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교육자치제도 일원화
1. 문제제기
2010년 지방선거의 일환으로 치러진 교육감 선거와 교육의원 선거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폐해를 드러냈다. 교육감 선거 과정 자체의 문제, 이를테면 정당추천 배제에 따라 기호도 소속도 없는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 등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야기된 유권자들의 혼란, 교육의원 선거의 법리적 문제점과 존재 이유에 대한 의구심 등이 그것이다. (지난 번 선출된 ‘교육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 한정한다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에 따라 다음 선거부터 폐지하기로 이미 법 개정이 이루어졌으므로 교육의원 문제는 다루지 않겠다.)
게다가 민선 교육감들이 정치적 중립성과 정당추천 배제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도 ‘직선’에 따른 정치적 계산과 의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치적인 선심 공약과 교육적 맥락에서 정당화하기 어려운 정책들을 내놓게 된다. 대표적인 공약이 무상급식의 전면실시이다. 당선 후에도 직선 교육감들은 유권자들을 의식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직선에 의하여 동시에 선출된 시·도지사와 끊임없는 마찰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학교용지부담금’, ‘무상급식 재원 확보’ 등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와 같은 시·도지사와 교육감 간의 대립 갈등은 여러 가지 원인에 기인한다. 방금 지적한 교육감 선거에 따른 여러 정치적 계산도 있지만, 교육행정체제의 이원화가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교육행정체제의 이원화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교육자치제도의 이원화이다.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자치행정과 교육감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자치행정이 따로 존립하는 것을 가리킨다.
대통령 선거에는 지방교육행정체제를 일원화하고 이에 부합하도록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는 공약이 나와야 하며, 대통령 당선 후에 이 방안은 실행되어야 한다.
2. 교육자치제도 이원화의 부작용
시·도지사를 중심으로 하는 일반자치행정과 교육감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자치행정의 이원화에 따른 문제점과 부작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이원화된 교육행정지원체제에서는 구조적으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없다. 일반 행정과 교육행정 양쪽의 행정효율성은 물론이고, 구조조정과 같은 인원감축에 있어서 행정효율과 효과를 낼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재정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는 시·도지사는 재정 대비 효율성을 주장하는 반면에, 교육감은 교육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둘째, 현행 이원화된 지방교육행정체제에서 재정 부담자가 교육재정 및 교육투자 대비의 교육청의 책무성을 현실적으로 물을 수 없다. 특히 시·도지사의 책임행정 구현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지방세입과 중앙으로부터의 교부금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교육재정에 재원 조달을 하여 기여만 하고, 책무성을 물을 수 없는 구조 때문이다.
셋째, 재정을 부담하는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을 집행하는 교육청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없다. 2009년 경기도에서 발생한 학교용지부담금 문제의 경우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을 집행하는 교육청 간의 갈등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행·재정적 연계 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지방자치로 인하여 나타난 중복된 심의의결 구조를 거쳐야 한다. 무상 학교급식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교육감이 주장하는 무상 학교급식의 경우 학교급식 예산을 관할 시·도와 시·도의회의 견해와 의결에 관계없이, 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추진하고자 한다. 적어도 무상급식 전면실시 또는 무상 학교급식 대상자 확대는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행·재정적 연계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안임에도 밀접한 연계는 찾아볼 수 없다.
3. 교육자치제도 일원화의 필요성
먼저 교육자치제 일원화의 장점은 바로 앞 절에서 소개한 단점을 거꾸로 보면 된다. 즉 일원화의 장점은 교육행정지원체제의 효율성 제고, 교육재정 및 교육투자 대비 책무성 확보,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의 갈등 해소, 일반행정과 교육행정, 지방자치와 교육자치의 행·재정적 연계 강화를 들 수 있다.
첫째, 선진 각국의 교육행정 추이가 지방장관의 교육행정을 감독하는 추세로 가고 있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1> 선진국의 교육행정 추이
미국 | 영국 | 일본 | 독일 | |
광역 | - 교육위원: 주 지사가 임명 또는 상원에서 동의를 얻어 임명(35개주) - 교육감: 주교육위원회에서 임명(25개주); 주지사임명(8개주); 주민직선(14개주) | - 교육위원: 광역의회에서 구성 - 광역의회 동의로 지사가 임명 | - 교육위원: 지사가 지방의회 동의로 임명 - 교육장: 교육위원회가 교육위원 중 임명 | - 주 교육문화부에서 관장: 철저한 지방분권에 따라 이루어짐 |
기초 (학구) | - 교육위원: 주민직선 또는 단체장 임명 - 교육장: 교육위원회가 공모하여 임명 | - LEA: 지방의원과 전문가로 구성 - 교육장: 전문가 선임 | - 교육위원: 기초단체장이 지방의회 동의 얻어 임명 - 교육장: 교육위원 중에서 호선 | - 지방의회의 교육위원회 |
둘째, 지방자치의 기원과 과거의 선례로 보아도 일원화 방향으로 개정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선례를 보아도 1948년 지방행정직제에 따라 서울과 도에 학무국이, 1961년에는 교육국이 설치된 바 있다. 이처럼 당초 올바른 방향에서 출발했던 것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 교육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이원화된 것이다.
셋째, 민주화 과정에서 별 심각한 논의 없이 도입된 이원화는 민주주의와 주민자치의 실현을 위한 최선책으로 볼 논거가 되지 않는다. 1980년대 이후 정치의 민주화의 결과가 교육행정영역에서의 지방교육자치에 기여한 점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교육감 직선제가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한다고 보기에는 여러 문제가 노정된다.
넷째, 지방자치의 법리상 해석으로 볼 때, 교육감의 임면권은 도지사에게 부여하는 것이 합당하다. 모든 지방행정조직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보조기관이고, 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의 실현체로서 지방자치 단체의 일환이므로 원칙상 시·도지사의 관할 기관이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직선에 의하므로 교육청의 독립적 운영권이 보장되고 선출직 공무원의 권한이 무한 행사되는 등 확대 해석의 부작용이 도출된다.
다섯째, 교육전문성 제고에도 이원화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원화만이 교육전문성을 보장하고 일원화는 교육전문성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교육감은 교육감을 보좌하는 교육행정직, 전문직, 교원들과 마찬가지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한다.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위를 직선에 의하여 선출해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해야
따라서 지방교육자치제 일원화을 위하여 제안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감은 시·도지사가 지명·추천하여 이를 시·도의회가 인준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선출한다. 즉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한다. 아울러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 안에 일원화한다.
둘째,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따른 여러 가지 우려, 즉 교육민주화와 헌법적 가치인 교육의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지방교육자치 일원화 체제와 함께 교육행정체제와 조직을 개편한다.
4. 실천과제
위의 두 가지 제안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천과제를 정책적 측면과 법제적 측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이어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천과제를 제시하도록 한다.
정책적 측면
첫째, 교육행정조직의 일원화를 위한 근본 조치로 교육감은 시·도지사가 지명·추천하고 시·도의회가 인준하여 선출하도록 한다. 이 경우, 교육민주화 훼손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민주화 역행 논란은 근거가 희박하다. 시·도의회 의원들은 국민들이 직선에 의하여 선출한 대의기관이다. 시·도지사의 지명·추천 받은 후보자가 이들의 인준을 거치도록 한 것은 시·도지사의 독선을 견제하고 민주적 절차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교육부장관을 직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해서 교육전문성과 민주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게다가 교육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도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주는 방법이기도 하다.
둘째, 교육행정조직 일원화의 효율성 제고를 위하여 각 시·도 행정기구 안에 ‘교육국(가칭)’을 설치하도록 한다. 이 경우, 광역시·도의 교육국의 대 교육청 관계는 중앙정부의 ‘세제실’의 대 국세청 관계, 또 법무부의 검찰국의 대 검찰청 관계에 유비할 수 있다.
셋째, 이원화된 교육행정조직의 일원화에 따른 교육청 위상을 재정립하도록 한다.
넷째, 광역 행정기구의 교육국과 교육청의 관계의 올바른 정립을 위하여 교육청의 교육전문직을 개편한다.
다섯째, 교육감 직선제 폐지에 따른 교육자치 훼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하여 교육감의 인사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다만 일원화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도지사의 인사권을 감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는 검찰총장의 독립권이 보장되지만 검찰청 감독권이 법무부 장관에게 부여되는 것에 유비할 수 있다.
여섯째, 교육의 전문성 제고를 위하여 기존 일반공무원과 별반 차별화되지 않았던 교육행정직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한다.
법제적 측면
첫째, 교육감의 직선제가 아닌 시·도지사의 추천에 따른 시·도의회의 인준에 따른 선출을 위한 ‘공직선거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등을 개정한다.
둘째, 시·도 행정기구 안에 교육을 총괄하는 부서를 두도록 하는 ‘지방자치법’ 및 시행령을 개정하고, 일원화에 따른 지방재정의 책무성 강화를 위하여 ‘지방재정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한다.
셋째, 시·도지사의 책무성 강화 방안의 하나로 마련된 교육청의 인사권 감독을 명문화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한다. 교육감의 인사권 보장을 명문화하기 위하여 근거 조항인 ‘지방교육자치에관한 법률’ 제30조의 개정과 아울러 대통령령인 <지방교육행정기관의 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다.
넷째, 교육청의 전문직 개편과 교육행정직의 전문화를 위한 조치로 교육전문직 개편 관련 근거법인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을 개정하고, 이에 따라 ‘교육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하고, 그밖에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교육공무원징계령’ 등을 개정한다.
실행방안
첫째, 지방교육자치를 위한 인사권 독립을 위하여 교육감의 인사권 보장 및 광역 시·도지사의 인사권 감독을 강화한다. 다음 실행방안을 마련한다. 교육감의 인사권 강화를 위하여 기존 중앙부처 국장이 보임 파견된 광역 교육청 부교육감을 교육감이 임면한다. 이와 함께 부교육감을 포함한 교육청 실·국장 임면 등 실질적인 교육감의 인사권을 보장한다. 한편, 부교육감 임면은 교육감이 하되, 시·도지사의 승인을 거치도록 함으로써 교육감의 독주를 예방하도록 한다.
교육자치 원리에 부합하도록 교육부 본청 근무 교육전문직은 교육감이 선발이 아닌 교육부장관이 선발하도록 한다. 즉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교육전문직 상호 인사이동을 금한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의 경우, 현행 기획관리실장 및 교육자치국장의 임명권이 중앙부처인 교육부에 있는 것을 교육감에게로 환원토록 한다.
현행 공립학교 교원의 신분이 국가공무원으로 되어 있는 것을 지방자치의 원리에 맞게 지방교육공무원으로 전환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교육감의 인사권이 보장되도록 한다. 이를 통하여 교육청별 독자적인 인사시스템과 보수 체제를 확립하도록 하고, 교육감이 단위학교의 책무성과 교육청 및 산하 기관의 책무성을 제고하도록 한다.
둘째, 교육전문직의 개편은 다음과 같은 실행방안을 추진한다. 장학직과 연구직으로 구분된 현행 교육전문직과, 교감-교장 직렬 간의 상호 이동을 금지하도록 한다. 현실적으로 직렬 간 전직은 교감 승진 및 교장 인사정체 해소로 활용되어 왔으며, 상호 전직이 가능한 현 상황은 최근 발생한 교육청 인사 비리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할뿐더러 전문성 제고와는 무관하게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장학직렬과 교육연구직렬의 업무를 장학직렬의 경우 교육청 및 각급 학교의 장학, 교육감독, 평가 업무에, 연구직렬의 경우 학교교육, 평생교육 등의 교육현장 연구를 전담하도록 업무를 분화시켜 명문화하고, 그 자격 요건으로 교사자격 소지자로서 교육경력 5년 이상(최소요건)인 자 중에서 교육감이 교육청 단위로 선발하도록 한다. 교육전문직으로 전직 이후 교감-교장 직렬로 전환은 불가능하도록 한다. 단, 제도 개선의 과정에서 한시적으로(1-2년간) 장학직렬과 교육연구직렬에서 교감-교장 직렬로 전입되는 것만을 허용하되, 이후는 상호 전입불가 원칙을 준수하도록 한다.
셋째, 교육행정직의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한다. 기존 일반공무원과 별반 차별화되지 않았던 교육행정직의 전문화·차별화한다. 특히 교육행정직 업무를 장학직렬(장학, 교육감독, 평가 업무) 및 교육연구직렬(학교 교육, 평생교육 등의 교육현장 연구)과 달리 교육지원 업무를 담당케 하고 이를 명문화하여, 교육전문직으로부터 상호 전직을 금지시킨다.
교육행정직 전문성 강화를 선발을 별도로 하되, 교육행정체제 일원화를 통한 시·도 교육국과 교육청 간의 인사교류가 가능하도록 한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경우에도 교육부와 교육청 간의 상호 인사이동을 금한다.
김정래 / 부산교육대학교 교수
<참고문헌>
김정래, 학교급식법 개악을 통해 본 국가의 교육독점: 학교급식법의 문제점과 재개정 방안, 자유기업원 CFE Report No. 18, www.cfe.org, 2007.
김정래, 헌법상 교육관련조항 분석, 경기개발연구원, 2010.
김정래, 지방교육자치기구 개편에 관한 비판적 검토, 경기개발연구원, 2010.
김정래, 교육책무성 강화를 위한 교육평가체제 개선방안, 경기개발연구원, 2010.
김정래, 교육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 자유기업원 CFE Report No. 152, www.cfe.org, 2011.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150 | 중간지주회사 설립, 기업의 자율에 맡겨야 전삼현 / 2011-09-08 |
|||
149 | 평준화 정책 폐지해야 김정래 / 2011-08-24 |
|||
148 | 노융산업(勞融産業) 육성으로 고용을 늘리자 박기성 / 2011-08-18 |
|||
147 | 법인세제를 단일세율로 바꾸자 현진권 / 2011-08-11 |
|||
▶ | 교육감 직선제 폐지와 교육자치제도 일원화 김정래 / 2011-08-04 |
|||
145 | 하도급법상 징벌배상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전삼현 / 2011-07-20 |
|||
144 | 재정준칙을 법률로 만들자 현진권 / 2011-07-14 |
|||
143 | 지방분권:국가체계를 다시 짜자 현진권 / 2011-07-07 |
|||
142 | 지방세법 시행령 개정안 평가 및 과제 김상겸 / 2010-08-12 |
|||
141 | 오픈프라이스제,제조업자의 가격표시는 자율에 맡겨야 정기화 / 2010-07-22 |
|||
140 |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방안에 대한 평가-선물환 포지션 규제를 중심으로 윤창현 / 2010-06-30 |
|||
139 | 국공립 의료기관을 민영화해야 전용덕 / 2010-05-27 |
|||
138 | 의료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규제개혁 최승노 / 2010-04-29 |
|||
137 | 서울시 지방세 간소화방안의 평가와 그 과제 박정수 / 2010-04-22 |
|||
136 |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 정착할 수 있는가? -친(親)서민 정책의 그림자- 조동근 / 2010-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