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전문가 상당수는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전통시장에도 손해를 끼쳤다고 인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업계에서는 규제로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되면서 이커머스는 급성장한 반면 오프라인 유통시장은 위축돼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운명공동체' 처지가 됐다면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이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유통물류 4개 학회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 70.4%는 해당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에도 손해였다고 답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월 2회 공휴일에 휴업해야 하며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형마트 규제로 수혜를 보는 업태로는 과반인 58.3%가 온라인쇼핑을 꼽았고 식자재마트·중규모 슈퍼마켓(30.6%)이 뒤를 이었다.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대형마트 점유율은 쪼그라들고 온라인 유통업체 점유율은 늘었다.
지난해 12월 자유기업원 보고서의 경쟁 소매업태별 시장점유율(매출액 비중) 추이를 보면 대형마트는 2015년 21.7%에서 2020년 12.8%로, 전통시장은 13.9%에서 9.5%로 하락한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는 35.7%에서 60.2%로 뛰었다.
한 관계자는 "가령 규제 전 A씨가 전통시장에서 5원, 대형마트에서 10원 총 15원을 썼다면 규제 취지는 전통시장 7원, 대형마트 8원을 쓰게 만들려던 건데 실제로는 구매금액 자체가 15원에서 10원으로 줄어 둘 다 매출이 빠지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유통시장은 과거 대형마트-전통시장 경쟁 구도에서 온-오프라인 대결로 전환됐다"며 "과거의 프레임이 지금까지 이어지는 것 아닌가 싶어 아쉽다"고 토로했다.
해당 규제로 대형마트 매입이 줄어 농가와 납품업체가 매출 타격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마트 입점 소상공인의 경우 휴업일에 같이 영업을 할 수 없다.
다른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엔 유동인구가 줄어 마트 주변 상권에 방문하는 소비자도 줄었다"며 규제 완화가 지역상권 활성화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규제 목표가 '전통시장 활성화'인 만큼 전통시장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폐지가 어렵다면 현재는 주말인 의무휴업일의 평일 전환이라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현 규제가 '새벽배송' 경쟁 자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와, 매달 이틀 휴업일엔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없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규제를 만든 시점과 달리 현재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같은 운명에 놓인 공존 관계"라며 "지역상권을 활성화해야 하는 상황에 맞지 않는 규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시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것처럼 지자체별로 규제 철폐, 휴업일 전환 등 다양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며 "온라인은 규제 없이도 기술 발전과 팬데믹으로 커질 시장이었고, 규제로 가장 혜택을 본 건 사각지대에 있던 식자재마트"라고 짚었다.
이 기간 식자재마트는 폭풍 성장했다. 빅3 중 장보고식자재마트 매출은 2019년 3164억원에서 지난해 4438억원으로 늘었고, 세계로마트 매출은 2019년 989억원에서 지난해 1241억원을 기록했다.
서미선 뉴스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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