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학회(회장 김영신)가 지난 4월 28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열림홀에서 '뉴질랜드와 호주의 정부개혁 성공사례와 한국경제’를 주제로 4월 월례발표회를 진행했다. 노동시장 등 전방위적인 개혁을 추진하던 윤석열 정부의 개혁행보가 주춤한 상황에서, 두 나라의 개혁 성공사례는 우리에게 바로메타가 될 것으로 기대되어 주목을 끌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곽은경 자유기업원 사무총장은 “선진국 경제도 제도적 결함으로 인해 경제후퇴를 경험했다”며 국민 공감과 정부 리더십을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노동개혁과 민영화로 개혁 성공 이끈 뉴질랜드
뉴질랜드는 한 때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규제가 심한 나라였다. 1971년 유가파동으로 물가가 오르고 성장이 둔화되며 경제난이 심화되자 1975년 정부는 수출 보조금 확대 등 보호주의 정책과 함께 물가와 금리·임금을 동결하고 적극적인 재정팽창 정책을 펼쳤다. 시장 기능은 축소되고 기업과 상품의 국제경쟁력은 추락했다. 1984년 경상수지적자가 GDP의 8.7%에 달하고 재정적자도 GDP 대비 6.5%에 달했다.
1984년에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이에 시장경제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대대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정부개입 배제와 시장기능 정상화를 최우선 목표로 잡고 경제적 체질 강화를 꾀했다. 사회 전반의 과감한 개혁 필요성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 1884년에는 세계 최초로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했고 1991년에는 '고용계약법’을 발표하는 등 유연한 노동시장과 효율적인 노사관계 구축 노력을 펼쳤다.
곽은경 사무총장은 노동개혁 성과를 각별히 평가했다. 뉴질랜드가 고용주-근로자 간 자유로운 고용계약 체결, 계약내용의 법적 규제 폐지, 노조 의무가입 규정 및 노조의 독점적 교섭권 폐지 등을 추진한 덕분에 중앙집중적 노사관계를 분권적 노사관계로 탈바꿈시켰다고 분석했다. 특히 항공, 우편, 석탄, 전력 등의 광범위한 민영화로 공공부문 적자 해소와 양질의 서비스 및 가격하락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곽 총장은 뉴질랜드 정부가 이 과정에서 정부개입을 최소화했던 점을 강조했다. 정부 부처의 기능을 정책형성기능과 집행기능으로 구분하는 등 사회전반적인 개혁을 지원한 덕에 뉴질랜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대되고 경제자유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 장기적인 경제 안정을 만든 호주의 개혁
호주 역시 1970년대 이후부터 장기적인 저성장에 높은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국가적 위기에 직면했었다. 중앙집권적 노동시장 구조와 높은 관세 장벽, 각종 상품시장 규제 탓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1인당 소득증가율이 평균 1.8%에 그치고, 1980~1990년대에는 실업률이 8~10%에 이르는 등 당시 OECD 회원국을 의심받을 정도로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했었다. 이 때 자극을 준 것이 이웃 나라 뉴질랜드 정부의 개혁 조치였다.
호주 정부도 결국 1976년 Coombs 위원회가 정부 개혁안을 발표하고, 1983년 Hawke 노동당 정부가 개혁을 발표하며 시장지향적인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노동 개혁과 최저임금 협상시스템 분권화, 공기업 민영화 등을 적극 추진했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세 인하와 변동환율제 도입, 외국 은행의 호주 시장 진출 허용, 예금 및 대출 금리 상한선 제거 등 금융분야의 개혁 조치도 전격 시행되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법인세를 내리고, 개인소득세를 60%에서 45%로 낮추는 등 세제 개혁도 병행했다. 1996년부터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폭 넓게 인정함으로써 낮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공무원 수를 줄임으로써 관련 예산을 삭감하고 28개의 중앙부처를 16개로 통합하는 등 '작은 정부’로의 개혁도 적극 추진해 성과를 일궈냈다.
그 결과 호주는 경제적 효율성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덕분에 1990년대 초 경기 침체 이후 무려 27년 동안 숱한 글로벌 위기에도 유독 경제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나라는 특히 1959년 국가 계정이 처음 발표된 이후 가장 긴 27년 동안 GDP 감소 없이 안정적인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 국민적 공감대와 지도력 필요한 한국
곽은경 사무총장은 “두 나라는 자유화와 시장경제 정책을 중심으로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을 시행해 성공했다”며 “개혁은 재정과 행정, 노동 등 전반적인 부분에 걸쳐 동시에 진행해야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말했다. 부분적으로 진행되는 개혁은 경제의 비효율적 측면만 남겨 실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개혁이 국민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는 없다”면서 “국가생존’이라는 대명제 아래 국민들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개혁이 지속되어야 하며, 그러려면 정치적 지도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두 나라 모두 개혁 초기에는 피해집단의 극심한 반발 등 부작용이 많았다. 하지만 초기 금융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강화시킨 것이 주효했다. 농민 뿐 아니라 제조업자들도 정부지출 삭감과 개혁에 동참했다. 많은 뉴질랜드 기업이 해외에 매각되면서 국부유출 논란도 있었으나 뉴질랜드 정부는 “기업이 매각돼도 이익은 뉴질랜드에 남는다”며 국민들을 설득하고 일관성 있게 개혁을 추진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강도 높은 노동개혁과 정부 효율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우리정부는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비정규직 규제 완화, 유연근무제 확대를 통한 노동시장 유연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역별, 산업별, 연령별, 기업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곽 총장은 정부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민간주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재정 정상화, 재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따른 재정준칙 도입, 지출 효율화 등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정부체계 구축을 위해 중앙과 지방 정부 조직 운영의 효율화가 필요하며, 특히 시장경제 중심의 흔들림 없는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가한 최병선 서울대 명예교수는 “두 나라의 개혁성공 사례에서 누가 어떻게 개혁을 주도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호주는 노동당이 집권 여당이었던 시절이었음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혁에 저항하는 현상을 극복해야 개혁을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국도 잘못된 정책으로 경기침체를 보일 수 있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친시장적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김명신 시장경제학회 회장(계명대 교수)은 “여기저기서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기에 시의적절한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었다”며 우리 역시 부단한 개혁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래·박기태 브릿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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