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개선 방안

안재욱 / 2002-12-02 / 조회: 6,215
No.050

1. 현황

1998년 금융감독에 관한 최고 의결기관으로 금융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1999년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으로 분산되어 있던 금융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하여 1999년에 금융감독원(무자본 특수법인)을 설립하였다. 설립목적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금융소비자의 보호 등이었다.이는 금융기관의 업무영역 확대, 복합금융상품의 출현 등 금융기관의 겸업화(universal banking)가 진전됨으로써 이를 총괄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금융감독기구의 출현이 요청되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규제를 위해 자본금기준, 검사'감독, 조기개입과 적시퇴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자본금기준의 규제가 예전에는 최저 레버리지율을 설정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산의 위험도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하여 계산한 자본금과 자산의 비율인 위험가중자본기준(risk-weighted capital standard)으로 바뀌었다. 위험가중자본기준으로 일반적으로 BIS 자본금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자산의 위험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여 각기 다른 자본충족도(capital adequacy)를 설정하는 것으로 위헌 가중자산에 대하여 Tier I 자본금은 4% 이상, Tier II 자본금은 8% 이상 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은행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자기자본을 충실히 하고 적정한 유동성을 유지하는 등 경영의 건전성을 확보하여야 하고, 금융감독위원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금융기관 경영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경영지도기준을 정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이 경영지도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 경영의 건전성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자본금의 증액, 이익배당의 제한 등 경영개선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기관의 파산 또는 예금지급불능의 우려 등 예금자의 이익을 크게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예금수입 및 여신의 제한, 예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정지 기타 필요한 조치를 명할 수 있다(은행법 제44조). 또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기관의 업무와 재산상황을 검사한다(은행법제 48조).

2. 문제점

1) 금융감독 구조가 복잡하고 금융감독 기능과 금융정책 기능이 혼재되어 있어 금융감독이 효율적이지 못하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감독과 관련된 주요 사항을 심의 의결하고 금융감독원에 대해 지시 감독한다. 금융감독원은 종전 은행감독원'증권감독원'보험감독원'신용관리기금의 권한과 의무를 포괄'승계하여 금융감독위원회 또는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시를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및 증권'선물시장에 대한 조사'감독'감시업무 수행한다. 재경부장관은 금융관련법률의 제'개정 권한을 가지며, 금융감독에 관련되는 법령을 제정 또는 개정하고자 하는 경우 금융감독위원회와 협의하여야 한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신용정책의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에 대하여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요구하거나 한국은행 소속직원이 금융감독원의 금융기관 검사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금융감독위원회 또는 금융감독원에 대하여 부보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를 요청하거나, 예금보험공사 소속직원이 검사에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현재의 금융감독기관인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명목상 분리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감독기관이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모두 보유할 경우 너무 강력한 규제기관이 되어 금융감독이 지나치게 경직적이 되고 만다. 규제가 지나치고 경직적인 산업일수록 산업은 쇠퇴한다. 정부기관을 조직하는데 우선해야하는 것이 견제와 균형이다. 마찬가지로 금융감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점에서 금융감독기관에서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 일원화하여 감독기능을 맡기고, 정책기능은 분리하여 다른 정부부처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2) BIS 기준에 의한 규제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BIS 기준은 이자율 위험과 유동성위험을 무시하고 있다. 장기자산이 단기자산보다 이자율 위험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준은 장기주택대출을 단기의 상업대출보다 위험이 낮은 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둘째, 이 기준은 포트폴리오 분산화의 이점을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금융기관이 직면하는 위험을 증가시킨다. 세째, 금융기관들이 이 기준의 허점을 찾아 실제 위험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 있는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유인을 주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본을 잘못 배분하게 하는 이 기준은 금융기관들에게 조세로서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이 기준은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로 금융제도의 불안정을 유발하고, 그에 따라 납세자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IMF 이후 BIS기준 제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의 독려에 의해 금융기관들이 일반 신용대출 이나 담보대출을 신용보증대출로 전환하였다. 이것은 BIS 비율계산에 들어가는 신용보증대출의 위험가중치가 1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용보증대출로 전환할 경우 5배~10배로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관이 대출상환위험을 100% 보증하기 때문에 대출 기업에 대한 신용조사를 철저히 하지 않고 대출을 집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특히 금융기관은 기업의 신용도에 따라 차등금리를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부실기업에 대출할수록 높은 수익을 취할 수 있는 제도적 취약점을 이용하여 부실기업에게도 신용보증대출을 남발하였다. 또한 기업은 신용보증기관의 보증 때문에 금융기관의 여신심사와 사후관리가 허술한 점을 이용하여 대출자금을 고위험사업에 투입하고, 대출자금상환을 지연하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 이것은 부실 대출로 이어져 신용보증을 받은 기업이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보증사고가 증가하게 되고 결국은 신용보증기관의 대위변제율이 증가하게 되어 보증기관의 부실이 심화되었다. 정부기관인 신용보증기관의 부실은 결국은 납세자의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3) 검사'감독 역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기관은 위기 상황이 아닌 경우 금융기관을 과소 검사'감독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정부규제자가 이윤과 손실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한 관련정보를 얻을 유인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불리한 정보를 발표하지 못하게 하는 정치적 압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감독자와 금융기관 경영자간에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므로 금융기관은 여러 가지 회피행위를 매우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검사자가 그 행위를 밝히는 절차만 옳았다면 금융기관이 파산했다해도 검사자는 책임추궁을 받지 않는다. 절차가 옳지 않았다고 해도 처벌은 비교적 관대하다. 그러므로 검사자들은 부정을 찾아내거나 허위사실을 밝히는데 그렇게 큰 유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은행경영자의 기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경계가 적고 위기상황이 아닌 시기에 검사자들에 의한 과소 검사'감독의 경향이 발생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요소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IMF 사태의 주 원인제공자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종금사의 경우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종금사의 외화차입은 재경원의 승인사항이다. 종금사의 금융흐름은 금융당국이 충분히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던 분야였고 업무정지 등의 강경한 조치로 그 부작용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했는데도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종금사의 충격에 대한 완충장치(buffer)를 제거해 버려 부도위험이 증가하였다. 지금까지 정부가 금융기관의 인사권과 자산운용의 의사결정권에 개입하는데 만 관심이 있었지 경영성과에 대한 검사'감독에는 소홀하였다는 것은 동화은행 비자금사건과 한보와 기아사태 등과 같은 많은 금융사건에서도 드러난다.

4) 조기개입과 적시시정조치 방안 역시 그 효과가 과연 있는 지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조기개입과 적기시정조치는 자본금의 등급이 떨어질 경우 감독기관이 개입하여 자본금 수준에 따라 은행의 자산이 재편성되거나 청산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금융기관을 감시하는데 비용이 많이 들지만 조기 개입과 적시시정조치를 통한 이익으로 그 비용이 충분히 상쇄될 수 있다는 논거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효과가 있을 지에는 많은 의문이 있다. 그 이유는 적기시정조치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이루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의 자본금 수준이 크게 떨어져서 심각한 상황이어서 감독당국이 개입했는데 만일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일 경우 문제은행은 즉시 퇴출 되지 않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문제은행은 여러 경로를 통해 감독당국에 자신들의 문제가 일시적이며 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적으므로 규정적용을 완화해 줄 것을 설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기개입과 조기시정조치는 정치적 과정에 의해 규제집행은 매우 불확실하고 변동적이 될 수 있다.

3. 정책대안

정부가 금융감독을 하는 이유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금융감독이 효율적이지 못하고 정치적인 결정에 의해 이루어질 경우 오히려 금융시장은 더욱 불안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감독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금융감독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다.

첫째, 앞에서 언급한 대로 금융감독기관에서 정책기능과 감독기능을 분리하여 현재의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통합 일원화하여 감독기능을 맡기고, 정책기능은 다른 정부부처에 맡긴다.

둘째, 검사 감독이나 조기개입 및 적기 시정조치는 정치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부에 의한 감독보다는 시장에 의해 금융기관이 감독되도록 한다. 금융시장이 정부의 개입이 없을 경우 오히려 안정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많은 외국의 사례가 있다. 정부개입이 금융기관의 위험행위를 조장하는 도덕적 해이문제를 야기하고, 금융당국의 주인-대리인 문제를 야기하여 그러한 제도와 규제들이 적절히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에 의존하기보다는 시장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셋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BIS 비율에 의한 자기자본금에 대한 규제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자본금은 은행의 건전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BIS 자기자본 비율을 산정할 때 주어지는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은행의 건전성과 성과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위의 모든 것을 고려해 볼 때 현재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위와 금감원의 조직과 기능을 축소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감원은 단지 개선된 BIS비율, 최저자본금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필요한 기본원칙들만을 정하고 그것이 잘 지켜지는지의 여부만을 검사 감독한다. 그리고 투자자나 예금자들이 금융기관 선택에 대한 합리적인 결정과 금융기관을 감시 감독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여 시장에 공개하는 서비스 역할에 국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안재욱, 「금융정책」, 『바람직한 한국의 정책대안』바른사회 시민회의, 2002 (근간)
An, Jaewook, Regulations on Financial Institutions, CFE Paper 7, 1999.

(안재욱, 경희대학교 교수, 경제학, jwa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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