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평가] 컨텐츠도 없이 구호만 난무한 정부개혁

이창원 / 2007-09-30 / 조회: 7,591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정부개혁에 대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행정기구 규모의 감축은 미미한 수준이었고, 정부규제는 여전하였으며, 과도하게 집권화된 관료제 조직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비판이다. 즉 참여의 부족, 작은 정부 추진을 위한 역량 구축의 미흡, 하향식 개혁 추진 등을 정부개혁 실패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역시 과거 정부와 차별적인 슬로건을 내걸었다. 3대 국정목표와 4대 국정원리, 12대 국정과제의 중심 내용은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어 온 과거 정부에 대한 반성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국가경영을 비롯한 정부개혁의 중심 논리로 ‘참여의 확대’, ‘자율적 개혁’, ‘분권에 의한 역량 강화’ 등을 선택한 것으로 평가된다.

노무현 정부 정부개혁의 이념


노무현 정부의 정부개혁 환경은 김영삼, 김대중 정부와는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다수의 시민단체로부터 지지를 받아 탄생하였고, 국민의 요구에 대한 대처와 정부의 역량 확대를 위해 ‘위계적 정부’로부터 ‘거버넌스’(Governance)로 변화하는 정부환경의 변화시점에서 출범하였다. 정국운영에 있어서도 정부의 주도가 아닌 ‘정부­시민관계’에 의해 발전될 것임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참여의 확대가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본논리로 자리 잡는 것은 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다만 참여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의 방법이 과제로 남았다.


노무현정부의 정부개혁을 위한 이념은 ‘자율’로 정의할 수 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정부개혁 실패의 원인으로 다수의 학자가 하향식 정부개혁에 따른 공무원의 복지부동, 공무원의 능력발전과 거리가 먼 외부 전문가에 의한 개혁, 효율성을 강조한 행정조직문화의 무시 등을 지적함으로 인해 노무현 정부는 정부조직 내생적, 자발적 개혁을 유도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책임행정체제의 구축, 권한의 위임, 성과평가와 보상의 연계, 전 부처 내 혁신팀 구축 등은 행정공무원의 자율에 의한 행정조직개편을 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참여와 자율은 모두 누군가가 정국을 주도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거버넌스의 확립은 정부-시민관계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따를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었다. 즉 ‘분권’은 당연한 행정가치의 하나로 발전하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 정부개혁의 평가


여기서는 노무현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행정개혁의 모토인 「참여」,「자율」, 「분권」의 세 가지 측면에서 그러한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었는가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제시한다.


(1) 非참여: 시민참여는 공염불, 코드인사만 참여하는 「왜곡된 참여」


노무현 정부는 출범 시부터 국민의 의견을 국정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취지에서 참여정부라는 타이틀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참여가 일반 시민의 국정에 대한 참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활발한 일반시민의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은 찾을 수 없었다. 노무현 정부의 참여는 전문가와 시민단체 엘리트를 국정을 이끄는 당사자에 직접 포함시키는 형태의 참여라고 할 수 있다. 교수 출신의 전문가 집단, 각종 사회단체의 주도세력에 직접 정부의 직위를 부여함으로써 참여 확대의 정통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려 하였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직속위원회 수가 2배 가까이 증가하였고, 실질적인 위원회 조직 및 인력이 증가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는 2001년 11개에서 김대중 정부 말기인 2002년 13개, 노무현 정부 초기인 2003년 18개, 2005년 12월에 이르러 25개로 2배로 증가하였다. 대통령 직속위원회는 중앙인사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 등 행정위원회 5개,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회,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등 자문위원회 20개 등 모두 25개이며,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4개의 헌법상 독립위원회까지 합하면 총 29개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보면, 교수, 기업, NGO, 연구원 등 민간인이 위원회, 전문위원회, 자문위원회 등에 참여하고 있다. 더군다나 올해 배정된 예산 규모도 2,400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17%가 증가하였다.


반면, 실질적으로 정부활동에 일반시민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은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선진국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바와 같이, 정부정책에 일반시민이 참여하고 토론하는 「민간참여 모델」의 활용은 사실상 작동되지 않았다. 외부 명망가 위주의 참여는 정부의 민주적 운영에 도움이 되는 일면도 있지만 대통령 중심의 국정운영을 부추기는 일면도 있다. 즉 참여의 확대로 인해 대통령의 통제력 강화를 위한 구조를 강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한국 민주주의 확립에 가장 장애가 되는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통령의 영향력을 줄여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역대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에 있어서도 청와대 비서실을 강화하였다. 과거 김영삼 정부나 김대중 정부의 경우 집권 초기 비서실 축소를 시도하였으나 집권말기로 갈수록 규모가 확대되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의 경우, 출범 초부터 김대중 정부시절보다 인원을 확대하더니, 이후 계속 인원을 증가시켰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보면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집권 초기에는 378명, 말기에는 405명 수준이었으나, 노무현 정부 들어 2002년 434명에서 2005년 489명, 2007년 531명으로 인원이 대폭 증가하였다. 또한 직제에 없는 특보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무원칙하게 임명하였다.


이른바 ‘코드’가 통하는 권력중심세력과 전직 운동권인사 및 시민단체간부들을 청와대비서실 등에 ‘참여’시키는 것은 ‘끼리끼리의 참여’로 ‘왜곡된 참여’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무현 정부의 ‘정책개발’에 있어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대통령 소속 국정과제위원회가 발주한 정책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관별로 특정연구기관이나 연구자에게 정책보고서를 몰아주는 ‘편향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경우 대통령인수위 출신 혹은 전ㆍ현직 소속위원 등이 연구를 맡는 ‘코드발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주요 기관의 이러한 보고서 편중현상은 ‘정책 편식’이란 부작용을 낳았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개발은 ‘코드인사’만의 참여를 통해서 이루어져 참여정부의 본래의 의미를 훼손하였다. 합리적 정책은 정책의 기획·수립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이념에 바탕을 둔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의 정책입안이 일부 집단이나 인사에게 편중되니까 노무현 정부의 정책 빈곤과 편식현상이 드러났던 것이다.


(2) 非자율: 일하는 정부는 말뿐, 조직 확대에만 열 올려


노무현 정부 정부개혁의 또 다른 핵심은 공무원 능력 배양과 자율에 의한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개혁으로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점을 나타낸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는 공무원을 개혁대상으로 삼고, 공무원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는데 초점을 맞춘 반면, 노무현 정부는 공무원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 조직과 인력의 감축보다는 업무의 효율화에 초점을 두겠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① 영육아 보육업무를 보건복지부에서 여성가족부로, ② 행정개혁기능을 기획예산처에서 행정자치부로, ③ 전자정부기능 일원화로 이를 행정자치부로, ④ 행정자치부의 인사기능을 중앙인사위원회로 이관하는 등의 부서간 기능조정을 수시로 하였다.


그리고 중앙행정기관의 위상이 강화된 것으로는 법제처와 국가보훈처의 장이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문화재청, 기상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식약청, 해양경찰청의 장이 대거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되었다. 또 소방방재청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새로 신설되었고, 철도청은 공기업으로 전환하였다. 그 이외에도 행정부처 내 기능의 조정과 이에 따른 행정조직과 공무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행정조직 및 공무원 인력의 증가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와 비교할 때 확연한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표-1>에 나타난 바와 같이 문민정부 출범 초기와 말기 5년 동안에 정부조직은 2개 부서, 1개 청이 감축되고 1개 위원회가 증가하였다. 중앙공무원 인력에 있어서는 3,163명이 감축되어 중앙행정공무원의 0.54%가 감축되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조직에 있어서 2개 원과 1개 청이 감축된 반면, 4개 부와 2개 청, 3개 위원회가 증가되어 정부조직이 감축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중앙행정공무원 491명, 0.09%가 감축된 바 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3년 2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총 5만994명의 공무원이 늘어났는데 이중 국가공무원은 1만 3,946명, 지방공무원은 3만 7,048명이 증가했다. 또 행정기구는 4년여가 지난 2006년 12월 현재 시점에서 1개청이 증가하였다. 과거정부와는 달리 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공무원 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부문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에 비해 이율배반적인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과거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의 장ㆍ차관급 인력변화 추이를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문민정부의 경우 임기동안 장관급 1명, 차관급 19명, 총 20명의 장ㆍ차관급 공무원이 감소되었다. 국민의 정부에서는 장관급 10명이 감소되었으나, 차관급은 15명이 증가되어 총 장ㆍ차관급 공무원은 5명이 증가하였다. 이것으로 비추어 볼 때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나름대로 정부의 기구를 축소시키려는 의지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반면, 노무현 정부는 지난 4년여 동안 장관급 8명, 차관급은 무려 28명이 증가되어 총 36명의 장ㆍ차관급 정무직 공무원이 증가되었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 시절 임기 초반에는 조직과 인력을 감축하다가도 임기 후반에 오히려 조직과 인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노무현정부의 조직과 인력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노무현 정부의 일반직 공무원 숫자를 2003년 1월 출범기와 2005년 12월 현재를 비교하면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6, 7, 8급의 하위직 공무원을 제외한 5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 수는 급격하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반직 1급 공무원과 2급 공무원, 5급 공무원은 3년여 동안 20% 이상 급격하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노무현정부에서 수시로 수행되는 행정조직의 기능 재배분 과정에서 어떻게 조직이 확대되고 공무원 수가 증가되는지는 2004년 수행된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의 기능 재배분과 소방방재청 수립 과정을 사례로 들어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행정자치부로부터 중앙인사위원회로 중앙공무원 인사권이 이관되기 전이며 소방방재청이 행정자치부의 일부로 통합되어 있던 2003년 1월의 행정자치부 행정조직은 2실 6국 27과였다. 중앙인사위원회와 소방방재청으로 기능이 이관된 이후의 2005년 5월 현재의 행정자치부 행정조직은 4관 5본부 51팀이며, 소방방재청의 행정조직은 1관 3국 19과이다. 중앙인사위원회로 행정자치부의 공무원인사 관련 하부조직이 이관된 것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확대된 조직은 5국 43과이다.


그렇다면 소방방재청의 설치가 소방업무의 중요성에 의해 조직을 확대한 결과일 수 있을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 소방방재청의 공무원 숫자 증가를 살펴보면 행정조직 기능 재조정에 의해 조직과 인력이 증가하고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즉, <표-4>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행정조직 기능 재조정 결과 이후 행정인력 변화를 살펴보면 소방방재청이 국가재난관리 전담기구로 신설되면서 전문화된 인력인 특정직(소방직 등) 공무원은 152명 증가하는데 그치고, 기능재조정 이후 두드러지게 증가한 공무원 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276명이나 증가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사례를 통해 행정부서 기능 재배분이 행정조직 확대와 공무원 수의 증가로 이용된다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 행정조직의 확대는 홍보분야에 있어서도 두드러진다.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 3년여 동안 언론중재위에 모두 610건이 조정 신청되었는데, 김영삼 정부가 27건, 김대중 정부가 118건을 신청했던 사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사실이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007년 5월까지 정부가 언론중재위에 조정 신청한 건수는 조선일보(71건) 동아일보(63건) 문화일보(50건) 순으로 집계된다. 적극적으로 정부의 실정(失政)을 보도한 신문들이 상위권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을 하자니 적지 않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2004년부터 2006년 동안 정부의 홍보 관련 부서의 예산증가율이 32%로 전체 예산 증가율 8.7%의 3.7배나 되고, 홍보분야 공무원은 2004년 625명에서 2006년 763명으로 22.1% 늘어 전체 공무원증가율 1.2%의 18배에 이르렀다.


이상의 결과를 살펴보면 노무현 정부의 행정조직은 행정능률 향상을 위한 기능전환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회마다 행정조직을 확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정부혁신 주체를 외부 참여자와 내부 공무원으로 참여시켜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룩하고자 하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들이 개혁과정에서 조직 확대와 더불어 공무원 수의 증가가 필요함을 역설하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로 판단된다. 정부개혁의 목표와 전체적인 개혁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수행되는 개혁과정, 특히 행정조직과 인원에 대한 관리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무원 스스로에 의한 정부개혁은 정부조직의 기능전환에 따라 수시로 정부조직과 인원이 제동장치 없이 확대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3) 非분권: 양적 만족과 질적 불만족의 차이


노무현정부가 분권을 강조했다는 것은 출범시의 이념을 살펴보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정부개혁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이끌었다는 것, 중앙권력의 지방분권을 위해 대통령 산하 위원회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가 설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대동소이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이중적으로 설치한 것도 분권을 강조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 분권은 행정조직에 있어서 지방조직의 강화가 필요한 동시에 지방행정조직과 재원을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조직과 기능이 축소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앞에서 살펴본 중앙인사위원회와 소방방재청과의 기능 재배분과 신설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조직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더욱이 2006년 7월 1일자로 단행된 소방방재청 행정조직개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행정자치부의 권한강화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개편 전 소방방재청은 3국, 1관, 19과의 본청 조직과 2교육기관, 1연구소, 1중앙구조대의 소속기관으로 운영되었으나, 개편 후 본청 조직이 4본부, 1실, 1관 24개팀 309명으로 확대되었으며, 예전의 과가 팀제로 개편되는 것을 감안하면 6개 과(팀 또는 실)가 확대된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노무현 정부가 청와대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남발하였으며, 주요 국정관리를 이들 위원회가 이끈다는 것, 장ㆍ차관 수의 대폭 증가, 일반직 고위 중앙공무원 수의 증가 등과 함께 지방자치단체를 관리하고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가 지속적으로 조직과 인원을 확대하여 온 것은 그 자체로 분권이 아닌 집권현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중앙집권화를 촉진하는데 소위 노무현 정부의 정부혁신이라는 것이 크게 역할을 했던 것이다.


참여, 자율, 분권의 가치 퇴색된 정부개혁


지금까지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과 정부개혁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여 보았다. 노무현 정부는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 시절의 “작은” 또는 “효율적인” 정부와는 달리 “일 잘하는” 정부로 정부조직 목표를 변화시켜 과거와 다른 문제점을 양산하였다. 정부개혁의 목표를 명확하게 확정 및 제시하지 않고 다수 참여자의 아이디어에 의해 다양한 로드맵을 설정하는 방식을 채택하다보니 너무도 많은 개혁의제 속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참여정부라고 하면서도 일반시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코드’가 통하는 권력중심세력과 전직 운동권인사 및 시민단체간부들을 청와대비서실 등에 ‘참여’시키는 ‘끼리끼리의 참여’와 ‘왜곡된 참여’만을 가져왔다. 또한 공무원의 자율적 개혁은 공무원 내부조직의 기능 재배분을 공무원 스스로 주도하게 하여 조직과 인력을 대폭 증원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당초 자율적 개혁에 의한 부산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공무원 능력 향상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못했다. 핵심과제인 분권은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와 지역균형발전위원회 등의 권력이 중앙정부에 의해 주도되어 형식적 분권화와 실질적 집권화를 양산하였다.


노무현 정부의 정부개혁은 그 비전과 목표, 방법, 일정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참여」, 「자율」, 「분권」의 이념이 모두 퇴색되었다. 참여, 자율, 분권이 중요한 가치이기는 하지만 어떤 상황 하에서도 이 가치가 우선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본다면 이러한 가치들은 국민복리 향상 내지는 공익구현을 위한 수단적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정부개혁이 참여와 자율, 분권의 이념 하에 추진된다고 해서 정부조직과 인력을 한없이 증가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참여, 자율, 분권의 한계가 직시되어야 하고, 그보다 먼저 국정운영의 전반적인 목표와 방향이 설정될 필요가 있었다. 「참여」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지 정부조직의 비전이나 목표일 수는 없다. 참여와 혁신이라는 구호만 있었지 정부조직의 비전, 개혁방향, 컨텐츠 없는 개혁은 출발부터 실패가 예정되어 있었던 것인지 모른다.

이창원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정책과학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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