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에 따른 기업규제 현황과 기업환경 개선 방안

김시정 / 2012-03-02 / 조회: 3,733
근거 없는 대기업 옥죄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눈감아 왔던 대기업 관행에 강력한 수술을 가하겠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출총제부활, 재벌세 등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자유시장경제 논리에 역행하는 대기업 억제 정책이 더욱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제조업분야의 중소기업의 수는 증가하고 있고 대기업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 다. 제조업 기준 5인 이상 중소기업 사업체 숫자는 2001년 이후 약7,200여 개나 증가한 반면(2009년), 2001년 917개에 달하던 대기업은 2009년 기준 595개 수준으로 급격히 하락하였다.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외치고 출범함 이병박 정권 하에서 대기업 수는 오히려 더 감소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함은 부정할 수 없다. 제조업 일자리 279만여 개 중 약 77%에 달하는 일자리를 중소기업이 창출하고 있고 중소기업 생산액 역시 대기업전체와 동등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기업 증가 추세의 속사정을 살펴보면 대부분 영세한 소규모 기업의 양적 팽창만이 주를 이루고 있다. 2001년 이후 전체 중소기업체 수는 증가하였지만 그 중 종업원 300인 이상의 중기업 기업체 수는 오히려 10여 개 감소하였다. 대기업과 중기업 사업체 수는 줄어들고 영세한 소상공인 중심의 제조업 수가 확대된 것이다. 이러한 소상공인 중심의 제조업 성장은 장기적으로 국가 성장동력이 약화될 우려를 낳는다. 또한 수준 높은 일자리 창출 측면에 있어서도 영세 소기업 중심의 제조업 발달은 중견ㆍ대기업의 일자리 창출력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는 정부의 보호주의적 중소기업정책과 제한적 대기업 규제정책 사이에서 발생한 부작용의 한 단면이다. 대한상의 분석 결과, 우리나라는 기업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 순간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160여 갖가지 각종 조세 혜택과 정부 지원금 등은 모두 없어진다. 반면 대기업에게 가해지는 190여 가지의 각종 의무조항은 여지없이 적용된다. 실제로 중견기업연합회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300여개의 달하는 설문대상 업체 절반 이상이 조세부담 증가, 금융비용 상승 등 중소기업 혜택 근절에 따른 기업 부담을 꼽았다.


기업이 인력 규모를 늘리고 자본규모를 확장해 가면 갈수록 잃는 혜택은 많아지고 규제만 가중되니 기업들이 더 크고 강하게 성장할 인센티브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능한 작은 규모를 유지할 유인만 존재할 뿐이다. 실제로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 졸업 요건을 피하기 위해 기업을 분할하는 등 규모를 키우지 않는다.


기업의 규모가 크든 작든 기업이 스스로 성장하고 자유로이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은 작은 기업은 계속 작도록 유도하고 큰 기업은 더 이상 크지 못하게 억누르는 정책 구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기업정책 구조 하에서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성장을 피하기 위한 회사 분할, 매각 등의 회피책만 강구하게 된다.


규모에 따른 기업규제의 현황


중소기업법상 중소기업은 상시근로자 수 1000명 미만, 자산총액 5000억 원 미만, 자기자본 1000억 원 미만, 직전 3개 년도 평균 매출 1500억 원 미만의 기업을 의미한다.


인력규모에 따른 기업규제는 5인 이상의 사업장부터 시작된다. 5인 이상일 경우 적용되는 해고, 근로시간 규제 등 근로기준법 상의 강행규정을 시작으로 중기업으로 분류되는 300인을 넘는 순간 장애인고용의무, 보육시설설치의무 등 약 25가지의 규제가 추가된다. 일자리를 늘리면 늘릴수록 부담이 커지니 중소기업 안에서도 300인 미만 소기업을 유지하면서 각종 정부의 소기업 지원만 챙길 유인이 강한 것이다. 


공정거래법 상 자본금, 자산 규모에 따른 규제 역시 규모가 성장 할수록 점증하면서 중복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자산 1천억 원 이상의 경우 부채액 보유 규모가 제한된다. 자산 2천억 원 이상이면 기업 결합 시 공정위에 신고의무가 부과된다. 자산 5조원이 넘게 되면 각종 의무 및 제한 조항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지주회사 설립 금지, 상호출자 금지, 계열회사 채무 보증금지. 금융회사와 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 대규모 내부 거래 시 이사회의 의결 및 공지 의무, 주식 소유 현황 및 재무 상황 공정위 신고의무, 채무 보증 현황 공정위 신고 의무 등이 그것이다.


자산 규모가 증가할수록 점증하는 규제 현실과 함께 중소기업을 졸업하게 되면 각종 지원 혜택에서 벗어난다. 대출금리 우대 등의 정책자금 지원정책, 구매자 금융 보증제, 외국인 산업연수제, 산업기능요원제, 청년채용 패키지 사업 등 중소기업청에서 제공하는 중소기업지원책의 수만 해도 수 십 가지에 달한다.


수많은 혜택을 뒤로하고 기업이 성장하였을 때 이들에게 닥치는 것은 더 큰 시장과 성장가능성이 아닌 정부 규제의 사슬뿐이다.



규모별 차별 규제 시정과 중소ㆍ중견기업 정책 보완


기업의 규모에 따라 차별적 규제를 하는 것은 작은 기업과 큰 기업 더불어 기업의 상품을 이용하는 소비자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다. 작은 기업은 더 이상 크지 않고자 하는 피터팬 증후군에 빠지게 만들고 큰 기업은 각종 규제로 발생한 비용 충당을 위해 서비스의 가격을 올리거나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 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 각종 규모별 차별 규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첫째,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각종 지원과 혜택은 보호주의 정책이 아닌 경쟁촉진 정책으로 변모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기간 제한 없이 무기한 지원되고 있어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책을 발판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해 갈 인센티브가 없다.


중소기업이 시장에 자리를 잡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는 지원정책 일몰제 도입을 지난 2011년 10월 뒤늦게 검토한다고 밝혔다. 일정기간이 도과된 이후에는 지원과 혜택을 축소 또는 폐지하여야 중소기업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 발전 전략을 모색할 것이다. 중소기업지원정책 일몰제가 전시 행정이 아닌 기업 성장 과정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강력한 추진책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중견,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 지원 및 성장 증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중소기업지원 정책은 기업의 창업기, 성장기, 안착기, 재도약기 등의 성장 단계와 관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창업기에 과도한 지원책으로 중소기업이 대거 산출되더라도 이들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유인책이 존재하지 않기에 중소기업이 스스로 성장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창업 후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성장 단계별 기업 경영 수요에 맞는 지원책을 공급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가 개선되어야 한다, 대기업은 국가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한 원동력을 제공해 왔다. 그 결과 자동차, 선박, IT분야에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기업이 탄생하였고 이들은 국제 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대기업에 대해 기업은 부패하고 사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부정적 여론만을 근거로 대기업 옥죄기에 힘을 실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이제는 서비스, 의료, 방송 등 취약한 산업의 성장을 주도할 대기업의 탄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자유로이 거래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기업의 자산과 인력규모에 따라 다단계로 중첩되는 규모별 기업 규제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건전한 시장경제의 작동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 하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성장하는 기업활동의 자유를 지지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기업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에 대한 제도 마련으로 기업 규모 성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중견기업이라는 범주에 대한 법적 정의 마저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발전법 상 중견기업의 개념이 도입되었지만 그 외 어느 법령에도 중견기업에 대한 언급 없이 기업 구조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만 분류하고 있어 중소기업을 갓 졸업한 중견기업의 피해는 막심하다. 먼저 중견기업에 대한 법제정비가 이루어 진 후 중견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한 보호주의적 정책지원이 아닌 기업들의 자발적 투자 확대를 통한 성장 촉진형 지원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ㆍ중ㆍ소기업 모두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업정책구조 마련되어야
 
기업은 대ㆍ중ㆍ소 규모의 크기에 따라 좋은 기업, 나쁜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다. 기업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또 얼마나 우수한 일자리를 창출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였는가를 바탕으로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더 많은 부가가치와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모두 자유롭게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이 정책지원에 의존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전환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각종 대기업 규제는 완화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중견기업에 대한 개념 정립과 정책적 관심으로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기업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시정,“주요 법률에 나타난 규모별 기업규제 현황과 과제”, 자유기업원, 2009.
윤봉수 외,“중견기업 경쟁력 강화방안 연구”, 한국중견기업연합회, 2008.
홍석일,“최근 10년간 제조 중소기업의 기업규모별 발전 특성과 정책적 시사점”, 산업연구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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