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예산배분체계의 개선

손의영 / 2002-10-11 / 조회: 5,875
No.033

1. 문제의 제기

30년 이상 지속된 경제성장으로 여객 및 화물 수송에 필수적인 교통시설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하였다. 특히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80년대 중반부터의 급격한 자가용 승용차 증가는 도로에 대한 수요를 급증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교통시설 수요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90년 이후 중앙정부 및 지자체 모두 최우선정책으로 교통투자 규모를 확대하여 왔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 재정규모에 비례해 볼 때 꽤 높은 교통투자 규모가 10년 이상 이루어짐으로써 많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적지 않은 교통시설에서는 혼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일부 교통시설에서는 너무 시기 상조로 혹은 필요 이상 과다하게 투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시설을 계획하여 완공까지에는 5년 내지 10년 이상 소요되므로, 만약 현재 비합리적으로 수립된 계획에 예산이 투자된다면 최소한 5년 내지 10년 뒤에나 그 잘못을 인식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비합리적인 투자계획 수립을 하루빨리 고치는 것이 필요하다.

비합리적인 교통투자계획이 수립되는 커다란 원인의 하나는 바로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예산배분체계가 적절하지 못함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비합리적인 교통투자는 투자의 효율성을 낮추게 되어, 결국 동일한 투자비가 사용될 지라도 이로 인한 교통혼잡 개선 효과를 적게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합리적으로 교통투자 계획을 수립하도록 예산배분체계를 확립함으로써, 무조건적인 투자 규모 확대보다는 투자의 효율성을 증대하여 장래의 교통문제 개선에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2. SOC 투자규모 확대 우선 정책과 성과

교통시설 투자는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에 의하여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앙정부는 지역간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거의 대부분 국세 수입으로 조달하여 담당하며, 지자체는 도시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를 지방세 수입 및 중앙정부 지원금으로 조달하여 담당한다.

지역간 교통시설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교통시설로서 간선도로인 고속도로 및 국도, 지역간 철도 및 전철, 공항과 항만이 해당된다. 이러한 지역간 교통시설은 중앙정부인 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가 주도하여 투자 및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도시 교통시설은 지방도로인 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및 농어촌도로, 그리고 지하철이 해당된다. 도시 교통시설은 각 지자체가 투자 및 운영을 담당하나, 지자체의 재원 부족으로 인하여 지방도로는 행정자치부로부터 지하철은 건설교통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90년 이후의 교통시설 투자 규모 확대 우선 정책에 따라 중앙정부의 투자 규모는 대폭적으로 확대되어왔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모든 지역간 교통시설이 확충되었으나, 특히 자가용 승용차의 급증에 대처하기 위하여 고속도로 및 국도가 대폭적으로 확충되었다. 고속도로 및 국도의 투자비는 ’83년에는 4천억원에 불과하였으나, ’93년에 2조 2천억원으로 급증한 이후 계속적으로 대폭 증가하여 2000년에는 8조 6천억원에 달하였다. 그러나 수도권 전철을 포함한 지역간 철도에 대한 투자비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고속철도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그 증가율이 극히 적었다. 한편 공항 및 항만에 대한 투자비 증가는 비록 도로보다는 적었으나,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러한 교통 투자비 규모의 계속적인 확대로 모든 교통시설, 무엇보다도 도로시설은 크게 확충되어 왔다. 고속도로의 경우 2차선을 기준으로 할 때, ’80년에 1,703km에 불과하였으나 2001년 5,625km로 21년간에 3.3배 규모로 대폭 확충되었다. 국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서 포장 2차선을 기준으로 하면, ’80년에 5,252km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20,457km로 20년간에 고속도로 증가 속도보다 더욱 큰 3.9배 규모로 크게 확충되었다. 더욱이 현재 공사 중인 수많은 도로사업이 가까운 장래에 계속적으로 완공됨에 따라 고속도로 및 국도 규모는 향후에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반면에 지역간 철도시설은 도로시설에 비교할 때 거의 확충되지 않았다. 철도 본선궤도 연장은 다소나마 증가하였으나, 불필요한 노선의 폐지로 인하여 철도 영업 연장은 오히려 감소하였다. 단선철도의 복선화율 및 전철화율 또한 그 증가율은 매우 미흡하였다. 공항 및 항만도 인천국제공항 개항 및 광양항, 부산항 확충 등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교통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은 ’94년에 한시적인 목적세로서 휘발유 및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세가 신설된 이후에 교통세가 교통시설특별회계의 가장 중요한 세입이 되고 있다. 교통세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65%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교통세 다음으로는 승용차특소세'수입차관세 등 자동차관련세가 10~15%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대수의 급증에 따라 교통세 규모는 계속 급증하였는데, ’94년에 3조2천억원에 불과하였던 교통세는 ’98년 7조2천억원, 2000년 9조8천억원으로 급증하였다. 장래에도 교통세는 계속 증가할 것인바, 교통시설특별회계의 규모도 증가하여 지역간 교통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규모 확대도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의 교통시설 투자 규모 확대에 못지 않게 지자체의 투자 규모도 ’90년대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확대되어왔다. 먼저 광역시도, 지방도, 시'군도, 농어천도 등 지방도로 투자비의 경우 ’83년에 3천2백원에 불과하였으나, ’93년에 1조 7천억원으로 급증하였다. 그러나 이후에는 그 증가 폭이 감소하여 ’98년에 2조 5천억원에 달한 이후, 거의 증가하지 않아 2000년에는 2조 7천억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투자비 증가는 고속도로, 국도 등 중앙정부 도로 투자비가 ’93년 2조 2천억원에서 ’98년 6조9천억원, 2000년 8조 6천억원으로 계속 증가한 것에 비하면, 중앙정부/지자체간 도로 투자가 매우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는 도로 이외의 교통시설은 도시철도이다. 중앙정부의 지하철 건설비 지원금은 서울시 지하철이 건설된 ’80년대에는 극히 적었다. 그러나 서울시 이외에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등 5대 광역시의 지하철 건설이 활성화된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지자체의 교통투자를 위한 재원 조달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지원금과 지자체 자체의 일반회계에 거의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를 제외하는 경우 지자체의 일반회계 규모는 크지 않으므로 중앙정부의 지원금은 지자체의 교통투자 재원으로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금은 교통부문별로 매우 상이하다. 지방도로의 경우에는 양여금을 통한 중앙정부의 건설비 지원금 이외에 지자체 자체의 투자비 부담도 필요하다. 이 경우 양여금은 도로정비사업 이외에 수질오염방지사업 등에의 배분 비율이 계속 증가함으로써 도로정비사업에의 배분액은 별로 증가하지 않았으며, 지자체 자체의 부담액도 최근에는 오히려 감소함으로써 지방도로에의 투자비는 거의 정체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국도는 투자 재원인 교통세수가 계속 증가함으로써 투자 또한 계속 확충되는 반면에, 지방도로는 투자 재원인 양여금 및 지자체 부담액이 증가하지 않아 투자가 거의 정체되고 있다.

도시철도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은 계속 변화하여 왔다. 광역시 지하철 투자에는 대규모 비용이 수반되므로 중앙정부는 건설비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였는데, ’80년대에는 서울시의 경우 건설비의 3%밖에 지원하지 않았으나, ’90년대에는 20% 이상, 최근에는 40%까지 지원하였다. 서울시 이외광역시에는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반면에 광역시 이외 지역의 경량전철은 확정적이지는 아닐 지라도 건설비의 약 20%를 지원 받는다.

3. SOC 투자 규모 확대 우선 정책의 문제점과 예산배분체계

앞에서 중앙정부 및 지자체 모두 ’90년 이후 교통시설 확충을 최우선정책으로 설정하여 투자 규모를 대폭적으로 확대하여 왔다는 것을 논의하였다. 투자 규모 확대는 중앙정부의 경우 현재까지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모든 교통시설에서 지속되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교통 투자 규모 확대는 무엇보다도 투자 재원의 안정적인 확보, 즉 교통세의 계속적인 확대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장래에도 자동차대수의 증가에 따라 교통세는 계속 증가할 것인 바, 중앙정부의 지역간 교통시설에 대한 투자 확대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반면에 지자체의 경우는 ’90년대 중반 이후 지방도로사업의 경우 투자 규모가 거의 증가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투자 규모의 정체는 무엇보다도 지방도로 투자 재원인 양여금의 재원인 주세, 농특세 등의 완만한 증가, 양여금 중 수질오염방지사업에 대한 투자비 비중의 증가, 그리고 지자체 자체의 부담 여력 감소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장래에도 양여금의 재원인 주세나 농특세 등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며, 수질오염방지사업의 확대, 그리고 지자체 자체의 부담 여력 감소도 계속될 것이므로, 결국 지방도로에 대한 투자 규모는 거의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편 지자체의 지하철 투자는 그 규모가 확대되어 지하철망 구축 측면에서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자체에게는 지하철 건설로 인한 부채 증가라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반면에 경량전철 건설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직까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엄청난 규모의 교통시설 투자가 확대되어 온 현 시점에서 우리 나라의 교통체계상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논의하여 보기로 한다. 무엇보다도 대도시의 교통혼잡이 매우 심각한데, 이는 지하철망 및 도시고속도로의 부족에서 크게 기인한다. 지하철 건설은 중량철도보다는 경량철도가 필요한 바 현재의 중앙정부 예산배분체계 하에서 지원하면 될 것이다. 다만 도시 규모에 따라 적정한 시스템을 선정하도록 예산배분체계가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도시고속도로에 대하여는 현재의 예산배분체계에서는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 받을 수가 없다. 따라서 대도시 교통혼잡 완화를 위하여 도시고속도로에 대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중규모 도시 및 대도시 주변 도시에서는 도시고속도로 및 경량전철 건설이 고려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요하나,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한편 소규모 도시의 경우에는 현재 중앙정부에서 전액 부담하여 우회국도를 계속 건설하고 있다. 따라서 교통혼잡이 더 시급한 대규모나 중규모 도시보다 오히려 덜 시급한 소도시 도로 투자가 우선되고 있다.

지역간 교통시설의 경우에는 일부 고속도로나 4차선 확장 국도사업의 경우 너무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일부 공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서 건설비는 물론 운영비 부담이 전혀 없는 지자체는 무조건적으로 적정 규모 이상을 선호하게 된다.

요약하면 중앙정부의 투자 재원 규모는 교통세수의 계속적인 증가로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일부 교통시설, 공항, 고속도로 및 국도 등의 투자는 시기상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에 지자체의 투자 재원 규모는 거의 증가하지 않아, 대도시 도시고속도로나 경량전철 등 시급한 교통시설에 투자가 되지 않고 있다.

4. 합리적인 예산배분체계 확립

그러면 지금까지의 논의를 토대로 보다 합리적인 교통시설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중앙정부/지자체의 교통투자 예산배분체계를 제시하여 보기로 한다.

첫째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한 교통시설과 도시 관점에서 투자가 필요한 교통시설을 구분하여, 이에 따라 중앙정부/지자체간 투자비 배분이 보다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공항의 경우 국제공항과 국내공항으로 구분하여 국제공항에 대하여는 중앙정부가 주된 투자주체가 되어야 하는 반면에, 국내공항에 대하여는 지자체가 주된 투자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는 항만, 철도역, 광역 전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둘째 모든 교통시설에 있어서 중앙정부만이 전적으로 투자비 부담을 하기 보다 지자체와 공동으로 투자비를 부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건설 후 운영상 발생하는 적자는 반드시 지자체가 거의 대부분을 책임지도록 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는 적정 수준 이상의 과다한 교통시설 투자를 요구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공항, 항만, 광역 전철은 물론 국도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외국의 경우 공항 및 항만 투자비의 상당 부분을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물론 운영은 전적으로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다.

셋째 지자체가 투자비 일부, 그리고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하기 위하여는 현재의 지자체 재정 자립도로서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제고를 위하여 중앙정부 투자재원의 일부를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교통세의 일정 비율에 대하여 부과되는 주행세 비율을 대폭 확대하여 지자체로 이관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심각한 교통혼잡을 겪고 있는 대도시나 일부 중규모 도시의 교통문제를 완화하기 위하여 도시고속도로 및 경량전철 건설에 대하여 중앙정부의 별도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에 시급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일부 고속도로나 국도사업은 축소하여야 할 것이다.

손의영(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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