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대학 재정 지원 중단해야

신중섭 / 2011-11-24 / 조회: 4,329
1. 문제 제기


대학에 대한 국가 지원이 확대될 전망이다. 2011년 4조 9,720억 원이던 정부의 고등교육예산이 2012년에는 5조 8,716억 원으로 늘어난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려면 2011년 예산에서 6조원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도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반값등록금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여당에서 나온 반값등록금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대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정부는 여론에 밀려 등록금 인하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2012년 예산에 1조 5천억 원을 반영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립대학의 반값등록금을 시장 선거 공약으로 내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어 시장에 취임하고, 서울시립대학 학생들이 서울시장의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공약실현을 위해 서울시립대의 반값등록금을 실제로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다시 반값등록금이 선거 공약으로 등장하고, 여야를 막론하고 표를 위해 이를 실현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시립대와 서울의 다른 사립대학의 등록금을 비교해보자. 시립대학생들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477만 5000원이다. 이에 비해 서울 시내의 다른 사립대학 학생의 1인당 평균 연간 등록금은 건국대가 833만 7000원, 고려대가 846만 1000원, 연세대가 869만 2000원, 이화여대가 869만 원이다. 국립인 서울대도 628만 8000원이다. 
현재도 다른 대학보다 등록금이 저렴한 서울시립대학이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면 그 격차는 더 크게 날 수밖에 없다.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182억 원이다. 2011년에 서울시는 서울시립대학에 640억 원을 배정하였지만, 반값등록금을 실현하려면 2012년에는 그만큼 더 올려서 지원해야 한다. 이 돈은 모두 서울 시민이 낸 세금이다. 서울시립대학 재학생이 이런 혜택을 받아야 할 근거는 무엇인가?


반값등록금의 문제는 서울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대학등록금 완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대학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법안을 이번 정기 국회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등록금 인하 정책에 더 적극적이다. △차상위 계층 대상 장학금을 복원하고 장학금 수혜 대상을 소득 하위 10%까지 확대하는 데 2800억 원, △저소득층 성적우수 장학금 약속이행에 1000억 원, △취업 후 학자금 대출 상환제의 대출금 인하(5.7%→3.0%)에 520억 원, △근로장학금 확대에 750억 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내년 선거철에는 반값등록금이 아니라 대학과 대학원 무상교육 공약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약 10조 원 이상의 국민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정부는 2012년도 교육 예산으로 52조 9,426억 원을 편성하고, 이 가운데 고등교육 예산으로 5조 8,716억 원을 편성하였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여 18.1%가 늘어난 것이다. 고등교육 예산 가운데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정책을 위한 국가 장학금으로 1조 5천억 원을 편성하였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2. 대학 교육은 자기부담을 원칙으로


만약 국공립대학이나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이 높아진다면 그것에 비례하여 대학에 대한 정부의 간섭도 늘어날 것이다. 국민의 세금인 국가의 재정이 투입되는 곳에 정부가 지원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치에 어긋난다. 정부의 세금이 투입된 곳에는 국가가 국민을 대신하여 관리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도 국ㆍ공립대학은 물론이고 국가의 재정적 투입이 크지 않은 사립대학에 대해서도 국가의 감독과 통제는 엄청나다. 그동안 우리의 고등교육은 국가의 배급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대학의 입학 정원과 등록금, 심지어 교육과정까지 통제해 왔다. 모든 대학에 3불 정책을 강제하고 등록금은 일정 수준 이상 인상하지 못하게 강제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인하 정책’이나 ‘반값등록금’을 통해 정부가 대학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확대한다면 정부의 간섭이 더욱 확대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등록금 인상도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정부 지원액에 맞추어 정부와 협의하여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립대학에 정부의 지원금이 들어가면 등록금뿐만 아니라 대학의 학사운영에도 정부가 깊숙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학사운영은 예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대학이 자율성을 확보하려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학교육의 혜택은 교육을 받은 학생에게 돌아간다. 대학교육을 받아 그것을 근거로 좋은 직장에 취직한다면 그것의 1차적 수혜자는 당사자이다. 대학교육의 수혜자가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라면 당연히 그 비용도 학생이 부담해야 한다.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다른 사람이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대학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학생들이 스스로 부담한다면 그들은 뚜렷한 계획과 목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스스로 부담할 때 그 선택을 신중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부담이 줄어들수록 선택에 대한 합리적 사고를 덜 하게 된다. 대학등록금을 학생 스스로 부담하게 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대학진학률이 줄어들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은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정부가 대학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중단하면 자연스럽게 통제와 간섭이 사라지고 대학의 자율성이 확장될 것이다. 자율성을 획득한 대학들은 학생들로부터 선택을 받기 위해 서로 경쟁할 것이다. 대학들이 경쟁하면 자연스럽게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목적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 목적에 맞추어 다양한 대학이 운영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대학의 다양성이 증대될 것이다.


3. 국ㆍ공립대학교를 민영화해야


국ㆍ공립대학은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 KAIST의 경우 무료이다. 2010년의 경우 서울대학교는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 1인당 교육비가 3천 3백만 원을 넘었다. 학생들의 1년 등록금이 600만 원 정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큰 혜택을 본다. 다른 국립 대학교의 경우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서울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국가로부터 역시 큰 혜택을 본다. 그렇다고 국립 대학교 학생들이 졸업 후에 국가에 어떤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다. 국립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이 입학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국ㆍ공립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가계 소득이 사립대학교에 입학한 학생들과 비교하여 낮은 것도 아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 비율이 국민 전체 전문직 종사자의 자녀 비율과 비교하여 훨씬 높았다. 경제적으로 소득이 높은 집안의 자녀들을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비교적 잘 사는 계층에 속한 학생들에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세금을 거두어 강제로 이전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 정의에도 어긋난다. 이것을 바로잡으려면 국ㆍ공립대학들을 모두 민영화해야 한다.


물론 국가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설립한 대학의 경우에는 학생들에게 무료 교육의 혜택을 주고 졸업한 후에 일정 기간 국가를 위해 복무하게 할 수 있다. 현재 사관학교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가가 특수 목적을 가지고 인재를 양성하는 경우에는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적용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4. 대학은 정치 논리에서 해방되어야


반값등록금의 지지자들은 국가가 반값등록금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여 복지정책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복지는 국민의 권리이기 때문에 대학 교육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덧붙여 기회균등이 보장되어야 정상적인 자본주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값등록금의 시행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이렇게 반값등록금에 목을 매는 이유는 표 때문이다. 2010년 4년제 일반 대학의 학생수만 200만 명이 넘었다. 전문대학, 교육대학, 방송통신대학, 산업대학 학생까지 합치면 3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표심은 총선과 대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반값등록금은 철저하게 대학생의 표를 획득하기 위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이제 대학을 정치 논리에서 해방시켜 대학에 자율성과 책임의 원칙을 부여해야 한다. 교육도 하나의 재화이기 때문에 그것의 공급과 수요를 시장의 원리에 맡기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으로 더 좋은 교육이 제공될 것이다. 교육은 공공재라는 그릇된 원리에 입각하여 정부가 대학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한 교육의 가격은 올라가고 질은 내려갈 것이다.


정부가 할일은 시장이 제공하는 교육을 부담할 수 없는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교육비를 제공하고, 시민들이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교육 시장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이다.


5. 참고 문헌


이새샘, 이동영 외, ‘물꼬 터진 대학 ‘반값 등록금‘‘, 『조선일보』, 2011.11.03.
복거일, 『2002 자유주의 정당의 정책』, 자유기업원, 2002.


신중섭 / 강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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