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국가체계를 다시 짜자

현진권 / 2011-07-07 / 조회: 3,225
1. 지방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


지방분권과 관련된 많은 정책은 지방이 약자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강자인 중앙은 항상 약자인 지방을 도와야 한다는 것이 지방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지방입장에서는 중앙으로부터 받는 도움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이익이므로, 항상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재정자립도’이다. 이 지표는 자주재원을 자주재원과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을 합한 전체재원으로 나눈 값이므로, 중앙정부에서 재원을 많이 이전할수록 재정자립도는 떨어진다. 지방은 재정자립도가 낮아졌다고, 다시 중앙의 이전재원을 더 많이 요구한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호화청사가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 자치단체의 청사건립비용은 해당 주민들이 부담하지 않고, 국민 부담인 중앙정부의 이전재원으로 이어지면 지방정부가 호화청사를 짓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이다. 중앙과 지방간의 재정분담에 원칙이 없다보니, 먼저 먹는 자가 임자인 원칙으로 대체되었다. 특히 국민의 부담으로 이루어지는 공항 등 국가사업이 지방에 할당될 때 마다 맹목적인 지역주의로 인해 국가가 분열되고, 후유증도 심각한 실정이다.


지방자치제도는 1995년에 지방자치단체장을 직접선거로 뽑게 됨에 따라 정치적 분권을 이루었다. 그러나 분권은 정치적 분권과 함께 재정적 분권이 뒷받침되어야 그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은 재정분권에 대한 개념도 없거니와, 재정분권에 대한 청사진도 없는 실정이다. 참여정부 시기에는 ‘재정분권’과 ‘지방발전’을 같은 정책목표로 생각하고, 재정분권이 마치 지방에 재원을 많이 이전하는 것으로 접근하는 오류를 범했다. 재정분권은 지방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지방발전을 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재정분권을 생각하며, 재정분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전재원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재정분권은 재정측면에서 중앙과 지방간의 관계를 의미하며, 재정분권을 통해 지방이 발전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2. 왜 재정분권이 이루어져야 하나


지방분권은 여러 가지 분권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달성할 수 있다. 한국은 정치적 분권은 이루었지만, 이는 외형적인 분권이다. 실질적으로 분권기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정분권이 실현되어야 한다. 재정분권은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받는 원칙이다. 지방이기 때문에 권한만 받고, 책임을 가지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절대 달성할 수 없다. 한국에서 만연하는 지방과 관련된 문제는 결국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는 재정분권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결국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에 맞추어 주민들이 가장 원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이룰 수 있다. 주민들의 부담이란 지방세이며, 지방정부는 지방세 정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taxing power)을 가져야 한다. 지방세를 통한 재원을 효과적으로 집행했는가에 대해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평가받게 된다. 자신의 소득보다 지출을 더 많이 했을 경우에 민간부문에서는 파산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지방정부 측면에서도 파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중앙의 지원이 항상 탄력적으로 집행되므로, 절대 지방정부의 파산이 없다는 확신이 존재하면, 절대 재정분권은 이룰 수 없다.


3. 재정분권으로 가는 길


지방의 단위를 다시 설정하자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서울-부산 간에 2시간에 갈수 있는 시대이다. 지방단위는 결국 경제권을 의미하며, 이는 교통시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따라서 교통이 발전함에 따라 경제권을 커질 수밖에 없다. 현행 지방권역의 구분은 기차와 전보 등에 의존한 과거시대의 구분이며, 경제권과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권역과 행정권역이 일치하지 않음으로 인해 정부의 행정비용을 낭비할 따름이다. 행정권역이 많으면, 많을수록 정치인에게는 사적이익을 주지만, 그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부담하게 된다. 행정권역을 경제권역에 맞추어 재설정해야 하는 당위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정치인들의 이해에 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은 정치인들의 정치적 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지방단위를 재설정하는 작업은 국가체계를 다시 정립하는 기초 작업이다. 이는 최고 정치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개방화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높이면서, 정보화 시대를 잘 활용하여 가장 효율적인 정부체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100년의 지역구분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기능을 재정립하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을 재정립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해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교육과 치안이 중앙정부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교육과 치안은 지방정부에게 넘겨야 한다. 특히 현행 교육은 교육행정과 지방행정이 완전히 분리되어 운영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들로 부터 평가받는 항목 중에서 교육정책은 제외되어 있다. 지방교육정책의 집행도 지방자치단체와는 별개로 지방교육청이 담당하고 있다.


재정분권은 세입분권과 세출분권으로 나눌 수 있다. 교육과 치안을 지방정부에 넘기는 것은 세출분권의 일환이다. 그러나 지방정부마다 능력 면에서 매우 상이하므로, 일률적으로 모든 지방에게 교육과 치안의 자주권을 넘길 필요는 없다. 비교적 세입분권이 높은 서울, 경기도 등과 같은 지방정부에게 우선적으로 교육과 치안에 대한 세출분권을 넘겨도 좋다. 교육과 치안의 행정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되며, 단체장은 이들 서비스를 통해 주민들의 심판을 주기적으로 받는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다.


조세정책 권한을 지방정부에 부여하자


현재 지방정부의 세입분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입분권이란, 스스로 주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입법권을 의미한다. 현재 지방세는 지방정부에게 귀속되는 세목이지만, 조세입법권이 국회에 있으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지방세라고 할 수 없다. 지방정부 간에 조세경쟁이 가능할 때. 비로소 지방정부 간의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 경쟁도 가능한 것이다. 경쟁은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며, 이것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해당주민에게 부담시키는 지방세 수준을 결정하는 입법권을 가져야 한다.


4. 실천과제


전국의 행정권역을 경제권과 가능하면 일치시켜 5개 정도로 구분한다. 5개 지방정부는 분권체계 하에서 중앙정부와 서로 다른 기능을 한다.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 등에 치중하고, 주민서비스와 관련된 권한은 모두 지방정부에게 넘긴다. 특히 세출분권으로서, 교육을 지방정부의 기능으로 재편한다. 따라서 현재 이분화된 교육행정과 지방행정체계를 일원화시켜, 지방자치단체장이 교육정책에 책임을 지도록 한다. 세입분권으로는 이미 도입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 수준을 높이는 만큼, 지방교부금의 규모를 축소한다. 아울러 세율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조세권한을 부여한다.


 


현진권 /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참고문헌>


이영, 현진권,“한국의 재정분권 수준은 과연 낮은가?”, 『공공경제』제11권 제1호, 한국재정공공경제학회, 2006, p. 93-120.
현진권,“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도입의 선결과제는?”, CFE Viewpoint, No. 105, 자유기업원.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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