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협정과’온실가스 환경평가의 의의

조영일 / 2010-01-15 / 조회: 7,204
정책배경: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초의 법적 이행수단


기후변화가 국제정치의 의제로 부상하고, ‘온실가스’(온실효과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지 오래다. 한국 정부는 2008년 광복절, 미국 정부의 ‘그린 뉴딜’에 앞서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언했다. 2009년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제15차 당사국총회(COP15)에서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설립 계획을 천명하면서, ‘나부터(me first)를 강조했다. 총회에 앞서 이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을 공언했다. 이는 2005년 기준 4% 감축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개정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에 의거, 2010년 1월 1일부터 환경영향평가 항목에 ‘온실가스’를 추가한 것은 시의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이미 2년 전 국무조정실에서 기후변화 4차 종합대책에서 온실가스를 평가항목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에서 지구온난화의 원인물질로 규정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이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 과불화탄소(PFC), 육불화황(SF6) 등 6개 물질이다.


 


정책내용: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 대상과 절차


‘환경오염 사전 예방수단으로서 사업계획을 수립 시행함에 있어서 당해 사업의 경제성, 기술성뿐만 아니라 환경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환경적으로 건전한 사업계획안을 모색하는 과정이자 계획기법’이 환경영향평가제도이다. 일반적 절차는 그림과 같다.


배출물질의 환경평가(사전환경성검토 및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사업 계획에 여러 정책 및 시책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유효 수단으로 활용한다. 2010년부터 시행되는 온실가스 환경평가 대상은, 일차적으로, 고층건축물, 택지개발사업, 발전소, 폐기물처리시설, 산업단지 등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사업이 될 것이다.


온실가스의 대표 물질은 이산화탄소(탄산가스)이고, 그 배출원은 주로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에서 중점 고려사항은, (1) 에너지 사용 감축, (2)에너지 사용 효율 향상, (3) 신재생에너지 사용 증대, (4)온실가스 상쇄 및 흡수 등, 에너지 관련 사항이 된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에 필요한 조사, 예측,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 제시하고, 입지선정, 계획수립, 공사시행, 운영관리 등 사업추진 과정에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완화(mitigation)와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전대책 제시하도록 한다.


 


정책평가: 온실가스 절대량 감축보다 에너지 효율성 제고


COP15는 12일간의 마라톤협상에도 불구하고 구속력 있는 협정을 마련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고 아쉬워한다. 기후변화 대처가 순탄치 못한 원인의 일단은, 이 문제가 지구 기후라는 복잡계의 불확실성이 내포된 이슈인 동시에, 태생부터가 과학의 영역을 벗어나 국제정치 의제로 확대된 것이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산화탄소 배출 삭감은 이미 20여년 전인 1988년에도 결의한 바 있다. 물론 공수표로 끝났지만, 당시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서 이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까지 1988년 대비 20% 삭감할 것을 결의했었다. 1997년 체결되고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에서는, 의무감축국인 선진국들이 2008-2012년 중에 1990년 대비 온실가스 5.2%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준수되리라고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여전히 미국은 교토의정서에서 탈퇴한 상태이고, 캐나다는 준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4만여명이 참석하여 COP15가 열린 코펜하겐 자체가 오히려 온실가스 집중 배출장을 방출케 했다는 평가이다. 마침 영국 이스트 앙글리아(East Anglia) 대학 기후연구소의 e-메일이 해킹당하면서, 기후변화가 연구자들에 의해 과장되었다는 기후게이트(Climate Gate)가 화두가 되기도 했다. 마침내 ‘문화스모그’(Kultursmog)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내일의 기상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면서, 한 세기 후의 기후변화를 예측하여 예방한다는 것 자체가, 인간 자신의 능력의 과대평가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COP15에서는, (1) 지구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내로 제한하고, (2) 2010년 1월 31일까지, 선진국은 2020년의 감축 목표를 등록하고, 개발도상국은 삭감 행동을 담은 실행계획을 제출하며, 자체적 측정, 보고, 평가(MRV)를 거쳐 2년마다 온실가스 배출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또 (3) 2010-12년 중에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합계 300억 달러를 지원하고, 향후 2020년까지 매년 1000억 달러로 증액한다는 목표를 정한 ‘코펜하겐 협정’에 합의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와 구속력 있는 합의에는 실패했다지만, <구속력 있는 합의>는 기후가 아닌 자유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이 장차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에 편입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지만, 의무 감축국의 개념은 이미 기후변화 의제에서 희석되었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5억9천만 톤 규모로 세계 10위 안에 들고, 연평균 배출량 증가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지만, 배출량 비중은 세계 총배출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를 전술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는 대기 및 수질 관련 항목과 달리, 배출허용기준이 정해 있지 않으므로, 정량적 감축 목표 자체를 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에서도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를, 녹색성장과 에너지 사용의 효율화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온실가스의 절대 배출량 삭감이나 에너지 사용량 축소를 강요한다면 오히려 부정적 반환경적 영향만 확대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외국 사례에서도, 캐나다는 ‘기후변화 관련 환경성평가 시행지침‘을 마련해 대상사업의 기후변화 예측 및 위험성을 평가한다. 일본은 대상사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예측 및 배출 저감조치를 마련토록 하는 수준이다.


한국은 아직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미만의 후진국이다. 선진국 문턱인 3만 달러를 넘으려면, 경제발전 전략이 우선순위여야 한다. 한국의 GDP 기준의 에너지 효율은 일본의 3분의 1,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에너지효율을 경제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발전해야 비로소 향상시킨다는 경험적 사실에 근거하여, 온실가스 환경영향평가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개발계획 수립 시 다양한 환경보전대책을 제시하고, 기존 기술과의 상대평가를 통하여 온실가스 저감에 효율적인 기술/기법을 사업계획에 반영하도록 유도하더라도, 특정 기술의 강요나 부적절한 규제의 강요, 이의 실행을 위한 보조금 제도 등은 오히려 반환경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경제적인 수법이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적절한 환경규제라야 비로소 관련 기술의 창의적 개발과 발전을 촉진하게 된다. 예컨대,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에너지 단가가 기존 에너지의 몇 배나 되어 비경제적인 동시에, 원자력과 같은 기존 기술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정치적 전략이나 특정 이념이 선행하는 정책은 비경제적인 동시에 반환경적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하여 전력 생산단가가 아주 비싼 신재생에너지 시설의 설치를 확대하면, 일반 국민에게는 오히려 기회비용을 부담시키는 결과가 된다. 전력회사가 전력의 판매가보다 몇 배나 비싼 값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을 매수해야 한다면, 이로 인한 전기료 상승의 부담은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2100년의 기후 상황을 우려하고, 이에 대처해야 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지만, 2050년경이면, 석유 산출량이 급감하는 동시에, 핵융합식 원전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만일 이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지금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허수고로 판명날 수도 있는 것이다.


 

<표 1> 발전방법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발전방법

이산화탄소 배출량*(g/kWh)

수력

11

지열

15

원자력**

24

풍력

29

태양광

53

LNG복합

519

LNG화력

608

석유화력

742

석탄화력

975

* 설비, 운요요 및 발전연료 연소에서의 발생량
* * 우라늄 농축과정 포함

 

온실가스의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종합적 판단에 근거한 시행이 중요하다. 거두절미하여 단편적 사실만 과정하지 말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비용-편익의 전 과정 평가(life-cycle analysis)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술을 포함하여 녹색기술의 개발과 환경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활용하여, 녹색 및 환경 기술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인지 여부가 아직 불확실한 상황에서, 온실가스의 억지 감축보다는 기후변화에 적응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온실가스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편이 발전적이고 친환경적 전략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온실가스 중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과 인간의 호흡대사를 비롯해 생명활동의 기본 성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료: 환경부, ‘내년부터 온실가스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실시’ 2009/12/07

http://me.go.kr/kor/notice/notice_02_01.jsp?id=notice_02&mode=view&idx=171397

참고: ‘온실가스, 기후가 아닌 자유의 위기’

https://www.cfe.org/bbs/bbsDetail.asp?cid=mn200772103055&idx=19405

* Smog는 난방용으로 유연탄을 사용하던 런던의 황산화물 매연(smoke)과 안개(fog)를 합성한 신조어이다. 뒤에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이 원인인 광화학 스모그가 문제가 되었다.

 

조영일 / 연세대 명예교수

       

▲ TOP

NO. 제 목 글쓴이 등록일자
210 소비자 편익을 배제한 규제 폐지해야
곽은경 / 2022-03-17
곽은경 2022-03-17
209 정권별 재정권한, 재정준칙으로 관리해야
옥동석 / 2021-09-09
옥동석 2021-09-09
208 미래를 고민하고 정치에서 탈피하는 교육 정책으로
이성호 / 2021-09-08
이성호 2021-09-08
207 효율적인 조세구조 구축 등을 통해 국가부채를 합리화하자
황상현 / 2021-09-08
황상현 2021-09-08
206 에너지 빈곤 없는 탄소중립을 향한 원자력 육성 정책
주한규 / 2021-09-07
주한규 2021-09-07
205 주52시간제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자
이승길 / 2021-09-06
이승길 2021-09-06
204 친 노조에서 친 노동으로
최승노 / 2021-09-05
최승노 2021-09-05
203 초저출산 초고령화를 이기는 국민연금개혁
김원식 / 2021-09-04
김원식 2021-09-04
202 공기업을 수요자에게 봉사하도록 변모시켜야
김이석 / 2021-09-03
김이석 2021-09-03
201 지속가능한 복지 제도를 구축하자
김상철 / 2021-09-02
김상철 2021-09-02
200 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송정석 2021-09-01
199 대일외교를 정상화하자
신범철 / 2021-08-31
신범철 2021-08-31
198 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이진영 2021-08-30
197 국민기본보장제도 도입방안
김용하 / 2021-08-27
김용하 2021-08-27
196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박호정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