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위기: 북한 핵에 대한 인접국의 입장

이춘근 / 2004-10-26 / 조회: 5,298

1. 들어가는 말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북한 핵으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는 마치 폭풍전야의 고요함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이 끝나면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북한 핵문제는 거의 곧바로 중요한 국제이슈로 다시 떠오를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요즈음 수도이전문제, 보안법, 과거사 문제 등 국내 정치 이슈 속에 가려져 북한 핵 문제는거의 논의도 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10월 21일 일본 방위청 산하 방위 연구소는 “조선반도(한반도)의 위기” 라는 제목의 세미나를 열었다. 필자는 이 세미나에 참석, “북한 핵의 문제: 한국의 견해, North Korea's Nuclear Problem: A Korean Perspective" 라는 주제의 논문을 발표 했고 논문 발표자는 필자 외에 미국 외교협회의 연구원인 Rebert Dujarric , 일본 總合硏究開發機構(NIRA) 연구원으로 있는 중국의 리강처 (李鋼哲), 일본 방위청 방위연구소 주임 연구관인 다케사다 (武貞秀士) 등 총 네 명이었다.


본 국제이슈 해설 보고서는 필자가 세미나에서 청취한, 북한 핵문제에 초미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국, 일본, 중국학자들의 견해를 요약하고 해설하기 위해 작성 하였다. 본 필자가 발표한 내용은 여러 가지 글들을 통해 이미 알린 바 있으므로 외국 학자들의 견해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하기로 한다. 물론 이 회의에서 발표된 견해들은 각국의 공식적인 견해라기보다는 각 나라 학자들의 사적인 견해라고 보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2. 미국의 입장


미국측의 입장을 발표한 로버트 듀자릭은 이미 한반도 문제에 대해 많은 글을 쓴 알려진 학자다. 그는 우선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논리를 분석 했다. 그는 미국 측은 북한이 진정으로 왜 핵을 개발하느냐의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북한의 핵개발은 에너지 문제가 아니라 군사문제임이 확실하다고 단언 한다. 북한이 이미 개발하고 있는 노동, 대포동 등 중장거리 미사일은 핵개발과 결부되지 않는 한 무의미 한 일이며 그렇게 때문에 북한의 핵개발 노력은 미사일 개발 노력과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에너지를 얻기 위한 진정한 노력을 전개한 적도 없다는 점은 북한의 핵개발이 무기개발임을 증거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군사적인 목적에 유용하게 사용할 것인데 군사적 목적이란 한국, 일본을 공격할 능력을 갖춤으로서 미국의 북한에 대한 공격을 억지한다는 측면과, 필요시 한국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으리라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한다. 물론 북한 핵무기는 북한의 국내 정치적인 효용성을 가지는 정치적인 무기이기도 한 것이다.


미국측은 현재 북한은 6자회담을 지연하는 전술, 전략을 쓰고 있다고 보는데 이는 북한이 미국과 1:1 로 협상할 경우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 이라는 것이다. 북한 측은 혹시 케리 상원 의원이 대통령에 당선 될 경우 미국과 1:1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며 그래서 지금 6자 회담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 하고 있다는 것이다. 듀자릭 연구원은 “케리의 대 북한 정책이 부시의 대 북한 정책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북한은 실망하게 될 것” 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시의 대 북한 정책은 대 이라크 정책처럼 강경 정책이 아닌 반면, 미국 민주당은 북한의 핵 확산 문제에 대해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듀자릭은 만약 케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약골” 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이라크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을 쓰는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더욱 강력한 정책을 채택할지도 모른다 고 경고한다. 선거가 진행 되는 과정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데 열중 했던 민주당은 만약 정권을 장악한다면 북한 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 할 것이다. 현재 북한 핵문제를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비유한 것은 미국의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던 간에 북한 핵문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부각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듀자릭의 발표 논조는 오히려 '케리가 당선 될 경우 한반도의 위기가 더 시급히 다가올 수 있다’는 것 이었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쁜 와중에 중국이 북한 핵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서주기를 기대하지만 중국 측은 그러지 않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보이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의 붕괴를 중국에 위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중국이 북한 핵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서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중국은 일본과 연계되고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 주도의 통일이 이루어져 한, 미, 일 세력이 중국 국경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듀자릭 은 일본과 북한의 관계 정상화는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일본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이룩하기 위해서 전제 되어야 할 조건은 북한이 리비아 식의 해결을 이루는 것인데 그럴 가망성이 없기 때문이다.


듀자릭은 또한 북한이 받아들이는 원조가 인류애적인 것이던 경제적인 것이든 모두 북한의 군사력을 지탱하는데 기여하는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이 주장은 한국의 전문가들이 말하는 '년 1억 불 정도의 지원은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기 보다는 군사력을 지탱시키는 수준’ 이라는 말과 맥락을 같이한다.


듀자릭은 북한 핵문제가 과연 “해결” 될 수 있을 가에 때해 회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미국은 CVID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북한 핵을 해체 함)을 목표로 하는데 북한은 핵능력을 갖고자 하며, 검증과정은 대단히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듀자릭은 북한이 미국의 전면적인 군사공격(full scale American attack)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CVID 라고 생각할 때나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믿는다. 듀자릭의 결론은 의미심장하다. “핵 문제는 당뇨병과 같이 만성적인 질병이다. 북한이 존속하는 한 우리는 이 질병과 함께 있어야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과연 미국은 만성적인 질병을 달고 살고자 할 것인가?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북한 문제를 오래된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문제”로 다시 부각 시키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위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3. 중국의 입장


국제회의에 참석한 중국학자들의 전형적인 태도인지 모르나 그들은 자신의 견해를 그다지 분명히 발표 하지 않으려 한다. 가급적 중국 정부의 방침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을 발표하려는 것이 국제회의에서 만난 중국학자들에 대한 필자의 일반적인 느낌이다. 예로서 북한의 핵개발 노력의 이유를, 미국이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했다는데 서 찾는 것 등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미 1998년부터 북한의 핵개발 재개를 의심하고 있었으며 2002년 10월 그것을 확인 한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악의 축 발언 이후 핵무기 개발을 시작한 것으로 보기에는 시간적으로 무리가 있다. 북한과 파키스탄의 우라늄, 미사일 거래는 부시 행정부가 수립되기 이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일이다.


중국측 리강처 박사는 국제정치학자이기 보다는 경제학자로서 중국-북한간의 경제 문제를 많이 이야기 했다. 그는 우선 냉전 이후 중국과 북한간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전환” 되었음을 강조한다. 중국은 냉전이후 북한에 대한 일방외교를 포기하고 한국에 대해서도 균형있는 외교를 시작 했다고 하며, 중국과 북한간의 노선은 갈라졌고, 동맹관계는 실질적으로 파종(1991-92년 강택민 정권의 초기) 되었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출범한 현재 중국은 북한에 대해 소프트 어프로치(Soft Approach)를 취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중국이 6자회담 등에 적극 참여하고 중개하며, 경제지원을 적극화 하고 “동북 진흥” 및 “북한 경제를 중국화 ”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제를 중국화’ 한다는 사실과 중국의 동북 공정은 모두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라고 이해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4. 일본의 입장


일본의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은 그 기본에서 미국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일본 역시 CVID를 북한 핵문제 해결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미 한국에도 일본의 북한 전문가로 알려진 다케사다 씨는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경우의 위험을 국제테러리즘과의 연계, 핵확산 문제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 핵을 만들고자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한국을 통일하려는 것 그것도 한국을 평화적, 자주적으로 통일 하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군사충돌을 회피해야 하는데 미국과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주한 미군을 철수 시켜야만 하며, 유사시 미국이 또 다시 개입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들 대량 파기무기를 보유하야만 한다” 는데 있는 것이다고 분석한다.


사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궁극적 이유는 “북한이 주도하는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핵무기는 우선적으로 “무기”이지 협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할 경우 북한은 각종 도발을 마음 놓고 감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핵무장 한 북한이 소규모의 공격, 예를 들어 소규모 게릴라 전쟁 등을 야기 할 경우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응징을 할 수 있을까 ?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의 전략 균형을 완전히 북측에 유리하게 기울게 만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케사다 씨는 2004년을 북한이 무엇인가를 엄청나게 「위장(僞裝)한 해」라고 말한다. 각종 의혹스러운 사건이 계속 발발 했기 때문이다 용천 폭팔 사고 등 몇 가지 의문스러운 일들이 야기 되었고 이 문제들은 아직도 무엇인지 오리무중에 있다. 그러나 향후 북한 문제를 둘러싼 상황의 전개를 예측한다면 미국의 북한 공격(군사충돌), 리비아식 해결, 위기의 장기화 등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다케사다씨는 어느 것이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 인지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 했지만 미국은 앞의 두 가지 중 하나를 해결방법으로 추구할 것임은 분명하다.


5. 결론


북한 핵문제에 직접 당사국들인 미국, 일본, 중국은 접근 방법에서 약간 씩 차이가 있지만 미국과 일본의 대 북한 핵문제에 관한 견해는 거의 마찬가지라고 해도 될 정도다. 이들이 분석한 북한 핵문제는 역시 미국 대선이라는 주제와 연계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를 포함한 발표자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의 성격과 북한 핵문제 해결에는 그 방법과 결론에 특별한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백악관의 주인이 누구가 되든 북한 핵문제는 최우선의 이슈로 떠오를 것이며 이 문제를 완전히,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압력은 부시 보다는 오히려 케리 쪽이 더 강하게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 발표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였다. 어쨋던 미국의 대선은 북한 핵문제를 “새로운” 문제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지금 잠잠한 것 같은 북한 핵 문제는 북한 문제가 안정화 되어서 라기 보다는 선거의 와중에서 일단 건드리지 않고 있는 문제라는 성격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부시 행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북한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각종 장치들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도 그대로 지속될 것이다. 부시가 재선될 경우는 물론 이지만 민주당이 장악할 경우라도 북한의 미사일 수출 및 마약수출을 원천봉쇄하는 PSI는 지속 될 것이며 6자 회담 등 다국적인 조치들도 일단 지속 될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우리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접근 해야만 한다. 북한 핵 문제는 한국의 통일과도 그대로 연결 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느냐의 여부는, 통일 될 한반도에 대한 우리의 발언권의 크기와도 관련되는 문제라는 것이 외국 사람들이 말 하는 북한 핵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다.


이춘근/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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