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지향적 국가혁신 패러다임으로서‘혁신적 포용국가’를 정의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포용적 성장의 강조는 경제적 측면에서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논의한 것인데 포용적 성장을 통해 경제 전반의 양극화 해소를 이루겠다는 정책내용을 담고 있다. 양극화의 정의는 상하위 계층의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며 보통 불평등과 함께 혼용된다. 양극화의 개념은 사회전반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관심사는 소득양극화이며 흔히 소득불평등과 함께 소득격차 확대의 개념으로 이용된다. 이번 정부에서도 다양한 정책들을 통한 소득양극화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기대와는 달리 양극화 완화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양극화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지니계수와 소득5분위배율을 사용한다. 이러한 양극화를 나타내는 수치에 대한 논쟁은 소득변수나 그룹에 따라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근거하여 발표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된 소득양극화의 추이를 살펴보면 순자산기준으로 2017년 3월 기준 0.584, 2018년 0.588, 2019년 0.597, 그리고 2020년 0.602로 지니계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소득양극화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시장소득 기준 5분위배율은 2019년 1분기 기준 13.97, 2020년 14.77, 2021년 16.20으로 상·하위 소득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소득양극화는 현 정부출범인 2017년 이래로 전반적으로 심화되는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COVID-19의 대외적 불확실과 같은 부정적 영향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양극화 개선 방안
정부는 양극화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까지 주로 일자리 창출역량 강화, 핵심 생계비 경감, 저소득취약계층의 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고용 관련하여 지역 노사민정의 상생협약을 바탕으로 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신규 창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아이돌봄 등 직접일자리 확대, 노인일자리 확대 등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고용안정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일자리 질 제고를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도입,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한편 일자리 관련 정책 외에 가계 실질 가처분소득 제고를 위해 마련한 핵심 생계비 경감의 내용은 크게 의료, 교육, 주거비의 감소와 취약계층지원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의료 관련 정책으로는 비급여 축소, 본인부담률 인하 등의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와 고교무상교육의 실시, 국공립유치원 학급 확대 등을 통한 교육부문의 비용감소 등이다. 주거비와 관련하여 공적임대주택 확대와 주거급여 상향 등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통한 주거비 감소의 목표를 담고 있다. 또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근로장려금 요건완화, 그리고 기초연금 조기인상 등을 통해 저소득취약계층의 지원을 목표로 시행중이다.
현재까지 정부가 시행중인 정책들은 단기적 성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정책은 통해 정부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은 단기적으로 정부의 지원에 의해 창출된 질 낮은 고용에 국한된다. 정부주도의 통한 일자리 창출은 한계점에 봉착하게 되고 점차 공적부문이 비대해져 미래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진다. 궁극적으로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부문을 통한 고용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생활비 경감을 통해 실질가처분소득을 제고하려는 취지와 정책 시행을 통해 기대되는 효과는 부합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실질가처분소득은 가계의 소득향상과 조세와 준조세를 감면을 통해 가처분소득 향상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인플레이션 안정 시 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교육과 주거비 비용의 감소를 통한 큰 효과를 기대한다면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교육비 감소와 부동산 가격 안정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적이며 정교한 지원정책은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경제정책 방안
첫째, 소득양극화와 불평등도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이 향상되어야 한다. 양극화는 1997~1998년 외환위기의 경제충격의 영향으로 극심한 경기침체와 주요 대기업의 파산과 정리해고, 대량실업에 따른 노동시장의 붕괴의 영향으로 심화되었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한국경제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고용률을 경험하였으나, 이에 따른 고임금의 부담으로 인해 수출대기업의 아웃소싱으로 이어져 불가피하게 고용감소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의 핵심적인 배경은 성장률 하락에 기인한다. 따라서, 성장이론에 비추어 볼 때 과거의 생산요소투입형 추격성장체제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 지속성장체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때 성장률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소득양극화와 불평등도의 심화는 소득계층간의 격차가 확대된 따른 결과의 산물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전체 가계의 소득향상이 이루어질 때 소득격차는 줄어들 수 있다.
둘째, 경제성장과 더불어 고용 창출은 소득양극화 해소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용확대는 기업과 정부 두 경제주체에서 가능하지만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으며 소득양극화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일자리 질 제고를 위해 도입한 최저임금인상, 주 52시간제 도입은 취지와는 달리 일자리를 줄여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소득불평등도의 악화를 초래하였다. 청년여성노인 등 취약계층 고용안정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지원 정책은 단기간 취업률을 높이는 수치상의 성과는 보였으나, 질 낮은 일자리만을 양산하였다. 또한 현 정부는 공무원의 고용을 꾸준히 증가시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유지하고자 하나 이는 공공부문의 비대함으로 이어져 향후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주도의 고용확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계가 있으며 신규 취업시장에서 청년들에게 질 좋은 일자리의 제공은 민간기업에 의해 주도적으로 가능하다.
셋째, 노동소득과 더불어 자본소득의 분배 또한 소득양극화와 불평등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미 피케티 등 여러 경제학자의 연구를 통해 역사적으로 자본소득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산소득 혹은 자본소득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이 발견되었는데 자산소득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 자산 불평등이 소득 불평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소득 불평등도의 심화에 따른 가장 심각한 부정적인 측면은 부의 대물림을 통해 세대간 사회적 이동성의 하락 혹은 기회의 평등을 제약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대간 사회적 이동성은 자녀세대가 부모세대 보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사다리의 존재이며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이러한 세대간 이동성의 하락이 중요한 이유는 사회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동시에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사회 갈등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의 상승에 의해 자본소득 성장률에 비해 더 높은 노동소득 성장률이 달성되어야 한다. 또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는 정교하게 디자인되어야 하며, 위로부터 아래로의 제약이 아닌 아래로부터 위로의 상승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넷째, 가계지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주거비와 교육비의 감소를 통해 소득양극화를 개선할 수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자산 불평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불평등의 감소의 영향으로 소득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과도 연결된다. 주거비는 주택 소유자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월세 형태로 지출되는 거주비용이며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거주비의 부담이 더 커진 상황이다. 특히 주택소유자는 담보가치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임차인에게는 전월세 가격상승인해 자산불평등 악화가 소득 불평등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거주비용의 상승은 세대간으로 이전되어 다음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부동산의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잦은 정책변화는 오히려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의 하향 안정화는 소득양극화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계의 교육비는 대부분 사교육비의 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이러한 사교육비의 지출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사교육에 대한 인센티브 감소이며 이는 장기간에 걸친 교육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반적인 가계 교육비의 경감은 고교무상교육등을 통해서가 아닌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사교육비 감소로 이루어질 수 있다.
다섯째, 내수 부진의 요인으로 과거 경제성장률에 비해 낮은 가계소득 증가율에 기인함을 지적하였다. 가구형태별 구성을 살펴보면 자영업자의 비중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다른 국가에 비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고 가계소득 중 근로소득에 비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성장률이 낮아 전체적으로 낮은 가계소득 증가율의 원인이 되었다. 최근 COVID-19의 상황만 보더라도 자영업자는 근로소득 가구와는 달리 고용의 안정성이 낮고 경제위기와 경기변동에 취약한 계층이다. 소득 양극화 완화를 위해서는 자영업자의 소득 성장률의 제고가 필요하다.
여섯째, 소득 하위 계층의 취약가구의 지원을 목표로 한 선별적 복지제도는 하위소득계층의 소득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하위 소득 가구는 상대적으로 가구주의 연령이 높으며 비숙련 비정규직가구인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근로소득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이전소득의 비중이 높다. 직접적 복지지원정책 이외에도 꾸준한 근로소득 향상이 중요한 만큼 직업훈련제도 등 근로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지원방안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거시경제의 핵심 변수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이 양극화 개선을 위한 정책방안 또한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양극화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미시적 정책방안의 병행과 함께 근본적으로 경제성장률의 상승이 고용을 늘리며 가구소득을 견인하고, 소비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부동산가격 하향 안정화를 통한 자본소득 양극화의 완화를 통해 소득 양극화의 개선은 가능하다.
설윤 / 경북대학교 경영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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