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정부평가] 정치논리에 빠진 참여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 정책

정인교 / 2007-07-23 / 조회: 7,525
IMF 이후 환경의 변화

(1) 양자간 경제협력에서 지역경제협력으로


1997년말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인근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시키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가와의 양자간 경제협력 강화가 우리나라 통상외교의 주안점이었다. 하지만, 3천킬로미터나 떨어진 태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함에 따라 인근국가와의 지역경제협력이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긴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동북아 한·중·일은 지리적으로 인접하지만, 과거 침략역사로 인한 갈등과 반목으로 유럽의 경제통합과 같은 공식적인 지역협력을 추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아세안 정상회의에 한·중·일 정상들이 초청되고 한·중·일 정상은 별도의 3국간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됨으로써 동북아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1997년 12월 아세안 창설 30주년 정상회의의 주최국이었던 말레이시아는 한·중·일 3개국 정상을 동시초청하였고, 처음으로 동아시아 정상간 회의가 개최되었다.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를 제안했던 아세안의 요청을 수용하여 이후 한·중·일 정상은 정례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제3차 마닐라 아세안+3 정상회의 기간중 일본의 故오부치 총리의 제의로 사상 최초로 한·중·일 정상이 회동하게 되었다.1)


이후 우리 정부의 동아시아 지역협력정책은 아세안+3 채널과 한·중·일 협력으로 추진되어 왔으나, 동북아보다는 아세안+3 협력에 무게중심이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2) 특히 일본의 고이즈미 전 수상이 중국과 우리나라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의미를 과시하면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함에 따라 2005년에는 한·중·일 정상회의도 개최되지 못했다. 한·중·일 협력이 용이하지 않을 것이란 점은 3국간 정상회의 첫 회동에서부터 예상되었다. 당시 첫 회의에서부터 3국간 경제협력 강화에 대한 공동연구 개시에 합의했으나, 중국과 일본의 반목 때문에 우리나라가 이를 제의했고, 중국과 일본이 수용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후 연구주제 선정 및 공동연구에서도 중일간 갈등이 표면화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학술연구에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었는데, 정부간 협의가 용이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아세안+3 정상회의에 대해 길게 논의하는 이유는 당분간 동북아 한·중·일 협력은 정치외교적 측면보다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함을 역사적 경험으로 제시하기 위함이다. 뒤에 설명하겠지만, 참여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 구상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외교적 관점으로 무게중심이 바뀌었다. 중국과 일본이 갈등하고 있어 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 조정자역할을 했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한·중·일 관계에서 더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오히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과 같이, 경제적 성장을 통해 주변국가와 공존번영하는 국가생존전략이 현실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2) 서비스산업에 대한 관심과 신통상국가론


한편,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IMF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는 외환지원 조건으로 우리나라 시장개방 및 경제통상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고,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인신인도 제고를 위해 당시 정부는 IMF 프로그램을 적극 수용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 경제성장 정책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게 되는데, 소위 양적 투입 증가에 따른 제조업 집중 육성에서 벗어나, 서비스산업 발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낙후된 서비스산업의 선진화 없이는 국민소득의 안정적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요인과 더불어, 개방과 개혁으로 서비스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대내적인 여건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IMF 프로그램에 따라 우리나라 금융업이 추가 개방됨으로써 국내 금융업은 구조조정 및 통폐합 과정을 거쳐 산업의 규모 확대와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또한 중국의 고도성장 지속으로 중국으로 오가는 물동량이 급증함에 따라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한 물류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된다.


비록 느리기는 하지만, 2000년 이후 동아시아 협력 논의가 진전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금융과 물류 등 서비스산업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다. 또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같은 지역주의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었고, 세계화가 주요 교역국가의 핵심 정책과제로 대두됨에 따라 새로운 통상정책의 모색이 요구되었다.


20세기 국가발전전략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21세기형 발전전략인 개방형 신통상국가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영섭(2000)에 의해 제안되었다. 그는 개방화ㆍ세계화ㆍ디지털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수동적이고 피동적인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에 입각한 개방형 국가의 건설이 절실하다는 점을 피력하였다.3) 경제적으로 약소국인 우리나라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경제강국의 틈바구니에서 벗어나 ‘작지만 강한’ 국가(강소국가)로 번영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신통상국가 제안 근거로 제시했다.4) 따라서 우리나라를 단지 가공무역기지가 아닌 세계비즈니스 센터의 한 축으로 발전시켜 경제활동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가(open-minded economy as a business platform)를 개방형 신통상국가로 정의하였다. 5)


신통상국가론은 상품무역과 서비스, 그리고 고도의 상업활동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발전전략 개념에 입각한 것이었다. 신통상국가란 재화, 용역, 자본, 기술, 인력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경제적, 지리적 공간의 場을 마련하고,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추경제(pivotal economy)를 형성해 나가자는 것이었다. 신통상국가론은 개방화 및 경제제도 선진화를 추구하되, 자원유치를 위한 전략적 개념에서 출발하므로 국가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neoliberalism)와는 차이가 있다.6)

신통상국가론에 따르면, 허브(Hub) 항만과 공항을 구축하여 환적, 운송, 유통, 저장, 조립ㆍ가공, 정보 등의 복합물류서비스가 이루어지는 세계 물류수송망인 간선항로(Main Trunk Route)의 한 축을 우리나라가 담당하도록 해야 하며, 지경학적인 이점을 활용하여 한반도를 동북아의 물류ㆍ유통ㆍ금융의 중심부로 도약하려면 주변국에 앞서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국적 기업의 지역본부, 외국의 금융회사, 교육시설 등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해 경제자유지역 및 국제자유도시를 설치해야 하고, 자유무역지대를 적극 활용해야 함을 주장하였다.

2002년 4월 김대중 정부는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실현방안’을 발표하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2)이 작성한 자료에 의하면,7) 우리나라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비해 인프라, 제도 및 국제화면에서 비즈니스 중심지로서 크게 뒤져 있고, 정책면에서는 상해나 대만에 비해서도 떨어지며, 일본과 중국과 같은 큰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지경학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제조업 기반과 정보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비전을 정립한 후 이를 국가경영전략으로 삼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경우 성공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한ㆍ중ㆍ일 3국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 FTA를 추구하는 한편, 미국과 EU와의 FTA를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추진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동북아 FTA가 어려울 경우 한국이 일본 및 중국과 양자간 FTA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는 경제실익을 중심으로 추진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경제보다 정치외교적 개념을 상위 목표로 설정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설정한 12대 국정과제중의 하나인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으로 채택된다. 하지만, 중장기 동북아 지역협력 목표가 추가되고, 경제중심 구상 제목과는 달리, 이러한 역내 정치외교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중심을 구축해야 하는 것으로 내용이 다소 변경된다. 참여정부 인수위원회의 백서에 따르면, 동북아시대가 도래했음을 전제로 경제적 측면을 초월, 변방의 역사를 극복하고 자주적 역사를 창출하는 계기로 만들고, 아시아의 번영과 통합의 질서를 구축하고, EU와 같은 지역통합과 지역공존적 발전을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도모해야 함을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확고한 경제중심 역할과 함께 남북관계 개선이 동북아시대 개척의 선결과제임을 들고 있다. 여기서 정치외교적 개념이 경제개념보다 상위 목표로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참여정부 출범 후 발족한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원회(동북아위원회)8) 및 동북아위원회를 확대개편한 동북아시대위원회(2004년 6월)를 통해 정치적 의미가 더 강해지게 된다.

인수위원회 백서에 따르면, 동북아 경제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모든 나라에게 이익이 되는 상호 윈윈(Win-Win)의 협조적 관계로 발전시키고, 동북아 네트워크 내에서 비교우위에 입각한 선의의 경쟁으로 효율적 국제분업구조를 형성해야 하고, IT 등 첨단산업, 물류·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복합발전을 추구하며, 장기적으로는 비즈니스거점 개발지역과 각 지방의 기존 산업 클러스터와의 연계를 통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주요 추진 과제로는 인천, 부산, 광양지역을 물류와 지역 비즈니스 집적지로 발전시키며,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하여 금융 국제화, 동북아 비즈니스 거점지역으로 개발시킨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경의선·동해선을 연결하고, 대륙철도(TSR, TCR) 교통망을 구축하고, 2015년까지 공항·항만 등을 연결하는 종합물류정보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외국인투자를 적극 유치하여 다국적기업의 동북아 지역본부로 발전시키며, 한·중·일 FTA 체결, 동아시아 전자무역공동체 형성, 동북아 에너지 안정공급체제 강화를 위한 협력체 구축, 관광을 전략산업으로 육성 등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김대중 정부의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구상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책 목표의 변질과 주변국들의 반발과 우려

김대중 정부에서 논의되었던 동북아 비즈니스허브 발전전략 구상을 수용하면서 정치외교적 목표를 설정한 동북아경제중심 정책은 선의의 역내 지역협력 의지로 보이기보다는 우려의 대상으로 비춰지게 되었다. 즉, 경제문제에 초점을 맞춰 우리 경제의 내부개혁을 가속화시키고, 비즈니스허브로 발전시킴으로써 경제적 실속을 확대해 나가야 할 정책이 우리의 의도와는 달리 대외 정치외교적 과시용으로 변질되면서 중국과 일본의 반발을 불러오게 되었다. 즉, 중국이나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이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면 자국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곤 했다. 우리 학계와 교류가 많은 모 중국 학자는 한국이 동북아 중심국가라면 중국은 세계 중심국가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우스갯소리로만 이해해서는 안 될 ‘언중유골(言中有骨)’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동북아위원회 초대 위원장인 배순훈(2003)은 “우리나라가 동북아 경제중심이 되겠다는 의미는 국가간 상호협력과 경쟁을 통해 동북아 지역내 평화의 토대를 다질 뿐 아니라 시장확대를 통하여 지속성장 등 기회를 창출하여 공동번영을 도모하는데 있다”고 언급하면서, “동북아 지역의 여건을 보면, 중ㆍ일은 역사적 배경과 정치군사적 상황으로 인한 상호견제로 어느 한쪽이 주도권을 잡기 곤란한 입장이다. 따라서 지리적으로 동북아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9)

2004년 6월 발족한 동북아시대위원회는 경제문제보다는 정치적 이슈에 더욱더 치중하게 된다. 위원장인 이수훈은 『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 서문에서 “참여정부는 출범 이래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 구상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냉전적 대결 질서를 청산하고 공존의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한반도와 동북아에 평화적 공존의 질서가 구축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의 안정적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 동북아시대위원회는 앞으로 외교안보와 남북관계에 있어서 현안을 해결하고 동북아시대 구상 실현과 관련된 전략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지식인 및 국민 담론 활성화를 통해 수렴된 결과를 정책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겠다”고 적고 있다. 10)


동북아시대 홍보책자의 본문에서는 “동북아시대 관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다.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정착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장기적 안위와 직결되고 동북아 지역 전체 거주민의 안위와 관련된다는 점에서 평화 관심을 간과하고 동북아시대를 논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내용상 아무런 하자가 없고, 국민들의 관심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았지만, 경제논리가 차지할 영역은 많지 않아 보인다.

동 책자의 목차 제IV장 동북아시대 구상 실현을 위한 핵심과제를 보면, 5개 분야로 나눠진 과제는 중장기 대외전략 수립, 남북관계 중장기 발전,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동북아 경제협력, 동북아 사회문화협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4번째 동북아 경제협력만이 경제이슈인 것을 보더라도 참여정부 출범시 설정한 동북아경제중심 구상은 상당부분 본래 취지를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동북아 경제중심 구상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우려가 제기되었다.11) 동북아개발은행 설립과 동북아물류허브 구축을 주장해 온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동북아 중심국가니 동북아 경제중심지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은 쓸데없이 인근 국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12) 실제로 우리 정부의 동북아 경제중심 정책에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부 고위인사가 주요 국제회의에서 해명하기도 했다. 2003년 11월 당시 재경부장관이었던 김진표(2003)는 「보아오 포럼」기조연설을 통해 “한국정부가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경제중심 전략은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여 동북아의 물류 및 비즈니스중심지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 이러한 구상은 기본적으로 배타적이 아닌 상생의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생산과 투자, 금융과 물류, 정보와 기술이 모여들고 퍼져나가는「번영의 허브」(Hub)가 될 것이라는 데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함으로써 주변국의 우려를 완화시키고자 했다.13)

참여정부의 동북아구상은 주변국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경제중심이라는 용어보다는 비즈니스허브가 더 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또한 동북아 경제중심과 관련하여 한국의 유일한 허브가 아니라 다중심/다주변의 구조 속에서 하나의 허브라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들렸다. 동북아위원회나 동북아시대위원회가 모델로 삼는 범유럽주의는 문화적 기반이 혼재하나 동북아의 경우에는 지역적인 동질성이 부족하므로, 경제통합을 강조하기 보다는 우리 경제의 선진화, 비즈니스허브화로 경제이익 확보에 주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금융허브만 하더라도 동북아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과연 개방된 환경을 조성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동북아 경제중심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부족한데, 정치외교적 목표까지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4년 동안 추진된 동북아경제중심 전략은 동북아위원회와 동북아시대위원회의 고유업무도 있겠지만, 대부분 정부 관련 부처의 경제정책과 맞물려 추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조직 성격상 위원회는 정책방향을 정하는 기관이며, 정책은 정부 부처가 집행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제자유구역은 동북아경제중심 전략의 핵심사업이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재정경제부가 입안, 집행하게 된다. 실제로 경제자유구역기획단도 재정경제부가 운영하고 있다.

개방과 내부개혁을 통한 비즈니스환경 개선이 급선무


일부 분야에서는 동북아 경제중심 구축에 다소 진전이 있었다. 진전된 분야의 예는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 FTA 추진, 경제자유구역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부산신항이 완공되었고, 광양항 배후단지를 조성했으며, 평택항 컨테이너 전용부두 개장 등을 들 수 있다. 제2연육교와 공항철도 확충 등 인천공항 2단계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경의선·동해선 연결 및 대륙철도(TSR, TCR) 교통망 구축 사업도 논의하고 있다. 공항·항만 등을 연결하는 종합물류정보망이 구축되고 있으며,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비즈니스 허브화고 진행되고 있다. 또한 참여정부는 다수 국가와의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제중심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FTA 추진이 필요함은 인수위 백서에서도 강조된 사항이다. 특히 미국과의 FTA 추진이 동북아경제중심 구축에 득이 됨을 지적하고, 한미 FTA가 향후 중국, 일본과의 FTA를 추진함에 촉매제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을 인천, 부산, 광양에 구축하고, 외국기업의 유치를 위해 노력한 점은 공으로 인정된다.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었더라도 외국기업들이 입주하고,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 아직 시설인프라가 제대로 구비되지 않았고, 의료, 교육 등 다수 개혁적인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가 처리하지 않음으로써 외국기관 유치에 실효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서둘러 개선해야 할 사항도 적지 않다. 오히려 국제경쟁력 지수와 기업환경이 더 악화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한국 경제자유도는 46위로, 4년 전인 2002년 32위보다 14등이나 나빠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규제와 후진적 노사문화가 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서는 원화의 태환성 제고, 해외금융시장 및 금융기관간의 연계강화, 금융전문인력의 육성, 금융관련 법률체계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동북아 물류중심지화 전략 추진에도 불구하고, 상해 등 중국의 항만도시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우수한 전략적 입지를 활용한 환적센터 개발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경제중심의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세계 수준의 연구개발(R&D) 클러스터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R&D 클러스터의 외부성, 집적에 따른 경제성으로 보면, 대단위 R&D 클러스터를 집중 육성해야 할 것이다. 비즈니스 장소 선택은 비용이나 재정 요인 보다는 교육의 질, 환경, 정치안정, 비즈니스 분위기, 여가 및 문화여건 등 경제 외적인 생활여건이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외국의 선진 교육과 의료 기관의 국내 진출이 가능하도록 제도정비(영리법인화, 이익금 본국송출 등)를 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경제중심 전략은 경제논리보다는 정치외교적 목표가 많이 개입되어 김대중 정부시절 논의되던 비즈니스중심 구상에서 상당부분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변국에 비해 국력이 약한 우리나라가 오히려 상대국을 자극할 수 있는 국가적 전략을 내세우기 보다는, 개방과 내부 개혁을 통해 비즈니스환경을 개선시켜 우리나라를 물류, 금융, 다국적 기업 지역본부, 첨단산업을 육성시킴으로써 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인교 / 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1) 2001년까지는 조찬을 겸한 비공식회의였으나 2002년부터 공식회의로 격상되었다.
2) 한·중·일 정상회의에 합의에 따라 3국의 국책연구기관이 동북아 경제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공동연구를 실시한 바 있으나, 실천적인 의미의 협력은 아직 이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집권기간중 아세안+3 정상회의는 연구논의를 넘어 실질적인 협력이 이행되었다.
3) 심영섭(2000), “개방형 신통상국가론 - 21세기 국가발전의 대안적 전략 -” 국민경제자문회의 발표자료. 10월 27일.
4) 개방형 신통상국가 벤치마킹 대상 국가로는 싱가포르, 아일랜드, 벨기에, 네덜란드 등이며, 이들 국가들은 경제규모는 작지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도 강한 경제를 발전시켜 왔다.
5) 개방형 신통상국가는 2005년 4월 정부가 채택한 “개방형 선진통상국가”의 모태가 되었다.
6) 신자유주의는 시장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존중하고, 금융자유화 및 기업활동의 범세계화를 지지하고 있다.
7) 대외경제정책연구원(2002),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 구상”
8) 2003년 4월 25일 발족된 동 위원회는 2003년 8월에 물류로드맵, 12월에 금융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일반적인 제도개혁은 재경부와 공정위가 담당하고 있으며 동북아위원회는 금융허브와 관련된 제도개혁을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이 주어졌었다.
9) 배순훈(2003), “동북아중심국가를 향한 정책과제”, 동북아경제학회 및 국회 21세기 동북아연구회 공동 세미나(주제: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를 향한 정책과제) 발제문. 8월 21일. 국회 헌정기념관.
10) 동북아시대위원회(2006),『참여정부의 동북아시대 구상』. www.habh.go.kr
11) 동북아 전문가풀 분과회의(2004),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의 비전과 추진계획”. 5월 6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12) 중앙일보(2003), “이슈 인터뷰: 남덕우 前국무총리”, 12월 24일.
13) 김진표(2003), “평화와 번영을 위한 아시아 경제협력”, 「보아오 포럼」기조연설 자료. 11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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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교육을 선택할 자유를 주자
송정석 / 2021-09-01
송정석 2021-09-01
199 대일외교를 정상화하자
신범철 / 2021-08-31
신범철 2021-08-31
198 대학의 적정 규모화 촉진을 위한 방안
이진영 / 2021-08-30
이진영 2021-08-30
197 국민기본보장제도 도입방안
김용하 / 2021-08-27
김용하 2021-08-27
196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분권화 제고와 시장기능 강화
박호정 / 2021-08-25
박호정 202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