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교습, 이른바 사교육의 규제, 과연 정당한가?

김정래 / 2009-12-10 / 조회: 3,999
정책배경 및 내용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사교육비 대책의 일환으로 벌이고 있는 학원 심야영업 규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11월 29일 서울과 부산의 학부모와 학생, 학원장ㆍ학원 강사들이 “학원 수업시간을 제한하는 심야교습 금지 조례는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당국의 방침이 합헌이라고 결정을 한 것이다.


한편, 그간의 사정을 보면 서울특별시가 제정한 학원 설립ㆍ운영과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는 교습시간을 오전 5시~오후 10시로 제한하고 있고, 부산광역시의 경우는 같은 규정을 적용하며 고등학생에 한해 오후 11시까지 교습을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학원 심야영업 규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정부의 학원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은 앞으로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당국의 결정과 헌재의 판결이 학원 등에 대한 사교육 수요를 잠재울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다.


현행 학교교육이 충족시키지 못한 다양한 교육욕구를 사교육이 그나마 충족시켜 준 것에 대한 당국의 ‘철퇴’는 결과적으로 학원 수업과는 다른 유형의 사교육을 부채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당국은 학원에 이어 개인과외 시장의 불법 영업에 대해서도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교육당국은 “일제 점검”이니 “집중 지도ㆍ단속”을 펴고 있으며, 범죄수사를 방불케 하는 자신들이 입수한 “개인과외 교습자의 인적 사항과 교습 과목, 교습료, 교습 장소 변경 사항 등을 점검하도록” 한다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도, 지난 6월 말 현재 서울지역 등록학원은 1만4636개, 교습소 1만2275개, 개인과외 교습자는 1만1967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개인과외 교습자는 2007년 1만239명, 2008년 1만987명, 2009년 1만1967명으로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음을 당국의 자료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다.


당국이 이러한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대통령 측근이라고 할 정권 실세들이 사교육을 사회의 악으로 보고 칼날을 빼든 데서 비롯된다. 사실 지난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학원 심야교습을 제한할 것을 처음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부터 사교육은 당국의 제재와 감사의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돼왔다. 이는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하여 미래기획위 고위 관계자가 "사교육비 절감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라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환영을 표명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당국이 과외교습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게 된 또 다른 배경으로 학원 등 사교육관계자들의 정계 로비설이다. 즉 정치권에서는 학원계의 ‘돈 로비’ 의혹이 끊임없이 나오는 상황에서 지난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심야 교습 제한’ 발언이 당·정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백지화된 것도 하나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6월23일 국무회의 석상에서 “서민 부담을 줄이려면 사교육을 없애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뭘 하느냐. 학원 로비의 힘이 센 모양이다”라며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질타했다. 대통령이 로비설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 모양새는 결국 정권 실세들의 사교육 강경대책에 가속도를 붙여준 셈이 되어 어렸다. 그러나 학원계는 사교육 제재에 사람들을 만난 것은 인정하면서도 금전 로비 의혹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자신들의 입장 전달이 와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처럼 대통령까지 오해의 소지를 무릅쓰고 사교육 제재 방안을 강하게 주문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대통령의 ‘서민 대책’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금번 강력한 과외 단속은 서민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금년 들어서 대통령의 국정 방향이 ‘중도’를 표방하더니 ‘서민대책’을 내세우면서 지지도가 상당히 상승했다는 사실에서도 이번 강력한 과외 단속 의지의 배경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헌재 결정에 힘을 실은 과외 단속은 교육당국이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른바 합동 단속이 교육청은 물론 경찰청, 국세청, 공정위 등 수사권을 가진 권력기관과 함께 나서고 있다. 강력단속이 나오게 된 배경은 불법 고액과외가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확인한 데서 기인하고 있으나, 이는 헌재판결 등 과외 수요를 억제한 데 따른 반작용이 작용한 것은 간과하고 명분과 그릇된 원인 진단에 집착하고 있는 듯하다.


정책평가 및 대안


이번처럼 서민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교육 강경 대책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정치적 고려에서 강행된다. 이는 사교육을 잡겠다는 당국의 지난 발자취를 조금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우선, 1980년 7월 신군부가 민심을 수습하고 사회적 위화감을 없앤다며 발표한 정책 중의 하나가 교육대책이다. 그 교육대책이라는 것이 대학의 자율을 통째로 제한한 본고사 폐지와 바로 과외 금지 조치다. 이중에서 과외 금지조치는 매우 강경한 톤으로 추진되었다. 모든 과외를 불법으로 보고, 과외를 하다 적발되면 학부모와 과외교사를 형사처벌하고 명단까지 공개한다고 발표하기까지 한 것이다. 당시 대학 4학년이었던 필자는 이러한 조치가 ‘5공식 분서갱유’라는 비야냥 소리마저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과외는 없어지지 않았다. 대학생은 물론 전문 과외 교사들의 고액과외가 성행하고, 음성 수입은 증가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고액과외로 인하여 오히려 저렴한 가격에 공부할 수 있었던 서민층 자녀만이 손해를 보는 꼴이 되었다. 국가적 손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최근 상황은 어떠한가?


참여정부 시절의 사교육 대책은 민심수습이 아닌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2003년 11월, 당시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3000명에 이르는 단속인력을 동원해 이른바 ‘학원과의 전쟁’을 벌였다. 강남 대치동을 중심으로 사교육 수요가 몰린 것이 부동산 가격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 이유이다. 그러나 결과는 사교육도 잡지 못하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호언장담했던 부동산 가격을 잡는 데도 실패했다.


5공화국 시절에는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하여 ‘민심수습’을 내세워, 참여정부는 강남 때려잡기 중 하나인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사교육대책을 접근한 것인데 이번 이명박 정부에서는 ‘서민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이 모두 하나같이 ‘교육적 고려’와는 상관없는 이유이다.


교육에 몸담고 있거나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교육은 교육 이외의 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로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5공화국이나 참여정부나 이명박 정부 어디에서도 교육적 고려에 의하여 사교육 대책을 수립한 적이 없다. 모두 ‘민심수습’, ‘부동산대책’, ‘서민대책’의 일환이다. 그러면서 교육논리가 있기나 한 것인 양 주장한다. 사실 교육논리, 경제논리, 정치논리라는 것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 점을 감안해 보면, 일부 인사들이 자칭 ‘오묘한 교육논리’가 있다는 환상을 버리고 자신들이 천박하다고 비판하는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를 진지하게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당국이 단속하겠다고 하는 사교육 시장은 철저하게 시장원리가 작동한다. 수요가 늘거나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는 극히 원론적인 시장원리가 사교육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밀과외건 고액과외건 공급이 뒤따르는 작금의 사교육시장에 그대로 작동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이러한 시장원리 무시하고 ‘오묘한 교육논리’로 포장하여 사교육을 ‘악’으로 보고 무조건 휘어잡으려 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과 같은 무리한 학원 단속은 수요가 여전한데 명백하게 공급을 줄이는 정책이다.


따라서 냉철하게 살펴야 할 문제는 당국의 ‘강경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왜 사교육의 수요가 자꾸 삭아들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원인은 학교교육에 있다. 흔히 ‘학교교육’을 ‘공교육’이라고 단정하고 절대 선으로, 학교 이외의 교육을 ‘사교육’이라 하여 악인 것처럼 보는 이분법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학교교육에서도 사적 고려가 요구되는 영역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 개개인의 다양한 적성과 창의성, 장래희망, 희망하는 직업에 요구되는 독특한 능력 배양, 개인 차 등은 학교교육이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적 영역이다. 이 문제를 이제까지 우리는 학교교육을 공교육이라고 보고 규제했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교육 전반이 국가 공급(state-supply), 국가 규제(state-regulation), 국가 재정지원(state-funding)의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공교육’이라는 말이 먹혀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학교교육’과 ‘공교육’은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아무 조건 없이 상호 호환이 가능한 동의어가 아니다. 이 말은 우리나라 학교교육의 많은 부분이 국가지원과 반대급부로 국가통제와 간섭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를 공교육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사적 영역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위학교 책무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단위학교 책무성 제고는 결코 다른 데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는 선발권을 부여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학교선택권을 실질적으로 돌려주는 일이다. 이를 위하여 평준화 정책의 족쇄를 즉시 풀어야 한다. 우선 급한 대로 적어도 사립학교만이라도 평준화 정책의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다양한 유형의 학교가 ‘자생적으로’ 나타나고, 선택권이 보장되고 선발권이 행사되어 다양한 교육욕구(수요)가 충족되게 마련이다. 그러면 사교육 수요는 줄어든다. 당국이 목표로 하는 사교육비는 획기적으로 경감되고 이른바 서민대책의 목적도 달성된다.


이러한 근원적인 대책 이외에 지적하고 싶은 것은 당국의 강경대책이 합당한가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법이라고 볼 근거로 사교육이 향정신성의약품(마약)을 복용하는 것이나 전염성이 있거나 사회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경우에 해당한다면, 강력사건을 다루듯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과부하(過負荷)된 사교육 수요는 학교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결과로 드러난 것이다. 수요 예측을 잘못한 것을 강력사건 다루듯 하여 실패한 경우는 이미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절실하게 경험하지 않았던가?


끝으로, 만약 학원계에서 정치권 로비가 있었다면, 이는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정치자금에 관한 법으로 대응하면 될 일이다. 이를 두고 사교육 전반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드는 조치는 합당한 것이 아니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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