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스쿨 코리아] 학생엔 선택권, 학교엔 자율권 … 입시도 입사처럼 변해야

자유기업원 / 2023-12-26 / 조회: 3,369       매일경제

머나먼 교실이데아

'공교육 뒤엎자' 저자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

공교육 붕괴 천편일률 교육탓

'공짜 교육' 인식도 외면 불러

학교 획일예산 바우처로 전환

학부모에 직접 줘 고르게해야

창의 인재는 다양성에서 나와

선발은 대학에 온전히 맡겨야


저서 '공교육을 뒤엎자'로 한국 교육 현실에 '뼈 때리는' 충고를 날린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장. 40년 경제학자로서 한국 교육의 실패 원인을 '비효율'에서 찾는다. 100조원이 넘는 교육예산과 26조원에 달하는 사교육비가 매년 투입되지만 한국 교육은 늘 낙제점으로 모두에게 불만의 대상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갇힌 한국의 공교육은 죽었다는 게 김 전 원장의 진단이다. 획일화된 평준화 교육과 서열화된 대학은 엇박자를 내고, '의대 광풍'에 휩싸인 대학 입시는 전근대적이다. 학생 선발 자율성이 없는 대학은 인재 양성 기능을 상실해가고 있다. 해법은 '자율'에 있다는 게 김 전 원장 지론이다. 그는 "회사마다 최적화된 인재를 선발하듯 대학 입시도 기업 '입사'와 같은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며 "결국 학교가 살려면 학부모와 학생에게 어떤 교육을 받을지 선택할 권리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왜 '공교육이 죽었다'고 진단했나.


▷그 나라의 경제와 미래는 교육과 직결된다고 본다. 공교육이 어떠한 인재를 만들어 냈느냐에 따라 경제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반대로 잘못된 교육으로 나라가 후퇴할 수도 있을 만큼 교육이 지닌 힘은 막강하다. 현재 우리 공교육이 죽었다고 단언한 것은 뼈아픈 말이지만, 모두가 공감할 만한 대목일 것이다. 공교육은 '공짜 교육'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그 가치가 퇴색됐다. 교권은 무너지다 무너지다 더 이상 교사는 가치가 없는 존재가 됐을 정도이니 말이다.


―원인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


▷혹자는 사교육이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 현상일 뿐이다. 공교육이 학부모,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니 많은 가정이 빚을 내서라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것이다. 공교육 붕괴의 원인은 '획일화된 학교 현장'에 있다고 본다. 공교육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은 교육 내용을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교육 선택지가 다양한 사교육만 커지고 또 커지는 것이다. 교육재정이 늘수록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 선택지가 주어져야 한다.


―교육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가.


▷일방향적인 수동식·주입식 교육은 과거 제조업 시대에 맞아떨어졌던 교육법이었다. 상사의 명령하에 빠르게 대응하고, 선진 기술과 제도를 잘 베끼면 됐기에 모두가 틀에 맞춘 교육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대는 180도 바뀌었다. 정보기술(IT) 산업이 중심이 되며, 수평적인 문화와 개인의 창의력이 발현된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학생마다 그 특기와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다양화된 교육이 절실해졌다.


―한국 학교에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생들이 학교에서 재미를 느끼고 유익함을 찾으려면 수업이 학생 중심으로 자기 주도적인 형태가 돼야 한다. 문제는 교실에서 잠을 자는 학생들이 아닌 잠을 잘 수밖에 없도록 만든 학교와 교사, 이들을 통제하는 교육 당국이다. 자율권이 결여된 학교와 교사는 열정을 잃었고, 그저 교과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 길들여져 있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교육재정을 늘릴수록 교육예산을 배정·집행하는 공무원의 개입과 통제가 심해졌고, 결국은 아이러니하게도 학교가 교육 당국의 지시 아래 수동적인 교육자로 전락했다.


―해법을 찾는다면.


▷학교와 학부모, 학생에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줘야 한다. 학교가 교육 수요를 고려해 교육 내용을 스스로 개발하고 최적화된 프로그램을 고안해낼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길을 터줘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에게는 여러 학교 선택지를 놓고 자기가 배우고 싶은 곳을 찾아 학교를 고를 수 있게 해야 한다. 여러 분야의 수준 높은 대안학교가 만들어지고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구조를 만들려면 교육예산을 각급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 바우처 형식으로 주면 된다. 학교는 예산을 정부가 아닌 학부모에게 받기 때문에, 현장 수요에 맞춘 수준 높은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학부모와 학생에게 선택받지 못한 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결국 폐교 절차를 밟는 등 공교육이 자정될 것이라고 본다.


―해외 모범 사례는.


▷교육 선진국 스웨덴은 초·중·고교가 100% 무상교육으로 이뤄지는데, 우리 무상교육과는 결이 다르다. 학교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공립 교사도 고용계약을 개별 학교가 할 정도로 현장의 자율성이 높은 편이다. 국가 수준의 커리큘럼은 있지만 현장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전적으로 학교의 재량이다. 교육예산을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 줘서 학교를 선택하게 한다. 학교는 학생을 선택할 수 없고, 교육예산을 받으려면 학부모와 학생 수준에 맞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서 학교마다 입학 과정에서 벌어질 수 있는 서열화 문제는 선착순 선택제로 해소하고 있다.


―입시제도 개편 방향은.


▷회사가 저마다 사정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듯이 대학 입시도 '입사'와 같은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오지선다형으로 문제에 대한 정해진 답을 구하는 입시 방식은 무언가를 외우고, 어딘가에 가서 요령을 터득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수능을 어떠한 형태로 바꾸더라도 그 채택 여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민서 매일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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