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각국 경제 발전에서 정부의 역할: The Role of Government in Asian Economie

이춘근 / 2004-09-30 / 조회: 4,637

“아시아 각국 경제 발전에서 정부의 역할: The Role of Government in Asian Economies” (국제세미나 9월 16-18일 Hong Kong Gold Coast Hotel. 참관기)


1. 들어가는 말


9월 15일부터 9월 18일 까지 홍콩에서 세계 각국(칠레로부터 러시아, 몽고에 이르기까지)의 자유주의 연구 기관 및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NGO 지도자들이 모여 “아시아 각국의 시장 경제 발전과 정부의 개입” 이라는 주제의 학회를 열었다. 본 필자는 국제정치 학자로서 국가들의 힘 (국력)이 흥하고 망하는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 하기는 했지만 개별 국가의 경제적 興亡盛衰를 결정하는 세부적 원인에 대해서는 깊은 연구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홍콩에서 열린 학술회의는 국가의 경제 발전에서 정부가 담당하는 역할에 관한 주제의 세미나였고 본인은 이 학술회의에 참가함으로서 경제학에서 논하는 정부와 국가경제 발전의 관계에 대해 좋은 의견들을 청취할 수 있었다.

우선 결론부터 발한다면 발표자들이 제시한 압도적인 주장은 경제적으로 성공한 국가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나라였다는 사실이다. 회의가 열린 홍콩은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세계적인 본보기로서 밀턴 프리드만 교수도 이미 홍콩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한 곳이라고 논한바 있다고 한다.


이 회의에 참석했던 남아프리카 학자 한사람은 홍콩의 길가에서 물건을 사려다가 , 물건을 파는 아주머니가 물건을 싸주고 있는 동안 주머니 속에 홍콩 달러, 미국 달러가 없다는 사실을 갑자기 발견한 후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남아프리카 지폐뿐이어서 나중에 사겠다고 하니 그 아주머니가 계산기를 꺼낸 후 조그만 표 (환율 계산표)를 보고 계산하더니 남아프리카 지폐를 받은 후 홍콩달러로 거스름돈을 내주는 바람에 혀를 내 둘렀다고 말해 주었다.

미국을 여행 할 경우 방을 청소하고 침대를 정돈 하는 사람들에게 팁을 주는 것이 상례다. 아침에 방에서 나갈 때 침대위에 1불짜리를 한 장 두고 나가면 된다. 일본의 경우는 팀을 놓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팁을 놓지 말라고 명시한 호텔도 있다) 홍콩의 경우는 안내인에게 물어보니 손님 마음대로 하라고 한다. 나는 가지고 있는 적당한 액수의 홍콩 달러가 없었지만 마침 지갑 속에 한국 돈 1000원 짜리 지폐가 몇 장 있었기에 그것을 팁으로 주기로 했다. 남아프리카 사람의 말을 실험도 해 볼 겸, 홍콩의 경제가 얼마나 세계화 되어 있는가를 알아보고 싶은 생각 도 있고 해서 그리 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한국 지폐를 가져갔음은 물론이다.(물론 한국 화폐가 가지는 국제적 위신의 측면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귀국하는 길에 공항의 서점에서 미화 25불짜리 책을 사려는데 수입한 책이기 때문에 26불을 내야 한다고 했다. 미화 25불을 낸 후, 주머니속에 수북히 남아있던 홍콩 동전을 한줌 꺼내놓고 이걸로 미화 1불만큼 내도되겠느냐 했더니 서점 점원이 물론이라며 자기가 알아서 동전을 몇 개 챙겼다. 홍콩이 얼마나 자유로운 경제 체제인가를 증명하는 작은 에피소드가 될 것이다.


2. 시장과 국가


앞에서 이미 결론적으로 말 했지만 이번 회의에 참석한 경제학자들의 압도적인 견해는 자유경제가 계획경제 혹은 국가의 간섭을 많이 받는 경제보다 경제 성정에서도 월등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배분에서도 더 우수하다는 것이었다. 칠레에서 온 여성 학자는 칠레의 사회주의적 성향의 정부에 대항하여 지속적으로 자유주의시장 경제의 우수성을 설파하고 있다는 자신이 속한 연구소의 업무를 소개 하였다. 퓨틴 대통령의 경제 자문으로 있는 러시아 학자 역시 발표하는 내용은 완전한 자유주의자 그것 이었다. 언젠가 러시아를 연구하는 한국의 전문가로부터 들은 러시아의 모스크바 대학의 경제학은 완전히 시카고학파(미국의 시카고 대학교 경제학과는 자유주의경제학의 총본산으로 유명하다) 로 채워졌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는 점심시간 막간을 이용해서 이념적인 환경론자들이 말하는 공해 문제의과학적 허구성을 지적했고 러시아가 쿄토 의정서에 가입 할 수 없는 이유를 조목조목 제시하였다.

중국의 학자로서 북경의 Unirule Institute of Economics 소장인 마오 유시 교수는 그가 주장하는 철저한 자유주의의 경제이론 때문에 현 중국 정부로부터 감시의 대상이 되고 있을 정도라 한다. 그의 연구소 이름은 자유주의 시장경제가 바로 인류의 보편적 법칙(Universal Rule)을 의미하기 때문에 Uni-Rule 경제 연구소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마오 유시 교수는 국가들의 자유주의를 측정하는 완전한 기준은 아직 없으며 이를 측정하기 위한 기예의 발전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인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경제개혁을 이룩했지만 정치 개혁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고, 중국에서 시장이 가격을 정하도록 해야 국제적으로 자유무역을 더욱 용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 했다.

중국은 아직도 국립 산업이 아직 60 % 이상, 은행도 60% 이상 국립 은행이 대출을 해주는 상황임을 지적, 중국의 주식시장이 상당히 외곡 되어 있음도 말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중 private sector 가 차지하는 비중에 관한 질문에 대해 그는 중국의 수출은 대부분 joint venture에서 나온 것이라고 대답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양식이 외국의 직접 투자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경제 자유도를 계산하고 해마다 보고서 작업에 가장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미국 오하이오주 컬럼버스 소재 Capital University의 Robert Lawson, 캐나다 뱅쿠버의 유명한 자유주의 경제 연구소인 Fraser Institute의 Michael Walker 박사 등은 경제 자유와 다른 사회적 지표들 간의 상관관계들을 설명하며 '경제자유 없이는 정치자유도 없다’는 인상 깊은 결론을 도출 했다. 경제자유가 적은 나라들은 경제력도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현실적인 자료들도 제시 되었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학자의 발표는 돋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인종차별 정권인 아파르트헤이드 남아프리카 정권과 투쟁하던 경력을 곁들여 소개하며 완전한 시장 경제주의자로서의 변신을 과시했다. 그는 경제자유도에 관한 지표들은 거의 완벽하게 경제발전, 정치적 자유, 모든 좋은 일들과 거의 정()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계 자료를 사용해서 증명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발전 된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그렇지 않은 나라들 보다 경제적 평등이 못하다는 것도 데이터 조작의 차이 일 뿐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예로서 작년에 1000불 수입을 올렸던 사람이 금년에는 수입이 10% 증가하여 1,100불 이 되었고, 같은 기간동안 100불 수입을 올리던 사람이 50%의 수입 증가를 통해 150불의 수입을 올린 경우,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 졌다고 말해야 옳을까? (작년에는 격차가 900불, 금년에는 950불이니) 그는 경제자유도가 높은 나라는 잘사는 나라가 되며 그 나라의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잘 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경제에 관해 이야기 하며 특이한 주장을 전개했다. 중국을 하나의 나라라고 보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라는 것이다. 중국은 아주 여러 개의 경제체제가 존재하고 있는 나라로서 중국 중 일부는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경제체제를 향유하고 있는 가하면 반면 세계적으로 가장 자유롭지 못한 지역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경제발전은 중국의 해안가 특히 동남부(광동성 중심지역) 에 집중 되어 있는 것이며, 현재 중국이 발표 하는 경제 발전 통계에 대해서도 그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학자들 역시 국가의 경제 발전에 정부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를 해왔다. 1970년대 , 80년대를 통해 일단의 국가들이 급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결과를 보고 이들 대부분이 독재정치 체제하에 있었다는 사실이 주목 되기도 했다. 이들 나라들을 정치학자들은 NICs (Nearly 혹은 Newly Industrialized Countries) 라고 부른다. 특히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모두 상당 부분 정부 혹은 국가주도의 산업화를 이룩했다는 특징이 있다. 남미의 학자들은 관료적 권위주의(Bureaucratic Authoritarianism), 즉 특수한 형태의 독재정권(관료적 독재)은 신속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더 나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자유주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명이다. 경제가 어는 정도 발전한 곳에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이론 역시 유명한 정치학 이론이다.(Seymour Martin Lipset 교수의 주장).

네팔, 스리랑카 등에서 온 학자들은 한국의 사례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들이 관심 깊게 생각하는 주제의 하나가 한국이 만약 독재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였다면 오히려 더욱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점이라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사회현상은 자연과학처럼 실험이 불가능하니 이 주제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것이 아쉬운 일이다.


3. 한국의 경제 발전을 부러워하는 외국 학자들

이번 학술회의는 대단한 규모의 학회였다. 20여 개국 에서 온 100명 이상의 학자와 전문가들이 4일간 열린 학술회의에서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론과 사실들을 상호 교환 하였다. 특기할 것은 일본과 싱가포르 학자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많은 외국인들은 두 나라는 경제 선진국이기 때문에 불참 한 것이라며 한국도 선진국인데 어떻게 참석했냐며 농담을 걸기도 했다.

학술회의장에서는 물론이지만 며칠 동안 대단히 풍성하게 제공된 점심 및 저녁식사 시간 동안 외국에서 온 사람들과의 사담을 통해서도 여러 가지 흥미 있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은 한국에 관한 정보를 알고자 했다. 공개된 범위 내에서 그들에게 한국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북한의 운명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정보란 주고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필자가 설명을 잘 해 주면 그들은 또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미국 버지니아 공대(Virginia Tech)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한 벵글라데시 학자는 자기 친척이 미국 국방성에 근무하는데 2주일 전 미국을 방문했다가 친척으로부터 들었다며 놀라운 군사정보를 하나 가르쳐 주었다. 지금 미국은 약 5마일(8Km) 이내에서 컴퓨터를 치고 있는 사람이 무슨 글을 썻는지를 거의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완료 했다는 것이다. 의심 가는 사람(테러리스트) 들의 교신을 다 읽을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현재 미국의 과학기술상으로 능히 가능한 일 이라고 판단된다.

칠레의 학자는 지난번 선거에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서 그동안 이루어진 자유화 조치를 되돌리고 있다며 시카고 대학 출신의 후보가 작년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패 했는데 그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예 자유주의 경제학의 본산지에서 유학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였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에게 우리나라에 칠레산 과일과 포도주가 넘쳐나고 있다고 말하니 그는 칠레에는 한국산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넘어나고 있다고 응수 했다. 농업 개방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냥 알 수 있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명찰을 단 사람이 보이기에 필자는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대답하는가를 기대했다. 9.11 이후 테러전쟁 시대로 돌입하는 와중에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에 미국의 육군 산악전 부대를 투입하고 기지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는 사전에 러시아 정부로부터 승인을 구하고자 했다. 바로 러시아의 턱밑에 미군이 들어가는 획기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냉전 당시라면 3차 대전이 일어날 정도의 일이다. 놀랍게도 퓨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보다는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 직접 요청하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국민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전쟁을 지원하는 미군 부대의 주둔을 허락했다.

필자의 질문에 대해 자신들은 미군을 환영 하며, 그래서 허락 했다는 대답이었다. 왜 환영했고, 미군이 있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미군이 있는 한, 우즈베키스탄은 절대로 다시 러시아의 지배아래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최근 상황과 정말 대비되는 말로서 국제정치의 본질을 꿰고 있는 대답이 아닐 수 없었다.

학술회의의 주제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발전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였지만 아시아의 파키스탄, 인도, 필리핀, 스리랑카, 네팔,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태국, 중국, 홍콩 등에서 온 학자들은 물론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 남미의 칠레,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의 학자들도 대거 참석했다. 학술 뿐 아니라 문화와 전통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회의장에서는 모두가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지만, 남보다 더 잘살기 위해 경쟁하는 나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며,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갈등 관계도 서슴치 않을 나라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니 라인홀드 니버가 말한 개인은 도덕적이지만 그들이 구성한 사회는 비도덕적(Moral Man and Immoral Society) 이라는 오래전 읽은 책의 내용이 다시 생각나는 계기도 되었다.


이춘근 / 政博, 자유기업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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