현상이 초래한 위기는 지방 소재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학령인구의 감소가 신입생 미충원이라는 직격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권 소재 대학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학생들의 수도권 입지 선호와 수도권정비계획법 상의 정원 규제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이 모집 인원에 비해 지원 인원이 더 큰 초과 수요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소재 대학의 정원 규제에 관한 문제점

 

대학 정원 규제로 인한 초과 수요의 지속은 수도권 소재 대학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대학이 모집 인원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더 많은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노력할 유인 또한 없기 때문이다(이재한, 2015). 유연한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여 기업의 원하는 첨단 분야의 인재 배출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수요자 측면에서 발생하는 부작용도 심각하다.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학생들 간 과도한 경쟁은 사교육 경쟁을 과열시켰고(이재한, 2015), 정원 규제로 인해 모집 인원이 제한되어 선호 학과로의 진학이 어려운 학생들이 비선호 학과로 진학하면서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를 야기하였다(한요셉, 2020).  


수도권 규제와 대학 규제의 이원화 


대학 정원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하여 대학의 적정 규모화를 유도하기 위해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작업은 수도권 규제 정책과 대학 규제 정책의 이원화이다. 대학의 정원 규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해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근거한다.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은 동법 제1조에 명시되어 있듯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인구와 산업을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유도하여 수도권을 질서 있게 정비하고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제정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 특히 인구집중유발시설 중 하나로 규정되어 있는 학교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앞으로 그 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아직은 지방 소재 대학에 국한하여 소멸 위기가 거론되고 있으나, 가까운 미래에 수도권 소재 대학에도 이러한 위기가 닥칠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늘어날” 시설들의 수도권 입지를 규제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 대상에 “앞으로 줄어들” 시설인 학교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더러 비효율적이다. 수도권 학교들을 굳이 규제하지 않아도 가장 부실한 대학부터 퇴출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크고, 수도권 소재 부실 대학들이 퇴출하면 수도권 대학의 정원은 자연히 줄어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 사업을 실시하고 2021년 5월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는 등 부실 대학을 퇴출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교육부의 정책은 (부실) 대학의 퇴출을,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수도권 소재 대학 수의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는 이중규제라 할 수 있다. 또한 두 규제 간 충돌의 여지도 존재한다. 수도권 대학의 정원 규제로 인한 대학 간 경쟁의 약화는 교육서비스 질의 하향평준화를 야기하여 부실 대학을 가려내는 작업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도권 규제와 대학 규제를 이원화하여 수도권 정비계획법의 규제 대상에서 학교를 제외시키고 대학 정원 규제의 주체를 교육부로 일원화해야 한다.      


정원 관련 규제의 간소화 


다음으로 정원 관련 규제의 간소화를 통해 규제의 적용과 집행의 용이성을 제고해야 한다. 현행 대학입학전형은 크게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분류되고 특별전형은 다시 정원 내 특별전형과 정원 외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과 정원 내 특별전형은 정해진 모집 정원 내에서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제약이 있으나, 정원 외 특별전형은 '기회균등선발’과 같이 연도별 입학정원 대비 11%로 제한이 있는 전형이 있는 반면 각종 장애 또는 지체로 인하여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자로서 대학의 장이 정하는 자, 북한이탈주민 및 부모가 모두 외국인인 외국인, 외국에서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전부 이수한 재외국민, 외국인, 귀화허가를 받은 결혼 이주민 등 입학정원 제한을 전혀 적용 받지 않는 전형도 있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18). 


정원 외 특별 전형은 고등교육을 받을 기회를 균등하기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어 왔으나, 수도권 소재 대학들이 이 전형을 선발 인원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일반대학의 정원 외 입학자 수는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0년 34,464명이었는데, 이러한 추세는 같은 기간 감소 추세를 보인 정원 내 입학자 수와 대비된다. 형평성을 보완하는 정책적 안배가 오히려 정원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작용한 것이다. 


대학입학전형을 통해 정원 규제의 효과를 거두려면 우선 선발 전형을 간소화하여야 한다. 전형의 종류가 많아질수록 규제 항목이 증가하여 규제의 오용과 악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규제 간 일관성 및 합목적성의 유지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도권 소재 대학 전체의 총 모집 인원을 총량 규제로 관리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학에 좀 더 많은 정원을 배분하는 유인 구조를 마련한다면 간소화한 규제로 인해 정원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도권 소재 대학 간 경쟁의 유인이 강화되어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함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 소재 대학의 특성화 사업 보완  


지방 소재 부실 대학의 퇴출은 이미 시작되었다. 고등교육기관의 약 87%가 사학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시장 역시 경쟁 시장의 원리가 적용되어 정부의 개입이 없다면 수요자인 학생의 선택을 받는 대학들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대학 지원자들의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지방대 소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지방 소재 대학의 경쟁력 강화이다. 지방 소재 대학이 수도권 소재 대학의 입지 프리미엄을 능가할 수 있는 강점을 개발하여 특화한다면 보다 많은 학생들이 지방 소재 대학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져 자연히 학생들이 지방으로 분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특성화 강화는 실은 오래전부터 정부의 주도 하에 추진되어 왔던 사업이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시행된 대학 특성화 강화 사업은 우리나라의 고등 교육을 다양화하고 특성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였지만 국내 대학 간 경쟁의 촉진과 국외 대학들과의 경쟁에 필요한 전략의 수립에 기여한 정도는 다소 미흡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최상덕 외, 2008). 따라서 입학 자원이 수도권 소재 대학들에 비해 부족한 지방 소재 대학들은 국내 학생뿐만 아니라 외국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대학 특성화 모형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내 전공 간 연계 및 협력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대학 간 연계도 활성화하여 개별 대학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고등교육 전체의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대학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우선 대학 간 경쟁을 통해 특성화 사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각 대학의 특성화 전략과 현황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대학특성화 정보포털의 운영을 통해 특성화 방안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 등을 대학들이 실시간으로 참조할 수 있도록 하여 대학별 고유의 장점을 발굴·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의 내용을 살펴보면 앞으로의 사업은 중앙 정부 단독 주도의 성격을 탈피하여 중앙 정부·지자체·교육부가 공동으로 주도하는 성격이 강해진다. 지원 전략에 따르면 지역혁신플랫폼 지역 중 고등교육 혁신특화지역을 지정해 최대 6년간 지역 맞춤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대학 공동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학 간 공동학과 운영 활성화를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의 계획처럼 수도권-비수도권, 일반대학-전문대학 간 협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계획은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직 대학 간 공동학과 운영의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운영의 형태나 방식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수도권 대학 간 혹은 전문대학 간 공동학과 운영이 체제 간 이질성이 적어 성공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공동학과 운영의 성공사례를 발굴하고, 이 사례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출발하여 대학 간 공동학과 운영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정·보완해나가는 정책의 운용이 필요하다.  


부실 대학 선별방법 개선과 체계적 퇴출 방안 마련


부실 대학은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아 재정지원 및 학자금 대출의 제한을 받게 된 대학과 한계 대학(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와 2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 기관평가 인증 시 불인증 대학, 부정비리로 인한 정상적 학사운용이 불가능한 대학, 학생 충원율이 현저하게 낮은 대학)을 일컫는다(서영인, 2021). 서영인(2021)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총 84개 부실 대학의 한계위험도를 고려하여 위험도에 따른 부실 유형을 분류하고 이 유형에 따라 대응시기, 정책 목표, 판단 근거, 강제성 등을 정의하여 한계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매뉴얼을 참고하여 회생 불가능 대학을 위한 자발적 퇴로를 개발하여 부실 대학 퇴출 과정의 합리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방안은 각 부실 대학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관리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어, 회생 가능 대학에게 자발적 구제 유인 및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동시에 회생 불가능 대학의 자발적 퇴출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참고문헌>

교육부, 『학령인구 감소 및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한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 2021. 5.  

서영인, “한계대학 현황과 정책적 대응방안”, KEDI Brief Vol.5, 한국교육개발원, 2021. 4.

이재한, “수도권 정원 규제와 대학 간 경쟁”, KDI Focus No.60, 한국개발연구원, 2015. 7. 

최상덕·김기수·장수명·채재은·정규열, “고등교육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학특성화 방안 연구”, 연구보고 RR 200-13, 한국교육개발원, 2008. 12.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1학년도 대학입학전형기본사항』, 2018. 8.

한요셉, “전공 선택의 관점에서 본 대졸 노동시장 미스매치와 개선방향”, KDI Focus No.99, 한국개발연구원, 2020. 6.



이진영/강원대학교 경제·정보통계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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