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4사,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원 넘는 흑자 거둬
고유가 여파에 실적 고공행진 정유사···성과급 잔치 '눈총’
野 “난방비 폭탄에 횡재세 특별대책”vs與 “시장논리 왜곡”
최근 도시가스요금과 유류비 인상 여파로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받는 가구가 급격히 증가한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른바 '횡재세’ 도입과 관련 연일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선 고유가 여파로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정유사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며, 횡재세 도입을 통해 취약계층에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횡재세 도입이 자칫 시장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반대하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 상승 등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로 국내 정유4사(현대오일뱅크·GS칼텍스·SK이노베이션·에쓰오일)가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 지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GS칼텍스는 지난 27일 성과급으로 기본 연봉의 50%를 지급했고, 현대오일뱅크도 전년보다 400% 증가한 기본급 1000% 수준의 성과급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GS칼텍스의 지난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 이익은 4조309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6%가량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 이익은 2조7천77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6% 급증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아직까지 성과급 규모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비슷한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 업계 안팎의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 4조6천822억원, 3조5천65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고유가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크게 오른 정유사에 별도의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횡재세 도입이 부상하고 있다.
횡재세란 정부 정책이나 대외 환경이 급격히 바뀌어 기업이 초과적 이익을 얻을 경우 추가 징수하는 소득세를 의미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2조원 넘는 흑자를 거뒀다.
이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서민들의 난방비 폭등에 따라 국민연료비 보전방안으로 횡재세 도입을 제안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국제 유가 상승, 엄청난 강추위 때문에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을 맞고 있다"면서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도입하는 걸 검토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들이 입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상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영국을 비롯한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각국들은 공동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연대기여금’(에너지로 큰 돈을 번 기업이 가정과 중소기업에 연대)이라는 이름의 횡재세를 도입했다.
이에 이성만·강득구·민병덕·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1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석유·가스 기업에 횡재세를 징수하고, 일부 세액을 소상공인의 에너지 이용을 안정화하는 일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에서 횡재세 도입을 전혀 검토를 하지 않고 향후 난항이 불가피할 것이란 업계 관측이 나온다.
야당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횡재세 주장과 관련 정부는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대표의 발언 다음날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해 세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횡재세 도입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자칫 시장경제 논리에 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정유사들의 영업이익에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건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정당성을 가지기 힘들고 자칫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횡재세 도입으로 부담이 커지면 정유업계의 투자와 공급이 감소하는 건 물론 수출 경쟁력이 하락할 공산이 크다"고 역설했다.
이창현 청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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