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예고된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 법률안"의 국회심의가 12월 중에 시작됨에 따라 오래 끌어온 농협구조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개정안의 골자는 농협사업을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두 개의 독립적 지주회사와 그 밖의 농협사업 부문을 농협연합회 산하에 두는 구조개편이다. 그러나 구조개편의 내용과 방식에 대해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 농협과 정부, 농민단체와 정부, 정부부처 간의 견해차가 커서 적지 않은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 농업금융의 내부화로 농업경제를 지원함을 주목적으로 1961년 농업은행과 구(舊) 농업협동조합을 통합하여 설립되었다. 이후 축산업 협동조합, 인삼 협동조합, 그리고, 독립 법인이었던 시, 군 단위 조합을 흡수통합 하는 등의 방식으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의 농협은 244만 명의 회원, 21개의 자회사, 260 조원의 총자산을 가진 거대 복합기업이다 (<그림 1>, <표 1> 참조).
<그림 1> 현행 농협의 기업구조
<표 1> 농협 사업부문별 대차대조표 (2008년 말 기준, 단위 억원)
| 자 산 | 부채와자본 |
일반회계 | 187,046,911 | 179,635,444 |
신용사업 | 179,260,911 | 176,364,334 |
경제사업부문 | 5,497,824 | 3,102,543 |
농업경제사업 | 5,031,419 | 3,017,384 |
축산경제사업 | 466,405 | 85,159 |
관리부문 | 2,288,176 | 168,567 |
특별회계 | 73,329,985 | 70,713,208 |
상호금융 | 42,053,907 | 43,321,228 |
총자산 | 260,376,896 |
|
총부채 |
| 250,348,652 |
총자본 |
| 10,028,244 |
부채와 자본 총계 |
| 260,376,896 |
자료: 농협중앙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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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 소유구조상 생산자 협동기업 (producer cooperative)이다. 사업영역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그리고, 교육지원과 같은 비영리성 정책 사업의 3개 부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기업조직은 지역조합과 품목조합의 연합체와 이들을 회원으로 하는 농협중앙회의 2원 조직으로 되어 있다.
이런 기업구조에서 신용사업부문은 시장기업 (market firm)의 특성이 강하므로 다른 사업부문과의 수평적으로 결합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별로 없고, 대리인 비용 (agency cost)이나 영향비용 (influence cost)에 따른 비효율성을 여지를 크게 만든다. 농업생산물의 가공과 유통, 원자재 공급으로 이루어진 경제사업은 농협의 기업구조 안에서 수직결합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영세한 규모로 세분화되어 규모의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업구조의 취약성은 농협사업의 부진의 주요한 요인으로 생각된다. 신용사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농협은행의 경우, 자산 규모가 3년 전까지도 국민은행 다음으로 큰 규모이었지만, 현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다음 순위로 처졌고, 수익성도 은행권의 평균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호금융의 자산수익률은 국공채 수익률 수준이다. 대부분의 경제사업 역시 수익률이 낮거나, 적자를 보고 있다. 이런 사정으로 중앙회와 회원조합간의 갈등, 경영방식에 대한 회원의 불만과 불신이 커지고 있다.
농협구조개편은 기업조직의 정비를 통해 비효율성을 해소함과 동시에 각 사업 부문이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충실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하려는 정책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책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 사항이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은 "농협을 (주인인) 농민에게 되돌려주려는 정책"으로 지적한 바 있다.
정책내용
농식품부가 제안하는 구조개혁안은 <그림 2>에서와 같이 농업협동조합연합회가 경제지주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관련사업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상호금융과 교육지원사업 부문은 연합회가 직접 관장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운영수익은 출자에 대한 배당과 농협브랜드 사용료의 형태로 회원조합과 연합회에 환류되게 된다. 상호금융의 경우, 독립법인화의 시기와 방법은 타당성 조사를 거쳐 점진적으로 추진하게 되어있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2011년부터 구조개편을 시행하려고 한다. 구조개편시 자본확충에 드는 추가 자본은 약 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농협자체의 출자를 원칙으로 하되, 부족분은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안과 같은 시점에 나온 농협의 자체안은 연합회 대신 기존의 중앙회 명칭을 그대로 사용힌다는 점, 2012년에 금융지주를 우선 분리하고, 전제조건이 성숙 되는대로 2015년경에 경제지주를 설립한 후. 점진적으로 경제사업을 재편해나간다는 데서 다르지만, 전체적인 틀은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림 2> 농협 개편후 조직체계: 정부안
자료: 농림수산식품부
구조개편안에 대한 반론과 논란은 기업구조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자본의 배분방식과 상호금융의 독립법인화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구조개편의 핵심은 신경분리인데, 신용사업에 대한 출자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보다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럴 경우, 연합회가 금융업에 치중하고, 경제사업이나 여타 농협사업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전국농민연합을 위시한 농민단체가 구조개편안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이유이다.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 분리를 먼저 분리하려 하고, 정부가 자산실사 후에 자본지원을 결정하려한다는 사실은 이런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자본금이 금융지주회사로 쏠릴 경우, 경제사업 쪽에는 들어갈 자본금이나 정부지원금의 규모나 방식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되면, 회원조합이 운영하는 상호금융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해 금방 무너지고, 그럴 경우, 농민들에 대한 금융지원기반이 흔들릴 거라는 우려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농식품부가 발족시킨 농협개혁위원회 (농개위)의 개편안이 상호금융을 상호금융연합회로 별도로 법인화하여 중앙회 내부에 두도록 한 것이다.
농개위안은 품목조합이 출자하는 전국 및 권역단위 자회사, 조합자회사, 조합공동사업법인 등의 설립 가능성을 열어 두었지만, 정부안에는 연합회 산하 농협자회사만 두는 것으로 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경제사업이 모두 연합회와 같은 중앙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회원조합이 주도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입법예고된 정부안은 결국 연합회 중심의 중앙집권적 기업구조의 성격이 강한데, 농개위는 이에 대한 항의를 표시하고, 자진해산하였다.
정책평가
농협의 금융사업은 시장기업의 특성이 강하므로, 이를 생산자기업인 농업협동조합에 수평결합한 기업구조는 시너지를 얻기 어렵고, 지나치게 비대화, 중앙집권화된 비효율적 구조이다. 따라서 신경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구조개혁은 바람직한 정책이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분쟁의 여지를 없애고 소기의 목적을 이루려면,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첫째, 금융지주회사와 그 자회사는 시장기업으로 독자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 시장에서 소요 자본을 조달할 수 있어야 한다. 농협의 역할은 지주회사 설립 초기에 필요한 자본확충 자금을 출자하고. 운영수익의 일부를 배당과 브랜드 사용료로 회수하는 데 있다.
둘째, 경제사업부문은 시장에서 자본을 조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자본금 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재 농협의 출자여력이 취약하므로, 한 가지 방법은 금융지주 설립에 필요한 추가 자본은 정부가 우선 지원하고 나중에 지분매각을 통해 회수하는 것이다.
넷째, 상호금융이 자생력을 가지려면 가능한 한 조기에 금고 또는 상호금융연합회의 형태로 법인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정부개편안의 기업구조는 비대한 중앙집권적구조라는 점에서 현행 구조와 별로 다르지 않다. 지주회사 대표, 연합회 상무이사, 전무이사, 회장으로 이어지는 연합회 중심의 수직적 구조는 중앙회 중심 구조의 이름만 바꾼 데 지나지 않는다. 연합회의 성격을 금융지주 대표, 경제지주 대표와 여타 사업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협의기구로 단순화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연합회는 지역조합이나 품목조합이 주도하는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장대홍 /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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