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자유의 7가지 원칙> 최승노 엮음

자유기업원 / 2022-12-10 / 조회: 4,141       브릿지경제

이 책은 “자유 증진의 신념이 인류의 역사에 나침반 역할을 해 왔다”고 말한다, 자유의 본질은 ‘선택할 자유’라고 강조한다. 사회주의 이론들이 실패한 것도 그들이 기반으로 했던 공산주의가 애초부터 잘못된 사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이기에 지속가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유기업원(원장 최승노)이 엮은 이 책에서 저자들은 자유의 7가지 원칙(재산권 보호, 법치, 신뢰와 화폐안정, 개방과 자유무역, 제한된 정부, 관용, 그리고 시장화)을 제시하고 각각의 원칙에 관한 역사적 사례와 교훈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 中 샤오강·美 플리머스 농장의 교훈 - 중국 집단농장의 농부들에게는 ‘소유할 권리’가 없어 늘 기근에 시달렸다. 인후이성(安徽城)의 작은 마을 ‘샤오강’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978년 집단노동 지도자 안준창이 주도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만든 마을의 ‘비밀 계약서’가 모든 것을 바꾸었다. 집단농장 경작지를 각 가구에 배분하는 계약을 체결하되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국가가 할당한 연간 곡물 생산량을 맞추고, 더 이상 국가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을 것을 서약했다. 계약이 실패해 누군가 감옥에 가거나 사형에 처해져도 후회 않고, 그 자녀가 18세 될 때까지 양육을 책임지기로 했다. 핵심은 ‘초과 수확분에 대한 사적 재산권을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그 해 곡물 생산량은 무려 6배나 뛰었다. 다행히 1979년은 마오저뚱 시대가 종식되고 덩샤오핑 집권이 시작되었고, 이 비밀계약서는 전국으로 확대되어 중국의 경제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어 현재 중국국가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저자는 샤오강 사례를 들어 “사적 재산권이 부정되는 사회는 항상 구성원의 자유를 박탈하고 노예로 전락시킨다”고 강조한다.


* ‘시대의 발명품’ 철조망 - 철조망은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땅의 주인을 찾아주어, 효과적인 재산권의 설정과 유지를 가능케 한 혁신적 발명품이다. 링컨 정부는 서부를 개척해 주민들을 정착시키기 위해 1862년에 ‘홈스테드법(Homestead Act)이라는 엄청난 유인책을 만들었다. 5년 동안 서부에 집을 짓고 땅을 개간하는 개척민에게 160에이커 땅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당시 서부는 카우보이의 천국이라 주인 없는 땅에 소 떼들로 엉망이었다. 담장용 목재나 석재가 귀했기에 선택된 것이 철조망이었다. 1867년 루시엔 스미스가 발명한 것을 1873년 조셉 글리든이 특허를 내고 시장을 석권해 갔다. 광고 문구가 ‘공기보다 가볍고, 위스키보다 강하며, 먼지보다 값싸다’였다. 밀과 옥수수 경작 농부들은 더 이상 소떼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 철조망은 목장의 운영 방식도 바꾸었다. 카우보이 없이도 많은 소를 방목하고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저자는 “철조망은 야생으로 남을 뻔 했던 황량한 서부를 길들인 세기의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서부 평원을 경쟁력 있는 농업과 목축의 보고로 재발견한 것이 바로 철조망이었다는 것이다.


* ‘공공의 소유’라는 공허함과 ‘공유지의 비극’ -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우리가 따뜻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업자, 제빵업자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단지 스스로의 이익을 추구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질서하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개인의 사익 추구 행위가 사실은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얘기다. 그의 ‘보이지 않는 손’도 정부로부터 시장개입이나 간섭이 불필요함을 뜻한다. 저자는 “역대로 정부의 시장 개입은 당초 기대 만큼의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코스 정리’ 이론이 이를 뒷받침한다. 어떤 경제주체의 행동이 비용이나 보상 등의 가격기구를 거치지 않고 다른 경제주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외부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 개입 없이도 시장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코스는 외부성에 대한 재산권이 명확히 정의되고, 협상비용이 충분히 작다면 정부개입 없이 사적협의만으로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 역할이 ‘빈번한 개입’보다 ‘재산권의 명확한 정립’에 있다고 본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에서 보듯, 재산권이 명확한 것 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부에 편향적 시각을 가진 이들이 형평과 정의를 앞세워 ‘공공의 소유’를 강조하지만 ‘모두의 소유’는 결국 누구의 것도 아닌, 그래서 마구 사용되어도 관리되지 않고 책임도 따르지 않는 상태로 끝난다.


* 무거운 기업 상속세 부담 덜어줘야 - 루이비통모에헤네시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상속세 최고세율 45%를 부과하는 프랑스가 싫다며 2012년에 30% 세율의 벨기에로 시민권을 신청했다. 에두아르도 새버린 페이스북 공동창업자도 미국의 높은 세금을 피해 2012년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다. 스웨덴 기업 이케아는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고, 이탈리아 국민차 피아트크라이슬러도 영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른바 ‘조세저항형 세금 망명’이다. 우리도 상속세 최고세율이 50%로 OECD 회원국 평균치 14.53%보다 월등히 높다. 일본의 55% 다음이다.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 주식은 60%까지 세율이 높아진다. 우리는 해외탈출보다 기업 매각 사례가 잦다. 8000억 자산의 락앤락이 4000억의 상속세 부담에 홍콩 사모펀드에 팔렸고, 손톱깎이 시장 세계 1위 쓰리세븐도 상속세 일부를 마련하지 못해 유가족 지분 전량을 사모펀드에 매각해야 했다. 국내 1위 종자기업 농우바이오도 마찬가지였다. 1970~1980년대 창업 기업들의 기업승계 시기가 임박했지만 상속세라는 장벽에 전도유망한 흑자 기업까지 폐업 혹은 매각되고 있다. 저자는 “경쟁력 있는 기업이 높은 세 부담에 도태되거나 존속 자체를 포기하게 되면, 국가경제적으로 기업 생태계마저 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이제라도 과중한 상속세 부담완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연해주와 본토 조선인의 차이는? - 1800년대 조선을 수차례 방문했던 이사밸라 비숍은 <한국과 그 이웃 사람들>이라는 책에서 조선인을 ‘게으름과 나태함, 빈둥거림, 미래비전도 없이 타성에 젖어 사는, 정말 가망 없는 세계에서 가장 열등한 민족’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연해주의 조선인 마을을 보고는 ‘이곳 조선인들은 부농이 되었고, 근면하고 훌륭한 행실과 우수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로 변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연해주 조선인들도 본토에서 산다면 여전히 게으르고 빈둥거리며 가난에 찌든 삶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연해주와 본토의 차이는 바로 사유재산이 안전하게 보호되는가 였다. 조선에서는 소유한 모든 것을 탐욕스럽고 부정한 관리들이 빼앗아 갔기에 ‘일’을 손해와 악, 불행과 동일시했고 그런 사회에서는 가난에 찌들어 사는 것이 안전한 삶이었다는 게 비숍의 결론이었다. 저자는 사유재산이 보여주는 기적의 또 다른 사례로 대한민국과 북한을 든다. 한국과 달리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택한 북한의 경제력은 분단 7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2%에도 못 미친다. 저자는 “사유재산은 곧 자유를 의미한다”며 “이를 부정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노예사회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한민국과 북한이 연해주와 조선의 ‘현대판’인 셈이다.


* 재산권과 경제적 자유, 그리고 법치 -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려는 ‘복지국가’는 영국 베버리지 보고서에 입각해 사회보장제도와 완전고용정책을 실천하려 했던 1945년 영국 노동당 정권가 시초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으로 ‘포용적 복지국가’를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결과와 수단이 바뀐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국가주의적 개입과 규제로 시장질서를 해치고 자원 분배를 왜곡시켰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장 단축, 부동산시장 규제 등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그 결과는 전례 없는 스태그플레이션 복합위기와 총체적 국가 운용의 어려움, 그리고 정권 교체였다. 우리 헌법은 시장지배력의 남용을 막고 경제주체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사유재산권과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준으로 정부가 나서서 조정하면 득보다 실이 많음을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보여주었다. 헌법 37조에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금지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재산권을 제한하려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리라는 4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저자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으며, 재산권을 보호하고 이를 지키려는 사적 욕망이야말로 슘페터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동인”이라고 강조한다.


* 조세저항? 세금은 내는 사람이 결정해야 - 우리나라는 근로소득자의 3분의 1과 법인사업자 절반 가량이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안 내는 ‘면세자’다. 낮은 세율과 각종 비과세 혹은 감면 때문이다. 면세자 비율이 높을수록 고소득층에 세금을 과도하게 물리는 불합리한 조세체계가 형성된다.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라는 현대의 조세개념을 충실히 따를 필요가 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는 명목으로 납세자의 조세부담과 조세전가 등을 깊히 배려 않고 세금을 국가정책 이행의 ‘핵심수단’으로 너무 의존했다고 지적한다. 세금을 국가주도로 결정하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에 영향을 미치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정부가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게 관련 법령을 개정해 세금에 영향을 미쳤다. OECD에도 거의 없는 다주택자 중과세로 재산권 박탈 수준의 세금폭탄을 불러 주택거래 동결과 함께 집값 불안정을 부추겼다. 1세대 1주택에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세대별 합산으로 다주택자에 세금을 중과해 위헌시비까지 불렀다. 다주택자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최고세율은 13.2%와 82.5%에 달했다. 소득수준도 참작 않고 세금으로 코로나 지원금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했다. 막대한 예산이 되는 사회간접시설에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해 세금낭비를 초래했다. 납세자들에게 오히려 과도한 세금을 떠넘기고, 세금을 ‘국회’가 아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 조세체계는 면세자가 너무 많아 그들 입김에 세법이 왜곡될 여지가 크다”면서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고 조세법률주의를 더욱 엄격히 적용하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조세재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인플레이션, 보이지 않는 ‘증세’ - 2022년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은 근본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화폐량을 증대시켜 온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경제 악화에 따른 재정적자를 메우려 마구 돈을 찍어냈던 짐바브웨, 세계 최대 산유부국이지만 1980년대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무상주택 정책으로 흥청망청 국가 자산을 탕진한 베네수엘라는 최근 가장 대표적인 초인플레이션 국가들이다. 이들은 정부 지출자금 조달을 위해 세금이나 국공채 발행 대신 ‘돈’을 찍어냈다. 정부가 화폐 증발로 정부 수입을 증가시킬 때 인플레이션이 야기된다. 세금과 같은 작용을 한다고 해 이를 ‘인플레이션 조세’(inflation tax)라고 한다. 화폐량 증가로 물가가 올라 화폐가치가 떨어지면서 모든 화폐 보유자들에 세금이 부과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증세’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다른 세금과 같이 사회 전체에 비용을 초래한다”면서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사람들에게 경제적 풍요를 선사하는데는 ‘안정된 화폐’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 ‘양적 완화’라는 신기루 - 2008년 양적완화는 불가피한 선택의 측면이 있었다. 문제는 무분별하게 풀린 유동성이 생산성 있는 기업을 위한 구제자금으로 쓰이기 보다 투기자본으로 둔갑하는 일쑤였다는 점이다. 이런 명백한 자원배분 왜곡의 부작용이 자산 불평등이었다. 더 큰 문제는 2020년 3월 WHO의 코로나 펜데믹 선언 이후 그 때를 능가하는 양적완화가 재연되었다는 사실이다. 미 연준은 당시보다 5조나 많은 9조 달러를 풀었다. 그 결과 우리는 전례 없는 자산가격 거품과 인플레이션의 후폭풍에 아직도 양적완화의 그늘에서 살고 있다. 저자는 “경제 운용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성은 ‘지속적인 성장’이며, 이는 기본적으로 생산성에서 나온다”며 “이럴 때일수록 장기 정책목표의 중심을 생산성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산성 제고는 정치적 안정, 사회제도의 선진화, 법치주의, 자유경쟁, 인적자본과 인프라 확충 등 혁신에 대한 강력한 유인을 제공할 때 가능하다. 저자는 이념 편향적이거나 국가가 시장을 주도하는 경제정책은 지양할 것을 주문한다.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 대량 실직을 초래했고,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 실직을 야기한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창조적 인적자본 양산과 인적자본 거래시장의 확충도 역설한다. 마지막으로 규제개혁을 강조한다. 특히 ‘시민을 위한 규제개혁’을 망각하다간 엄청난 비효율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자유·관용의 포용적 경제, 그리고 박정희의 수입자유화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에쓰모글루 교수는 “한 나라의 성장은 포용적 경제(Inclucive economy) 제도, 즉 국민 모두가 자유롭게 접근·활용해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유와 관용을 부여하는 시스템에 의해 이뤄진다”고 설파했다. 박정희 정부의 ‘수입자유화’는 포용적 경제의 대표 모델이다. 저자는 “박정희 정부는 정치와 경제를 분리했고 기존 기업들을 신뢰했으며, 특히 능력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경제정책을 제안하고 주도하도록 경영과 생산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격려했다”고 말했다. 자유경제를 제도적으로 수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1976년 도입된 수입자유화 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다자간 무역질서인 GATT 체제에 편입됨으로써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에 이르는 초석을 마련한 계기였으며, 특히 국내 기업들이 해외기업들과 경쟁하는 단계로 상승하고 수출과 외화가득 덕에 인플레이션을 잡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경제민주화의 성격을 띠기도 했다고 말한다. 수입자유화를 한국 정부는 미국 카터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밀어 부쳤다. 미국이 몇 몇 부문에서 우리에게 보복관세를 부과할 움직임을 간파하고 선수를 찬 것이다. 1978년 4월부터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수입자유화 품목 781개를 선정한 것을 국민들은 수입제품을 구매하며 소비자 후생과 안목을 높여갔다.


* 정부는 작을수록 좋다 - 아테네나 로마제국, 영국이 막강한 제국을 건설했던 원천은 ‘개인의 자유’였다.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된 데도 ‘권력이 무한정 커지면 개인의 자유를 위협한다’며 이를 막을 삼권분립의 장치를 헌법에 담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진국도 이를 근간으로 헌법을 만들었기에 지금 개인의 자유가 당연시될 수 있었다. 미국 독립 초기 13개 주 대표들은 “정부가 커지면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을 수 있다”며 강력한 연합정부에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나라 이름도 United States of America로 짓고, 개별 주들의 자유로운 통치를 보장하는 동시에 연합규약도 만들었다. 권력분립의 수단으로서 행정부를 관할하고 의회와 사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대통령제가 탄생한 배경이다. 대통령과 연방정부 권력을 제한하기 위해 의회가 예산편성권을 행사하도록 했다. 연방정부 필요성은 인정하되 ‘자치 원리’를 강화했다. 주정부 역시 팽창하는 연방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부여됐다. 미국 독립의 정당성을 주장한 토마스 페인은 저서 <상식>에서 “정부는 아무리 최상이라 할지라도 필요악에 불과하다”고 적었다. 미국인들은 개인의 자유를 단순히 선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 자유의 헌법을 실제 국가 운영에 적용했다. 국가는 최소한의 역할을 했고, 정부가 작아진 만큼 개인의 자유는 확장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도 ‘작은 정부’로의 움직임을 강화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 공짜점심은 없다 - 1990년대 초 부동산 버블 붕괴로 금융위기를 맞은 스웨덴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1997년에 재정흑자 목표와 지출 상한을 골자로 한 재정준칙을 도입했다. 재정흑자 목표를 세워, 중앙정부 예산 편성시 재정수지가 목표한 비율만큼 흑자로 관리할 것을 의무화했다. 덕분에 한 때 GDP의 11%에 달했던 재정적자는 1998년에 흑자로 돌고 2019년부터 0.33% 수준으로 낮아졌다. 국가부채 흑자도 달성했다. 향후 3년 간의 정부 명목지출에 대한 상한도 미리 설정했다. 2007년부터는 재정정책위원회를 두어 실천 여부를 종합평가하고 있다. 2019에는 채무고정목표를 제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35%±5%p 범위내로 설정하고 이를 벗어나면 정부가 직접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국회에 제시토록 했다. 이런 재정준칙은 전혀 강제성이 없어 위반 시 제재 방법이 없었음에도 현재까지 재정당국이 재정 규율을 위배한 경우는 드물다. 1980년대 중반부터 국민연금고갈 위기를 맞았던 스웨덴은 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해 15여 년간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은 끝에 1998년 6월에 연금개혁을 마무리했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를 낸 만큼 받는 구조로 전환했다. 기초정액연금은 저소득층 노인 중심의 최소보장연금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확장급여형(DB)에서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해 보험료율을 고정하고, 고용주 전액 부담이던 보험료율은 노사가 절반씩 나눠 내게 했다. 경제 악화나 연금수급자의 평균 수명이 증가 시 지급액이 자동으로 줄도록 하는 자동재정균형제도도 도입했다. 저자는 “과다한 정부지출이나 과다한 연금급여 지출로 재정이 바닥나는 것은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대가”라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고 강조한다.

* ‘규제는 필요악’… 누굴 위한 규제인가 - 정부는 ‘바람직한 경제사회 질서 구현’이 목적이라며 시장에 개입해 기업과 개인의 행위를 제약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누가 누굴 위해 규제하고, 어떻게 규제가 만들어지고 시행되느냐는 점이다. 198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규제가 본래 의도와 달리 ‘피 규제자’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의 이익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규제포획(regulatory caption)이라 규정하고 “피 규제자가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규제를 활용한다”고 꼬집었다. 그의 논리에 따르면 최저임금제 같은 가격규제는 결코 정부와 사람들의 이타주의나 박애정신이 동기가 아니라 특정 지역이나 특정 노동계층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에 불과하다. 설령 좋은 의도가 있었더라도 오히려 정반대 효과를 초래한다. 스티글러는 대중과 일반소비자 보호를 위해 현명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결국 소비자 보호의 원천은 정부 규제가 아니라 시장에서 기업들 간의 자유로운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생활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통제는 전체주의의 도래를 유도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저자는 “정부는 완벽하지 않을 뿐만아니라 시장에 비해 훨씬 비효율적이고 불완전하다”며 “규제는 필요악이고 속성이 ‘악’이므로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태양을 거부하는 양초업자들 - 19세기 프랑스 자유주의 경제학의 중심 인물인 끌로드 프레데릭 바스티아는 ‘법적 약탈’에 대한 비판으로 유명하다. 그는 특히 민주주의 다수결 아래 입법이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는커녕 ‘법의 옷을 입은 집단적 약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간섭 받지 않는 시장’을 옹호한 그의 백미는, 대낮에 공짜로 태양빛을 소비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태양빛 차단을 청원했다는 양초업자들 이야기다. 그들 청원이 터무니없다면 해외 경쟁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입법들도 모두 터무니없기는 마찬가지니 이런 입법들을 모두 철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요지다. 그런 법적 약탈이 개인의 자유와 재산에 파괴적인 영향을 줌을 강조한 것이다. 바스티아는 또 “법은 폭력”이라면서 함부로 법을 만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법적 약탈이 만연하면 ‘도덕 감정’조차 약화될 것이라는 통찰이었다. ‘깨어진 유리창’ 우화도 유명하다. 그는 장난꾸러기 소년이 깬 상점의 유리창이 겉보기와 달리 경제적 축복이라고 주장했다. 유리창을 교체하는데 돈을 씀으로써 생산과 고용에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는 얘기다. 관세의 불필요성도 얘기했다. 교역을 어렵게 만드는 ‘도로 위의 진흙’ 같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저자는 “그의 위트 넘치면서도 논리적인 풍자 글들은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자유시장의 의미, 법과 국가의 할 일을 다시 한번 되새기에 해 주는 나침반과 같다”고 말한다.


* 권력에 이용된 평등, 그리고 <동물농장> -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한 마디로 ‘평등은 불가능하다. 특히 집단적 시련을 추구했을 때 가능성은 제로’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늘 술에 취해 일도 안하면서 동물들에게만 힘든 노동을 강요하던 농장 주인 존스를 몰아내고 ‘자유’와 ‘평등’을 기치로 반란에 성공하지만, 힘센 돼지 나폴레옹과 창의적 돼지 스노볼 간 주도권 다툼 끝에 나폴레옹 1인 체제가 구축되면서 동물농장과 예전과 다를 바 없는 곳이 된다. 조지 오웰은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꾸는 것으로 끝날 뿐. 본질적인 사회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다. 밀턴 프리드먼은 <선택할 자유>에서 인격적 평등, 기회의 평등, 결과의 평등을 논하며 “인격적 평등과 기회의 평등을 추진하는 정부의 정책은 자유를 증진시키지만 결과의 평등을 달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자유를 축소시킨다”고 지적했다. 결과의 평등은 명백히 자유와 충돌되며, 이를 촉진시키려는 노력이 정부를 거대화하고 자유를 제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자는 “많은 독재자들이 평등이라는 구호 아래 자유를 제한하며 수탈만 자행하고 있다”며 “수많은 정권이 수호신처럼 떠받든 ‘평등’이라는 아이콘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도구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평등을 오히려 권력감시의 도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 자유의 본질은 ‘선택할 자유’ -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의 의미를 왜곡하는 사람들은 ‘기회의 평등’이나 ‘신분의 평등’이 아닌 ‘결과의 평등’을 주장한다.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다른 사람과 국가권력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권리에서 출발한다. 그 역시 국가권력에 대한 제한이라는 의미로 선택할 자유를 얘기했다. 시장은 선택할 자유를 바탕으로 서로의 교환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해 준다. 이를 확대한 서구는 지난 200년간 자유의 시대를 향유했다. 대한민국의 발전 역시 선택할 자유의 결과다. 프리드먼은 시장경제 체제가 경제적 번영뿐 아니라 경제적 자유와 인간적 자유를 보장하는 체제임을 입증했다.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침해했을 때 부작용이 생기고 처음 제시됐던 명분과 목표와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 개입은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선택할 자유를 포기하고 정부가 개입해 대신 의사결정을 하길 원하기도 한다. 정부 개입의 문제점 중 하나는 그로 인해 소수의 집단이 부당하게 이익을 가져간다는 점이다.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조직화된 그룹에 부당하게 국민혈세가 지원되고 자원이 낭비된다. 정부가 작을수록, 그리고 정부기능이 제한되어야 이런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준다. 개인의 선택할 자유를 부정하고 정부가 대신 결정하는 구조에서 경제는 번영할 수 없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자원이 배분되는 시장이 유일한 대안이다.


조진래 브릿지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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