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위주가 아닌 자율, 가치 지향적인 미디어 정책으로

이인철 / 2021-07-21 / 조회: 2,737

1. 미디어 정책의 대상과 내용

표현 및 언론의 자유라는 헌법적 규범에 근거하여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받는 제도로서의 속성과 함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산업으로서 성격을 가진 미디어에 대해서는 공동체 패러다임에 기초한 공익론과 시장 패러다임에 의한 산업론이라는 관점에 따라 규제 또는 진흥의 정책 방향이 정해진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사회에서 콘텐츠산업 측면이 강조됨에 따라서 미디어 지형을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전송), 단말기(터미널)라는 가치사슬로 살펴볼 때에 콘텐츠층은 표현의 자유 구현과 유해 정보의 규제 문제가, 플랫폼층은 이용과 접근의 확보와 공정 경쟁의 문제 및 이용자 권익 보호가, 네트워크층은 제한없는 연결이라는 보편적 서비스와 품질 유지라는 기술적 과제가, 단말기층은 기술 표준 수립과 단말기 보조금 정책 등 이용자 정책이 각 과제가 된다. 미디어 변화 시기에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정책 논의가 집중이 되지만 신문, 방송등 전통 미디어에 대한 정책 과제가 선결 문제로서 다루어져야 한다.


2. 표현의 자유 보호와 언론 자유의 신장이라는 기본 원칙

표현의 자유 및 언론과 출판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기본 제도로서 공동체의 기반이므로 간과되어서는 아니된다. 사후 심의제도로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한 방송 및 통신 심의는 콘텐츠의 내용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동안 정파적 운영으로 논란이 되어 왔는데 자율적인 심의 제도로 변경되어야 한다.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로서 폐지되어야 하고 민사적 해결 방법으로 가야한다. 미디어 지형 변화에 따라 콘텐츠의 양과 유통이 증대하고 가짜뉴스 문제가 논란되는 정보 무질서의 상황에서도 표현의 자유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3. 뉴미디어 시대와 관련된 정책 방향

(1) 콘텐츠의 내용 규제에 이르지 않도록 하는 기본 방향

지난 수년간 계속된 가짜뉴스 논란은 정보의 홍수 상황과 뉴 미디어의 탄생에 따른 정보무질서 현상의 결과다. 그동안의 입법논의에서 확인되듯이 가짜뉴스는 기존의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이 가능하다. 가짜뉴스 규제론은 뉴스 형식만을 보호하고 콘텐츠 내용을 규제하는 결과가 되므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과잉 대응이다. 가짜뉴스 문제는 뉴미디어에 대한 제도적 보완과 유통 정보의 신뢰성을 재고하는 방안의 모색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2) 뉴미디어에 대한 통합 규율 제도를 수립하는 방향에 대해서

넷플릭스와 유튜브로 대표되는 OTT서비스가 뉴미디어로 부각되면서 뉴미디어를 통합적으로 규율하는 제도 수립이 논의되고 있다. 뉴미디어는 주로 동영상 제공서비스이므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보아서 방송법에 근거를 두자는 의견이 있지만, 콘텐츠의 내용이 실질적인 규제 대상이 되는 문제가 있고, 콘텐츠 산업에 대한 진흥이라는 목표를 위한 최소규제 원칙과 충돌하며, 제도의 틀이 방송법 유사의 포괄적인 규제 체제로 갈 우려가 있으므로 콘텐츠를 포함하는 미디어 개념이 정립되기까지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3) 포털에 대한 자율적 규율의 방향

포털 규제론은 인터넷이 지배적인 전송 수단으로 되고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인 포털을 통해서 정보가 주로 유통되는 상황과 네이버, 카카오등 포털의 지배력이 강한 한국적인 상황에서 유래된다. 포털 규제론은 공정 거래 문제와 이용자 권익 보호가 논점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네이버카카오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의한 자율적 규제가 자리잡아가고 있다, 포털을 독립된 미디어로써 규율하고자 하는 정책은 포털이 자리잡은 망중립성 영역인 인터넷망과의 관계에서 고려할 점이 있고, 국내 포털을 대상으로 하는 선제적 규제는 구글, 페이스북등 국외 빅테크와의 역차별 논란이 있으며, 플랫폼으로서의 포털에 대한 미디어로서의 성격과 기능 및 역할에 대한 정립된 개념이 없는 상황에서는 좀더 숙의가 필요하다.

 

(4) 이용자 미디어 역량 개선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뉴미디어 시대의 콘텐츠의 생산 및 소비의 주체로 등장한 미디어 이용자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이 필요하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지역 미디어센터에 의한 종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문화 향유의 취지에서 콘텐츠의 이용과 관련된 미디어 이해와 미디어 참여를 지향하였다. 정보무질서 상황에 따른 정치적 혼란이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을 초래하고 있고 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 시대에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은 미디어 시대의 민주주의 증진 교육으로 자리 매김하여 정규 교육 및 사회교육으로 수행되어서 시민의 미디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디지털 격차를 극복하는 디지털복지의 측면이 있는데 디지털 복지 차원의 미디어 접근성 개선 수단으로서 일정 한도내의 통신비에 대한 소득공제 같은 방안이 있다.

 

4. 전통 미디어에 대한 규제와 진흥 체제의 재검토

(1) 방송의 규제 완화와 경쟁력 재고

시대 변화에 따라 부적절해졌거나 과잉 규제 그리고 뉴미디어 시대에 들어와서 비대칭 규제의 논란이 있는 방송법상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 방송 인허가 조건의 완화, 방송 인허가 기간의 연장, 방송 인허가와는 별도로 매년 시행하는 방송평가제도를 인허가시에 포함하는 조정 작업, 방송사 소유 규제 완화, 방송 내용 편성 규제의 완화, 방송 광고 및 미디어랩 제도의 개선등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서 방송 매체의 경쟁력 재고가 요망된다.

 

(2) 공영방송 체제의 재구성

경쟁력 상실과 비효율적인 운영 문제 및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방송의 공정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지상파 공영방송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지 오래 되었다. 문제는 공영방송이 공적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인데,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방송사 경영진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거버넌스 논의에 그치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선이 없이 기존의 공영방송 체제를 계속하는 경우에는 다음의 개선안이 제기되고 있다.

 

공영방송수신료위원회 설치안 : KBS의 수신료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수신료의 인상 여부를 포함하여 수신료 징수에 대한 감독은 물론이고 수신료 수입의 적정한 사용에 관한 관리 감독을 하는 독립기관을 둔다.

 

콘텐츠 개념 중심의 공영방송법 입법안 : 공영의 이유가 되는 공적인 콘텐츠를 정의하고 이에 따라서 공영방송 개념을 재정의한다. 공영성을 콘텐츠를 중심으로 개념화하고 뉴미디어를 포함해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공적인 콘텐츠의 요건에 해당되어서 공영성을 만족시키는 경우에 이를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공영방송 체제를 재구성한다.

 

공영방송위원회 설치안 : 방송법에 개념 규정이 없는 공영방송 개념을 정의하고, 공영방송은 물론 공적인 지원을 받는 일체의 공영매체를 포괄적으로 관리하면서 공적인 책무 강화와 시청자 권익보호 업무를 수행하는 독립된 감독기관을 둔다.

 

(3) 진흥의 관점에서의 공적 지원의 재검토

전통 미디어에 대한 지원으로서 신문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언론진흥기금, 방송은 방송발전기금등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진흥의 구체적인 목적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지원대상의 선정과 그 평가기준의 문제, 지원의 방식, 지원의 기간, 정책성과의 목표 설정과 측정 방법등의 방침의 설정이 필요하다. 진흥정책은 미디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할 수 있다. 정부광고법의 시행이후 증대하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광고에 대해서는 국가 재정으로 하는 홍보 재원이 적절하게 사용되는지를 관리 감독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미디어의 개념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미디어 산업의 진흥은 사업자가 아니라 콘텐츠를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미디어에 대한 제작지원, 해외 진출지원, 제작지원을 위한 펀드 조성, 광고 지원등 방식을 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지원책으로 조정하여 검토하여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R&D 지원 차원의 세액공제등의 지원책을 생각할 수 있다.

 

5. 미디어거버넌스를 넘어서 ICT 거버넌스 구축

정보와 콘텐츠 중심으로 미디어 지형이 변화됨에 따라서 전통미디어와 뉴미디어를 포괄하는 콘텐츠 중심의 미디어 개념이 정립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서 전통 미디어와 뉴미디어를 포괄하는 통합 미디어법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미디어 거버넌스는 이러한 통합 미디어 체계에 따라서 미디어 수용자와 생산자를 포함한 미디어 생태계에서의 미디어 기술 환경변화와 함께하는 ICT거버넌스 구축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미디어 개념과 통합 미디어 법체계 및 ICT 거버넌스의 구축을 근거로 하여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누어져있는 미디어 정책 부서의 통합 논의가 있어야 한다.

 

미디어 변화의 시기에 정책 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에 따른 미디어의 미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참고문헌>

박용상, 표현의 자유, 2003.4.

방송제도개선추진반,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2020.3.

배진아, 인터넷 포털의 공적책무성과 자율규제, 2017.11.

윤석민, 미디어 거버넌스 2020.3.

최민재외, 디지털 뉴스미디어 정책,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11.

황근, 공영방송과 정책갈등, 2018.11.

황성기, OTT 서비스 규제 기준에 관한 연구, 2017.3.

 

이인철 / 변호사, 前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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