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자유 막는 것은 좋은 규제라고 볼 수 없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최근 정부가 고금리·고물가 등으로 위축된 소비 불씨를 살리기 위해 관광·농축수산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할인쿠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원장은 시장자유경제 창달을 위해 힘쓰고 있는 인물이다. 1997년 자유기업원 창립 멤버로 합류해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교육·홍보 등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유기업원 창립 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최 원장은 요즘처럼 경제 활력 제고가 필요할 때에는 특히 '투자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우리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서비스산업 등을 성역으로 분류해 대기업 등 자본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오히려 (중소기업 등을) '피터팬 증후군’(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 빠지게 했다”면서 투자의 자유를 보장함에 따른 생산성 향상, 고용안정 등 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13일 최 원장은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개념부터 소비·할인쿠폰 도입, 주 52시간제 개편 등 최근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Q. 자유기업원의 설립 목적을 보면 '자유시장경제 창달’이라고 명시돼 있다. 자유시장경제란 무엇인가.
“경제는 본질적으로 거래다. 시장에서 서로 교환을 하는 것인데, 교환은 일종의 계약 행위이기도 하다. 계약이 자유로워야 거래도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정부가 규제 등을 통해 거래의 자유를 제약할 때가 많다. 자유시장경제 측면에서는 법이 규제 중심으로 갈 때 시장이 고도로 발전하기 어렵다고 본다. 반대로 재산권을 보호하고 자유로운 계약을 지켜주는 쪽으로 법이 진화하고 발전하면 시장경제가 고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의 롤모델은 영미계 국가다. 대표적으로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
Q. 시장 거래에 있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관점인 건가.
“그렇다. 규제와 법을 통해서 소비자 대신 정부가 선택하고 배급하는 완전한 방식을 공산주의라고 하지 않나. 그런데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도 정부가 소비자 대신 선택해 주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어 교육 현장의 경우 정부가 각 학교에 어떤 소비를 하라고 정해준다. 농산물 수입 제한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차단하는 행위다. 이밖에 대형마트 규제라든가 도서정가제,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규제 등도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들이다. 거기에서 나오는 왜곡 현상이 크다.”
Q. 다행히 윤석열 정부에서는 '시장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정책 면에서는 '과감한 규제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변화를 체감하나.
“우리 사회에서 본격적인 변화나 개혁으로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를 중시하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놨고, 각 분야에서 어떻게 자유를 구체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전 정권에서는 주로 반(反)시장적이거나 반기업적 또는 반자본주의적 성향의 규제를 내놨다면, 지금은 자유를 지향하는 쪽으로 방향성이 제시됐기 때문에 조금 더 친시장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그것이 제도에 반영되기 위해서는 입법부와의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를 손보면서 노동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 발표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은 어떻게 보셨나.
“주 52시간제의 폐해를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현실에서의 문제를 다소 완화해줄 수 있는 개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주 52시간제는 근로자의 일할 자유와 기업이 근로자를 사용할 자유를 제한할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축소시켜 일하고 싶은 사람의 자유까지 빼앗았다.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입법부의 협력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나. 규제의 폐해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이번 개편 방안만으로 노동계에서는 주 64시간 이상의 장시간 몰아치기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지금 우리는 몇 시간 일하는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다. 사실 일 중독에 빠질 정도로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24시간 일을 한다. 자발적으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일을 못 하게 규제하는 것이 과연 맞는 방향일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자유를 막는 것은 그렇게 좋은 규제라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주52시간제는 잘못된 통계에 의해 나온 정책이다. 선진국의 경우 단시간 근로자가 많아서 평균 근로시간이 적은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시간 근로자를 법으로 싹 없애버리지 않았나. 장시간 일하는 사람만 있으니 당연히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이 길 수밖에 없다. 통계적인 착시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단시간 근로를 허용한다면 1인당 평균 근로시간은 자연히 내려가게 돼 있다. 엉뚱한 통계를 가지고 엉뚱한 논의를 하고 있으니 악순환만 반복된 거다.”
Q. 결국은 일할 수 있는 사람은 일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걸 막는 것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 이 말씀인 건가.
“그렇다. 일한 다음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다 보장하고 있다. 그럼 근로자들이 무슨 문제가 있겠나. 아무 문제가 없다.”
Q. 이밖에 원장님이 생각하시는 노동개혁 핵심과 주요 과제는 무엇인가.
“자유로운 계약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는 근로시간 계약을 비롯해 임금 계약, 어떤 사람이 일할지에 대한 계약들이 너무 과도하게 규제돼 있다. 예를 들어 2년 이상 근로하면 정규직을 강제하는 조항으로 인해, 3년·5년 계약제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계약을 침해하는 각종 규제들은 결국 노동시장을 경직되게 만든다. 사람을 뽑고 내보내고 하는 것이 유연해야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뽑을 수 있는데, '지금 뽑으면 정년까지 무조건 같이 가야 한다’는 식으로 돼 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쉽게 사람을 뽑을 수가 없다. 사람을 뽑을 수 없게 만들어 놓고, 고용이 안 늘어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인 거다.”
Q. 북유럽의 경우 노동 유연성을 높인 대신 실업수당을 2~3년씩 주더라. 이런 방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실업수당과 같은) 제도를 강화하면 계속 일하려고 하기보다는 혜택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게 돼 있다. 실업수당도 결국 세금 아닌가. 일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늘리는 구조인 셈이다. 실업수당은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 제도의 목적에 맞게 어려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운영해야지, 그것을 그냥 향유하겠다는 사람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모두에게 해롭다. 모든 인센티브는 올바르게 설정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Q. 과거 쓰신 책을 보니 시장경제를 활성화하려면 충분한 인센티브 체계가 형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밝히셨더라.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설명을 부탁드린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기여한 만큼 돌려받는 게 정의롭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본질적인 이유는 재산권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과학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착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과학기술이 더 발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변방이었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은 철저한 장사꾼 논리가 있기에 가능했다. A라는 사람이 비즈니스를 해 수익을 냈다? 그러면 수익은 그 사람이 가져가는 거다. 그게 작동했기 때문에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거고, 그 정신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가서 현대적 산업혁명을 일으켜 거대한 기업이 탄생한 거다.”
“기여한 것에 대한 대가를 가져갈 수 없다면 어떠한 산업의 혁신이나 기업화도 일어날 수 없다. 결국은 재산권이 지켜지는 것이 시장 원리가 구현되는 전제조건이라 하겠다. 이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경우 1970~1980년대부터 이미 모든 산업, 모든 분야에 그런 시장 원리를 확장했다. 교육, 행정 분야까지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1980년대 이후 붐이 일어났고,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통제만 하려고 든다. 대표적인 분야가 농업, 교육이다. 시장 원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탓에 경쟁력이 떨어졌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는 경쟁력이 확보될 수 없다. 아주 간단한 논리다.”
Q. 2021년 펴낸 '2022 정책제안’에서는 무분별한 입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셨다. 특히 기업활동을 어렵게 한 입법 내용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기업 투자의 자유를 제한한 규제들이 상당히 많다. 큰 기업이 투자를 하는 게 당연한데, 우리는 큰 기업이니까 투자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아직도 갖고 있다.”
Q. 투자의 자율성을 높여줘야 한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늘어나고 경제 활력도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기업의 투자의 자유를 막아놓은 성역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서비스산업과 농업, 교육이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는 대기업 비중이 매우 낮은 나라가 됐다. 우리와 비슷한 스타일의 나라가 일본인데, 일본은 20% 이상이 대기업이다. 선진국의 경우 40~50%를 대기업이 담당한다. 우리는 1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면 누가 이익을 보느냐, 아무도 없다. 대기업 자본이 투입됨에 따른 생산성 향상, 고용 안정 등 기대효과를 모두 포기한 것이다.”
Q. 이미 (해당 시장에) 진출해 있는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 아닐까.
“그렇지 않다. 지금은 수익성이 낮으니 월급을 조금밖에 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줄고, 회사는 사람이 없다고 계속 힘들어한다. 악순환이다. 피터팬 증후군(성인이 되어서도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스스로를 어른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타인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심리를 뜻한다)에 빠진 기업도 많다. 종업원 수를 보면 299명으로 돼 있다. 한 명이라도 더 늘면 대기업으로 분류되니까….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Q.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다.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할인 쿠폰 등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떤 정책을 펴는 게 맞다고 보는가.
“지금처럼 제조업이 힘들 때는 서비스업의 성장동력을 활용해야 하는데, 지금은 서비스업도 막혀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에는 투자할 자유, 기업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관광 등 분야에 활기가 돌게 돼 있다. 할인 쿠폰 같은 이벤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일 뿐이다. 철저한 장사꾼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환경 개선이 본질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염보라 공감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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