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출범이후 현재까지 여러 가지 정책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정책들에 대해서 정부 스스로는 대개 ‘성공적’이라든가 또는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평가를 내리곤 했다. 물론 이는 세간에서 이루어지는 평가와는 대체로 무관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정책들과는 달리 한 가지 정책에 대해서는 정부 스스로도 실패를 인정한 분야가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부동산 정책이다. 사실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많은 정책적 관심과 노력을 기울인 분야라 할 것이다. 국정의 총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챙길 것’이라며 수시로 관련 정책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자평(自評)과 타평(他評)이 일치하는 몇 안되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이다. 본고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어떠한 점이 문제였는지, 또 문제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특징
앞서도 말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그 이전의 다른 어떤 정부보다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는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현재까지 발표된 각종 부동산 시장관련 대책들로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후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관련 정책은 작은 것 까지 모두 포함하는 경우 30여개 이상, 큰 것만을 간추려 보아도 대략 8개가 넘는다. 4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에 이루어진 것이니, 그 빈도상으로만 볼 때에도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주로 가격급등의 문제가 심각할 때마다 발표되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데 가격급등의 문제는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거의 전 시기에 걸쳐 발생했기 때문에 어떠한 정책이 언제 발표되었고 또 언제 변경되었는지를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부동산 대책들이 하도 자주 발표되다보니, 식별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가운데 하나가 발표 날짜를 기준으로 이름을 정하는 것이다. 정책이 발표된 달(月)과 날(日)을 기준으로 ‘000부동산 종합대책’이라고들 명명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려면 부동산 시장의 가격변동 추이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주택을 비롯한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2000년 이후 시차를 두고 몇 차례 급등세를 보여왔다. 2002년에 급등했던 가격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던 2003년에도 지속되었다. 2004년에 잠시 주춤했던 가격은 2005년에 다시 상승하였으며, 2006년에 또 다시 큰 폭으로 오른 바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부동산 가격은 2004년에만 잠시 주춤했을 뿐 노무현 정부 출범이후 계속 고공행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2003년 가격급등기에 대응책으로 마련된 것이 ‘5.23 주택가격 안정대책’이다. 5.23 대책에 포함된 대표적 정책은 분양권전매제한 정책과 재건축 규제강화 등이다. 하지만 5.23 대책 이후 잠시 주춤거리던 주택가격은 이내 다시 급등세를 보였는데, 이와 같은 가격불안 현상은 같은 해 10월 정부로 하여금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하게끔 하였다.
10.29 대책에 포함되었던 주요 정책들로는 종합부동산세의 도입과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강화정책, 주택담보 대출축소, 개발부담금 제도의 부활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10.29 대책은 추가대책까지도 미리 공개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즉 ‘이것으로 안된다면 그 다음은...’이라는 식의 엄포까지 사용했던 매우 강력한 부동산 대책이었던 것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서슬퍼런 정책대응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2004년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은 2005년 다시 수도권/중대형 평형 주택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양상을 보였던 것이다. 가격변화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던 정부는 2005년 8월 31일 ‘서민주거 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 이라는 다소 긴 이름의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8.31 대책에는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의무제,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외에도 분양가 상한제 확대실시 등이 포함되어있는데, 정부가 쓸 수 있는 웬만한 정책들은 대부분 채택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전방위 초고강수의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일단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잠시 안정적 모습을 보이던 부동산 가격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정부는 2006년 3월 30일 다시 ‘서민 주거복지 증진과 주택시장 합리화 방안’이라는 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3.30 대책에는 재건축 개발이익의 환수 외에도 주택담보 대출비율을 대폭적으로 강화하는 등의 정책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앞서의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3.30 대책의 효과 역시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부동산가격은 2006년 하반기들어 또 한번 강력히 급등하기에 이른다. 이에 정부는 2007년 1월 ‘1.31 추가대책’을 발표하였는데, 1.31 대책의 핵심은 주택담보 대출을 대출자의 소득과 연동하는 DTI(debt to income)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일정한 패턴을 갖고 반복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가격급등→대책발표→단기안정 후 재급등→새로운 대책발표’ 라는 정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책대응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는 특징을 갖는다. 초기에는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정규제 위주에 머무르지만, 이후 조세 및 금융정책으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책이 나올수록, 정책대상이 보다 많은 사람들, 넓은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정책의 강도 또한 유사한 형태를 가지고 변화해왔다. 더욱 강력한 정책이 사용된 것이다. 결국 가격억제를 위해 정책빈도, 범위, 강도가 모두 증가해온 것이다. 요컨대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정책이 확전일로(擴戰一路)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평가: 칭찬과 비판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일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억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옳은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정부가 치명적 대가를 치르는 한이 있어도 가격을 잡으려고만 했다면, 가격억제도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으며, 실제로 노무현 정부가 도입했던 부동산 정책들 가운데에는 이전 정부에서 하지 못했던 좋은 것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무조건적으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견해 역시 그리 균형감있는 평가는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가운데 잘한 것들은 대략 다음과 같이 열거할 수 있다. 먼저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을 대폭적으로 제고했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전의 부동산 거래는 이중계약제를 당연히 받아들일 만큼 그 투명도가 낮았다. 거래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서류상의 기입가격을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추어 신고하는, 소위 다운계약서 작성행위들이 그것이다. 이는 거래세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당시의 세제 탓도 있을 것이겠지만, 이러한 일들이 ‘관행’으로 용인되었던 잘못된 행태 때문이기도 했다. 거래당사자들의 입장에서야 각자의 세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니 이중계약서 작성에 동의했겠지만, 정부 역시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며 용인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실거래가 신고 및 실거래가 등기부 등재 등을 의무화함으로써 실제거래가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임과 동시에 과세기반을 대폭적으로 확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 다른 것은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위한 정책이므로 잘한 일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양면적 평가가 공존한다. 즉 서민주거복지의 향상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반면 공급정책이 서민계층만을 위주로 추진되어 중산층 이상의 사회적 수요를 외면했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긍정적인 면만 보자면 잘했다고 할 수 있는 정책이다. 한편 부동산 세제 개편도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이전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거래세 부담은 높고 보유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이는 세계적 흐름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었다. 물론 부동산 세제개편은 추진과정에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심지어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실책으로도 꼽히는 분야이지만, 이를 시정하려 했던 것은 적어도 그 ‘시도’차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세제개편과 관련한 논란은 후에 상술하기로 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오로지 실패 일색이라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것은 그리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시장의 투명성 및 주거의 형평성 제고를 위한 정책노력들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여러 가지 정책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결과적 오류를 덮을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정책의 의도는 좋았다 하겠지만, 그 부정적 효과가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다양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와 같이 대체적으로 결과가 나쁜 정책들이 많았다.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가져온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또는 부동산 문제를 경제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모색하였다는 점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부동산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이며, 이의 해결방안도 경제적 차원에서 모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이념적 시각을 고집함으로써, 시장친화적 정책보다는 규제위주의 과도한 개입정책을 남발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는 가격급등의 원인을 시장메커니즘에서 찾기보다는 보다 지엽적이고 부수적인 곳에서 찾은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가격급등의 원인도 자연스레 ‘누구’ 또는 ‘어떤 집단의 의도’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가 지목한 가격불안의 원인은 여러 차례 바뀐 바 있다. 출범 초기에는 가격불안의 원인이 재건축, 분양권 전매를 일삼는 투기꾼들 때문이라고 하였다가, 이후에는 폭리를 취하는 건설업체나 강남권의 학원의 탓으로 돌렸다. 어느 순간부터는 가격급등의 원인이 낮은 보유세부담 때문이라고도 하였다가, 또 어느 때부터는 부동산을 투자수단으로 보는 국민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고도 하였다. 종국에는 아파트 부녀회까지 가격불안의 이유라고 간주하였던 것이다.
이는 그리 옳은 분석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감안할 때 시장가격의 변화가 일부 집단, 또는 지엽적 제도요인에 의해 좌지우지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자꾸 ‘누구 때문’ 이거나 ‘무엇 때문’ 이라는 식으로 인식, 문제의 핵심을 빗겨나가는 실수를 저지르곤 했다.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곳만 ‘타도’하다 보니, 결국 가격은 잡지 못한 채, 불필요한 부작용을 만들어 낸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가격급등은 본질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음을 알리는 시장의 신호다. 그렇다면 기본부터 차근차근, 즉 수급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했어야 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정책은 오히려 경제원리에 반하는 방향으로 많이 추진되었다. ‘주택공급의 증가는 부자들만 이롭게 할 뿐’이라는 편향적 시각에 입각, 주택공급을 오히려 억제한다든가 공급을 늘여도 시장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방향으로 추진했던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는 강남지역의 주택가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강남지역의 공급을 억제하는 것들이었고, 그 결과 오히려 가격급등을 부추겼다. 또한 시장수요가 큰 중대형 평형의 공급은 억제하면서 임대주택이나 소형평형 위주의 공급을 고집하여 결과적으로 가격인상을 유발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수요측면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가격급등의 원인이 일부 악의적 투기세력의 조작 때문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수익률을 낮추기 위한 수요억제 정책을 많이 사용하였다. 개발이익환수제나 보유세 부담의 급격한 증가 정책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공급자가 우위에 있는 시장에서 보유세 부담의 증가는 세부담의 전가를 유발, 의도하지 않은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즉 상당수의 세입자들이나 꼭 주택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세금부담을 함께 지게 되는 것이다. 개발이익환수제 등도 마찬가지다. 개발이익을 환수하게 되면 개발업자들의 수익률을 낮추게 되는데, 이는 중장기적으로는 가격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익이 덜 발생하므로 공급을 줄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초과수요의 심화와 가격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이념적 접근이 유발한 또 다른 문제는 부동산 보유세제 개편에서도 발견된다. 전술한 바와 같이 거래세 부담의 완화와 보유세 부담의 증가는 큰 방향에서는 옳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이러한 세제개편은 우리나라 세제를 보다 반듯하게 정립하는 차원에서 순수하게 추진되었다기보다는, 가격억제라는 정책적 필요성과 또 다른 정치적 의도가 결합하여 세제개편의 의의가 변질된 인상이 짙다. 즉 부자들에게 무거운 세부담을 지우겠다는, 그래서 부자가 아닌 다수의 국민들에게 환영을 받고자 한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종합부동산세의 신설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고액부동산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라 할 것인데, 조세논리와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다수 존재하는 세금이다. 그런데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데 있어 ‘소수 부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세금폭탄’이라는 논리를 폈다. 즉 대다수 국민들은 세부담이 없고, 단지 부자들만 중과세되는 시스템이라고 했던 것이다.1) 세제개편을 가진 자와 안가진 자 사이의 편 가르기 용으로 이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데 있어서 다음과 같은 논거를 펴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보유세 부담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보유세 부담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OECD국가들 가운데 10위권 이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세부담이라는 것을 평가할 때, 부동산관련 전체 세부담(보유세와 거래세)을 함께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보유세 내는 돈과 거래세 내는 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단순히 보유세부담만 따지는 것은 그리 합리적인 평가라 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세금부담은 매우 높은 편이다. 총조세 대비 부동산관련 세금 부담은 OECD 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득을 기준으로 한 GDP 대비 세부담 수준도 6위 정도이기 때문이다.2) 이는 보유세 중과세 정책이 시작되기 이전, 즉 종합부동산세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 통계를 이용한 것이므로 현재의 순위는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부담과 관련하여 또 한 가지 언급해야할 점은 세부담 증가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7년 보유세 부담 증가는 전년대비 최고 300%에 까지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라 하겠지만, 일 년 사이에 세배씩 오르는 세부담은 결코 적정하다고 볼 수 없다. 부동산 보유세는 외형적으로는 ‘부동산’이라는 물건에 부과되지만 그 납부 원천은 대개 ‘소득’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부동산 보유세금을 납부하자면 결국 가지고 있는 재산을 처분해야 할 것인데, 실제로 이런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보유세의 납부는 대개 소득을 근거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자면 일 년에 몇 배씩 증가하는 세금부담은 분명히 문제가 된다. 증가된 세금을 별 어려움 없이 감당하기 위해서는 소득도 따라서 증가해주어야 할텐데, 국민소득의 증가율이 매년 5% 이내로 제한되는 것이 현실(연간 GDP 성장률이 5% 미만임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임을 감안하면 당연히 그런 것이다. 소득증가는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데, 세금증가가 이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면 세금 때문에 살림꾸리기가 어려워진다는 말은 결코 지나친 비약이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또 다른 원인은 정책추진과정에서 발생한 미숙함에서도 찾을 수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화를 천명, 다양한 개발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행정복합도시나 기업도시의 건설, 공기업과 국책기관들의 지방이전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그 본질상 개발사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이는 수익률이 높은 곳을 따라 자금이 따라가는 일종의 시장법칙이라 할 것이므로,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이를 ‘투기’라는 명분으로 마냥 비난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발정책은 결과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하였다. 더구나 이 과정에 정부가 시장에 지불한 수용금의 일부가 가격급등지역에 유입되어 가격급등을 부채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을 요약하자면 결국 한쪽으로는 부동산 가격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가격을 부추기는 정책을 사용한 것이다. 정책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이는 상이한 정책목적이 결과적으로 충돌한 것일 뿐 정부가 당초부터 이를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서 실패한 정책결과까지 모두 용인 되는 것은 아니다. 미숙한 정책추진으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을 대함에 있어서 노무현 정부는 흡사 미숙한 의사와도 같았다. 마치 미숙한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 있어, 질병의 원인보다는 증상에만 집착하여 처방을 내린 것과 유사했던 것이다. 열이 나면 그 원인을 파악해서 이를 치료했어야 하는데, 그저 열이 내리는 처방만을 고집했다. 원인은 간과한 채 열에 대한 치료만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고열은 내릴 수 있을지 몰라도, 약효가 다하게 되면 열은 또 오르게 마련이다. 가격억제라는 고열을 치료하고자 노무현 정부가 내렸던 다양한 처방들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미숙한 정책추진을 이야기함에 있어서, 정책책임자들의 미숙한 발언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집권기간 동안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해서는 비이성적으로 대응한 감이 있다. ‘강남이 불패라지만 대통령도 불패다’, ‘하늘이 무너져도 부동산 가격은 꼭 잡는다’, ‘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 등의 불필요한 발언들이 좋은 예라 할 것이다. 좋게 보자면 이는 그만큼 정책의지가 강함을 보였다는, 그래서 시장에 강력한 신호(signal)를 보내려고 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 스스로 정책신뢰도를 현저히 낮추는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내 놓을 때마다 부동산 가격은 일시적으로는 움츠려 드는 듯 보였지만, 이내 더욱 큰 반등을 보이고는 했던 것이다. 세간에서 ‘정부에서 하는 말과 반대로만 하면 돈을 번다’는 식의 웃지 못 할 농담이 유행했던 것도 이 탓이다. 더구나 ‘지금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람들은 낭패를 볼 것’이라는 말까지도 하며 시장수요를 억제하려 했지만, 이러한 발언을 한 고위인사들 가운데에는 강남권에 주택을 매입한 사람도 있어 정부의 도덕성마저도 심각히 훼손한 감이 있다. 미숙함도 모자라 배신감까지 더해준 모양이 된 것이다. 양치기 소년이 따로 없다.
경제학자들이 시장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즐겨 쓰는 표현 가운데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경제규모가 일정수준 이상으로 커져버리게 되면 정부 마음대로 시장을 조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시장을 잘 다독여서 의도한 방향대로 이끌어 나가야할 협력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한번쯤 상대해서 손 봐줘야할 대상’으로 보았다. 시장을 상대로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한 것 자체가 미숙했던 것이다.
과도한 이념적 형평 추구가 심각한 정책 실패 초래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게 된 것은 그만큼 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정부에 높은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은 그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적어도 ‘의도’ 차원에서는 좋았던 것이 대부분이라고 믿는다. 부동산 정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개선하고, 악의적인 투기세력을 규제하기 위해 많은 정책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지 못했다. 이러한 원인은 다양하게 설명될 수 있지만, 경제문제를 경제외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 그리고 의욕만이 앞서 정책추진상의 미숙함을 너무 많이 드러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장 현상은 그 자체로만 볼 때는 자연스러운 사회법칙이다. 가격이 오르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함을 알려주는 시장의 신호이다. 가격인상이 문제가 된다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즉 공급을 충분히 확대하여 수급불균형을 해소해주려는 정책을 우선시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 보다는 이념적 시각에 지나치게 얽매여 지엽적 정책대안만을 남발함으로써 겪지 않아도 될 부작용을 양산하였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초기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공급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공급확대정책은 가격이 많이 오르고 난후인, 후반기에 들어서야 본격화 되었다.
보다 큰 그림에서, 적어도 국가의 부동산 정책이라면 ‘전 국민의 주거복지 향상’ 정도에는 눈높이를 맞추었어야 했다고 본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가격안정화와 주거형평에만 지나치게 얽매여 여러 가지 미숙한 정책실수를 범했다. 서민주거복지의 확충은 옳은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산, 부유층의 주거수준을 억제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즉 형평의 추구에 과도하게 집착하여 결과적으로 좋지 않을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정책의 평가를 결과만 놓고 보는 것도 그리 공정한 평가는 아니라고 본다. 본디 정책의 평가란 정책이 추구하는 의도부터 과정, 그리고 결과까지 모두 함께 고려해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적어도 의도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정부 부동산 정책이 전반적으로 나쁜 평가를 면치 못하는 것은 정책실패로 인한 결과가 선의의 의도까지도 모두 상쇄시킬 정도로 심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잘못 추진된 정책의 피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1) 이는 실제로 옳은 주장이 아니다. 과세표준이 상향조정됨에 따라 고액재산가들은 물론 많은 국민들의 보유세부담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지 증가속도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2) ‘노무현 정부 부동산정책의 허와 실(2006), 김경환, 국회정책토론회’에서 인용. 원 자료 OECD(2004)
NO. | 제 목 | 글쓴이 | 등록일자 | |
---|---|---|---|---|
120 | [CFE정책모니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 조주현 / 2009-11-13 |
|||
119 | [CFE정책모니터] 농지연금제도 윤창현 / 2009-11-05 |
|||
118 | [CFE 정책모니터] 금융기관 연체정보 관리 완화 김선태 / 2009-10-29 |
|||
117 | [CFE 정책모니터] 전세보증금 소득세 과세, 중산층에의 세부담 전가 최소화해야 김상겸 / 2009-10-15 |
|||
116 | [CFE 정책모니터] 보금자리 주택의 전매제한 정책 이용만 / 2009-10-08 |
|||
115 | [CFE 정책모니터] ‘미소(美少)금융’ 제도 조동근 / 2009-10-01 |
|||
114 | [CFE 정책모니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시ㆍ도 교육청 평가 개요 신중섭 / 2009-09-23 |
|||
113 | [CFE 정책모니터] 보금자리주택 공급 정책 장성수 / 2009-09-16 |
|||
112 | [CFE 정책모니터] 기업형 슈퍼(SSM) 사전조정제도 김시정 / 2009-09-10 |
|||
111 | [노무현정부평가] 철지난 국가균형발전정책 이달곤 / 2007-10-02 |
|||
110 | [노무현정부평가] 질적 성장은 빈약한 양성평등정책 박효종 / 2007-10-01 |
|||
109 | [노무현정부평가] 컨텐츠도 없이 구호만 난무한 정부개혁 이창원 / 2007-09-30 |
|||
108 | [노무현정부평가] 교육 정책: 통제와 규제가 사라져야 교육에 희망이 보인다 신중섭 / 2007-08-23 |
|||
107 | [노무현정부평가] 복지정책: 타율적 복지로 인한 예정된 실패 유동운 / 2007-08-16 |
|||
▶ | [노무현정부평가] 부동산정책: 선한 의도, 그러나 치명적 정책 실패 김상겸 / 2007-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