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지주회사 설립,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전삼현 / 2011-09-08 / 조회: 3,289
1. 지주회사 규제와 공정거래법 개정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표류하는 동안 중간지주회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간지주회사란 기존 지주회사의 지배를 받는 동시에 다른 사업자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는 지주사를 말한다.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는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금융지주회사법 제7조 제1항 1호), 일반지주회사는 공정거래법이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원천적으로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에 중간금융지주회사 역시 둘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5호). 반대로 금융지주회사도 일반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중간지주회사를 역시 설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4호). 그러나 일반지주회사의 중간일반지주회사 설립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3항 1호).


따라서 현행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 및 전환하는 행위나 일반지주회사가 중간일반지주회사를 설립 및 전환하는 행위는 가능하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가 중간일반지주회사를 지배하거나 일반지주회사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금융지주회사와 일반지주회사간 교차형 중간지주회사 설립 및 전환을 금지시키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금산분리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1년 3월 국회에 상정되어 법사위에서 심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단, 지주사 체제를 선택한 기업집단 가운데 보험사 포함 금융사를 3개 이상 보유하거나 금융사 자산합계가 2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중간금융지주사를 통해서만 금융지주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관치금융의 전형으로 여겨진 금산분리정책이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특정 그룹에 대하여는 이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2. 근본적 장애요인 제거하는 법개정 필요


최근 정부는 기업들에게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일반지주회사도 금융기관을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한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를 믿고 12개의 기업이 지주회사로 전환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법개정안이 2년의 유예기간이 다되도록 지연되면서 이들 일반지주회사들이 금융기관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SK그룹의 SK증권과 CJ그룹의 CJ창업투자, 두산그룹의 두산캐피탈 등 11개 일반지주사의 17개 금융자회사들은 별도로 공정위로부터 2년간의 연장승인을 받지 않는 한 헐값에 19개의 금융기관을 매각하거나 아니면 과징금이나 형사처벌을 받아야 할 위기에 처해졌다.


특히, SK는 SK증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예기간이 2011년 7월 2일까지여서 연장승인기간을 경과하여 매각명령 또는 과징금이나 형사처벌대상이 되었으며, CJ는 CJ창업투자 보유유예기간이 2011년 9월 3일까지, 그리고 두산은 네오플럭스, 두산캐피탈, 네오플러스제일호PEF 등 3개 금융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유예기간이 2012년 12월 31일까지로 되어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에게 있어 신속한 법개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더욱 문제되는 것은 현재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은 일반 대기업들로서 다수의 금융사를 지배하고 있는 기업집단의 경우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사를 3개 이상 보유하거나 금융사 자산 합계가 20조원 이상인 경우엔 중간금융지주회사 의무적으로 설립하여야 하고, 이들은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아 금융규제의 대상이 되게 된다.


지주사 전환을 선택한 기업집단 가운데에는 이에 해당되는 곳이 없는 상태이나 향후 삼성이나 롯데ㆍ한화 그룹 등이 지주사로 전환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의무적으로 설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하는 경우 지주회사체제 안에 있는 모든 회사를 합산한 자기자본 비율 규제와 대주주 신용공여한도 설정, 지주회사 차원의 경영실태 평가 등 금융지주회사법에 의한 통합 건전성 감독(consolidated supervision)을 받아야 하며, 설립 시 대주주의 출자능력과 경영능력에 대한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행법상으로는 금융기관을 소유한 일반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싶어도 금융기관의 처분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점을 감안한 개정안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인 법개정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반드시 설립하여야 하는 의무조항 때문에 선뜻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즉,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 공정거래법상 자회사가 될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40%이상 소유하여야 하며 자회사가 될 회사가 상장회사인 경우에는 그 회사의 주식을 20% 소유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규정 (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2호)과 자본총액대비 200%의 부채비율 요건(공정거래법 제8조의2 제2항 1호)을 충족시켜야 하는데 이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려운 경우 이번 법개정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이 진정으로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입법노력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하여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3. 중간지주회사 설립,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사실 지주회사규제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제도로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법으로 통제하는 후진적 관치경제라는 지적들을 많이 받아 왔다. 특히, 지주회사규제가 우리나라에서는 금산분리정책의 핵심적 요인이 되다보니 정치적 조류의 영향 또한 많이 받아왔다.


물론, 시장이 개방되기 이전에는 지주회사가 자칫하면 시장의 독점은 물론이고, 경제력 집중의 중요한 원인이 되어 내수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WTO체제 출범 이후 자본시장이 전면 개방된 현 시점에서는 더 이상 지주회사의 폐해를 논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1년 먼저 지주회사를 허용하면서 더 이상 아무런 규제를 가하고 있지 않는 일본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일본이 우리와 다른 길을 간 이유는 무엇보다도 글로벌화된 시장에서 자국기업에 대한 규제는 역차별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명분으로 복잡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당연히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시장의 변화에 지주회사규제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한 보험지주회사규제 등과 같은 부작용이 현실로도 나타난 바 있다.


따라서 정부가 이번 법개정을 통하여 진정한 의미에서의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실현하고 시장의 수요를 반영한 지주회사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중간지주회사의 설립을 기업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4. 자회사 주식소유비율 하향 조정필요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하여 일반기업들이 금융기관을 순환출자형태로 지배하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도 실현가능한 입법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대기업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주식소유비율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지주회사체제를 택한 대기업그룹들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로 국내기업들의 주식가격이 급락한 시점에서 비교적 용이하게 지주회사가 자회사주식을 저가로 매수하는 것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현재, 더욱이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어가는 현시점에서 지주회사체제를 택하지 못한 대기업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법과 정부기 그룹의 사운을 건 모험을 감행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주식소유비율 40%을 30%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처럼 현재 다수의 금융사를 지배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주사로 전환하지 않은 일반 대기업들 중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사를 3개 이상 보유하거나 금융사 자산 합계가 20조원 이상인 경우엔 중간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강제하는 것은 오히려 이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하여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순환출자를 통한 금융계열사지배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을 좌절시킬 수 있다.


정부가 의도하는 데로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를 실현하고 순환출자를 통한 경제력집중의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스스로 연착륙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보험사를 포함해 금융사를 3개 이상 보유하거나 금융사 자산 합계가 20조원 이상인 기업들에게도 중간금융지주회사의 설립여부를 임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김희철,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중간금융지주회사”도입방안에 관한 소고, 경영법률 제21집 제1호, 한국경영법률학회, 2010.10.
백정웅, 공정거래법 개정안 중 중간지주회사도입에 대한 검토, 상사법연구 제29권 제3호(통권 제68호), 한국상사법학회, 2010.11.
전삼현, 공정거래법 개정, 한시가 급하다, keri칼럼, 2011.01.07.
EBN산업뉴스, 2011년 6월 24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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