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E 정책모니터] 보금자리 주택의 전매제한 정책

이용만 / 2009-10-08 / 조회: 4,901
정책배경: 과도한 시세차익에 따른 부작용 완화위해 전매제한 기간 연장

정부는 지난 8월 27일 보금자리주택 공급확대 정책을 발표하면서, 보금자리 주택 청약 당첨자에 대한 전매제한 강화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뒤이어 9월 22일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계약체결일로부터 7∼10년간 전매를 제한하기로 하였다. 또한 전매제한 조치와 함께 5년 거주의무기간도 부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해 오던 정부가 이처럼 보금자리 주택에 대해서 규제 강화로 전환한 것은 수분양자에게 주어지는 과도한 시세차익이 여러 가지 부작용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강남 세곡지구에 들어설 보금자리 주택은 주변 시세의 50% 수준에 분양될 예정이다.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하면, 청약 당첨자는 그 자리에서 2억 5천만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자 당첨 가능성이 높은 통장들이 불법으로 거래되거나 당첨자와 비당첨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자 취한 정책이 바로 전매제한 강화조치인 것이다. 전매제한을 하면 시세차익의 실현시기가 늦추어지기 때문에, 시세차익만을 노린 투기적 거래자들의 청약이 없어질 것이라고 정부는 믿고 있는 것이다.


정책내용: 3∼5년의 전매제한 기간을 7∼10년으로 연장


이번 주택법 시행령 개정 이전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 주택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동안 전매를 제한하는 조치가 있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므로 소유권의 자유로운 행사를 일정 기간 동안 제한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또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수요자를 억제한다는 명분도 있었던 것이다.


분양권 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은 이번 시행령 개정 이전에는 3∼5년이었다(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지어지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공동주택). 이런 전매제한 조치는 이번 시행령 개정에도 그대로 유지되는데, 다만 그린벨트(GB : 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하여 공급되는 공공택지에 대해서는 그 기간을 7∼10년으로 늘린 것이다. 여기서 10년의 전매제한 기간은 분양가가 시세의 70% 미만일 때에만 적용된다.


보금자리 주택은 정부가 시세의 50∼70% 수준으로 공급하겠다고 공약한 주택이다. 그런데 수도권에서 시세의 50∼70% 수준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것 이외에는 없다. 결국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전매제한 기간을 늘린 것은 보금자리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늘리기 위한 것이다.


전매제한기간 중 불가피하게 전매하여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가? 이 경우, 정부가 선매권을 갖도록 되어 있다. 이때 선매가격은 분양가격에다가 일정한 이자비용을 인정하여 결정하기 때문에 전매제한기간 중에 전매할 경우, 정부가 시세차익을 환수하게 된다.


그리고 전매제한기간의 기산일은 계약일 기준이다. 따라서 분양권 전매도 불가능하다. 그 대신 2∼3년의 건설기간을 고려하면 실제 입주시점부터의 전매제한기간은 5∼7년 정도가 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

구분

개정 전

개정 후

수도권 공공택지 전용면적 85㎡ 이하

과밀억제권역

5년

일반

5년

GB 해제

7년

10년(분양가가 시세의 70% 미만일 경우)

기타 지역

3년

일반

3년

GB 해제

7년

10년(분양가가 시세의 70% 미만일 경우)

 

정책평가: 시세차익의 실현시기를 늦추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문 제는 미해결


이번 조치는 시세차익의 실현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의 청약을 유도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매제한기간 동안에는 주택을 전매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자금이 묶이는 효과(유동성 제약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매제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담보대출과 같은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조기에 실현할 수 있는 편법적인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이 경우 정부의 선매권과 민법상의 물권이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보금자리 주택 당첨자가 개인으로부터 주택을 담보로 하여 시세의 80% 정도를 빌린 후 차입금 변제를 거부할 경우, 저당권자는 보금자리 주택을 경매 처분하고자 할 것이다. 이 경우, 정부의 선매권과 민간의 저당권이 갈등을 빚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매제한 조치의 근본적인 한계는 이 조치가 시세차익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부는 전매제한 조치로 인해 투기적 수요자가 청약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투기적 수요자와 실수요자의 구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세차익이 존재하는 한, 그 시세차익이 크면 클수록 정부가 생각하는 실수요자들은 끊임없이 늘어날 것이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할 실수요자는 없다. 민간분양주택이나 재고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시세의 50%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늘어나는 실수요자들의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시장가격대로 분양하는 민간주택을 청약할 실수요자는 없다. 민간도 분양가격을 낮추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싼 토지는 민간시장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히 85㎡ 이하의 민간분양시장은 사라지게 된다.


또한 정부가 생각하는 그 실수요자들은 시세차익이 큰 지역만 청약하고자 할 것이다. 한번밖에 없는 기회를 아무렇게나 쓸 리가 없다. 자연히 시세차익의 크기에 따라 청약경쟁은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당첨확률이 낮더라도 시세차익이 큰 지역을 청약할 것인지, 아니면 시세차익이 작더라도 당첨확률이 높은 지역을 청약할 것이지를 실수요자들은 고민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주거의 수단이자 부(wealth)의 축적 수단이다. 저소득층을 포함한 서민들에게 주택을 통해 부를 축적할 수 있는 수단을 주는 것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 나쁘지는 않다. 문제는 시세차익이 지나치게 크다 보니 모든 실수요자들이 투기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민간시장이 구축되고, 정부는 끊임없이 개발제한구역을 풀어 보금자리 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저소득층을 비롯한 서민들로 하여금 안정적으로 주거생활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이다. 시세차익 규모를 축소시키는 대신 파격적으로 낮은 금리로 장기대출을 해주어 주거생활의 안정을 도모해 주는 것이 주거복지 차원에서나 사회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차원에서 좀 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이용만 /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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