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권교체기 삼성 강제수사 착수…이례적 행보
尹 당선인, ‘공정 경쟁 저해 행위 엄단’ 누차 강조
몸집 키운 공정거래조사부…“기업 수사 확대“ 우려
재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아서다.
검찰은 이틀 연속 삼성전자와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성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통상적인 수사 절차’라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이지만 재계는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 수사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고발 이후 9개월 간 지지부진 했다. 오해의 소지가 다분함에도 굳이 정권 교체기에 강제수사에 나섰다. 게다가 대기업 수사를 전담하는 공정거래조사부 인력을 대폭 늘린 터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수사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실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이 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공정위의 단순 고발로 끝날 사건을 검찰이 키우자, 재계는 검찰의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정 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대기업을 겨냥한 기획수사의 신호탄이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에서 경영권 승계로…검찰 수사 확대
30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전날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와 성남시 삼성웰스토리 본사에서 2차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틀 연속이다. 검찰은 28일에도 11시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은 회사 서버에 남겨진 사내 급식 운영·위탁과 관련된 디지털 자료를 추가로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임직원들을 불러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가 삼성웰스토리에 대해 부당지원행위를 했다며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공정위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이 개입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주는 한편, 식재료비 마진 등 높은 이익률을 보장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 작업과의 연관성을 의심했지만 결국 입증하지 못했다. 총수 일가가 관여한 정황 등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공정위는 경영권 승계와 연결짓기에 무리가 있다고 보고,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 법인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선에서 마무리 했다.
하지만 검찰은 삼성웰스토리의 지분 구조에 주목했다. 삼성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삼성웰스토리의 배당금은 삼성물산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흘러가게 된다.
사내급식 물량을 몰아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삼성웰스토리는 700~800억원 안팎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삼성물산에 배당한 금액은 2758억원, 이 배당금의 규모가 과도하다는 점에 검찰이 의구심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 적게는 순이익의 60% 가량, 많게는 114%에 달하는 배당금이 삼성물산으로 흘러갔다. 이 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집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을 사들이는 데 쓰였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에 최 전 실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에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공정위 고발에는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다.
검찰은 수사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정위 고발 사건과 시민 단체 고발 사건을 통상의 절차에 따라 계속 수사해 오고 있다”며 “본건 수사와 관련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으나 고발된 혐의에 대해 엄정하고 치우침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기에 강제수사…고강도 사정 우려에 숨죽인 재계
검찰이 삼성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과잉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은 국정농단 재판 과정에서 수사가 진행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과 관련해서도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같은 사안으로 3번째 수사를 벌이는 건 사실상 압박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은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다.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대해 법원이 납득하지 못한 것이다. 법조계 인사는 데일리임팩트에 “삼성물산 합병 의혹 건도 별건 수사 논란이 있었다”면서 ”이미 법적으로 판단이 끝난 사안에 대해 2번, 3번 수사를 강행하는 건 일사부재리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공정위가 제재를 결정했을 당시에도 재계에서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었다. 계열사 간 거래가 경영 효율화의 일환일 수 있음에도 일감 몰아주기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위법 행위는 바로 잡는 게 맞다”면서도 “내부거래가 모두 오너가를 위한 행위라거나 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단언키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안별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지 않았다. 다만 내부에서는 사법리스크가 커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 직원 A씨는 데일리임팩트에 “수년 간 항상 위기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경영이 언제 이뤄졌는지 까마득하다”면서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인데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JY 복귀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재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적지 않다. 검찰의 칼날이 삼성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강제수사에 착수하기 전 인력을 보강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반부패·강력수사2부에서 검사 2명을, 형사 4부·11부·12부·14부에서 검사 1명씩 충원했다. 부장 검사를 포함해 검사만 15명에 달한다. 수시팀도 2개 팀에서 3개 팀으로 개편해 체계를 정비했다. 수사력을 강화한 것은 다른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수사를 뻗칠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 이후 대기업에 대한 사정의 고삐를 쥘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친시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기업과 대척점에 선 궤도를 그려왔다. 정몽구·최태원·이재용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연루된 수사에 참여, 이들의 형 집행을 이끌어냈다. 윤 당선인 본인도 불공정 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선 기간에도 공정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 확대를 주장하며 제재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검찰 또한 윤 당선인의 기조에 맞춰 기업 관련 수사를 본격화할 조짐이다. 이미 공정거래조사부는 대웅제약의 경쟁사 복제약 판매 방해 의혹, 롯데칠성음료의 와인판매 자회사 부당 지원 의혹, 하림 등 5개 기업의 닭고기 가격 담합 의혹, 호반건설의 계열사 신고 누락 등을 수사 리스트에 올렸다.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도 부활이 예고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서울남부지검의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의 정식 직제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은 비직제 조직으로 시세조종 등 금융·증권 범죄에 대응한다.
다만 윤 당선인이 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재계는 관망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윤 당선인은 가장 먼저 경제6단체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경제계와 핫라인에 구축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가 어떤 것인지 많이들 아실 테니 앞으로도 조언해달라”고 했다.
재계에서는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됐다’는 장탄식이 나온다. 일부 인사들은 “기업이 성장하는 게 경제성장이라더니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면서 규제 합리화를 기대했건만, 검찰 수사를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계 인사는 데일리임팩트에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기도 전에 칼날부터 들이대는 꼴이 됐다”며 “배신감이 든다”고 했다. 또다른 경제계 인사는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은 착취하는 대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처벌 만능주의는 민간 경제의 활력도를 떨어뜨릴 뿐, 기업 경영 환경을 개선시키지 못한다”고 했다.
기업법 및 시장경제 전문가들은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관여하던 과거 사례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데일리임팩트에 “확실히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수사는 사실상 경영간섭”이라며 “외환위기와 같은 ‘긴절한 경우’가 아니면 민간기업의 경영활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지적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도 데일리임팩트에 “기업에 대한 수사를 무차별적으로 확대하면 경영 선진화가 이뤄지는 대신 사법리스크를 줄이려 로펌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기업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는 풍토에서는 어떤 기업도 도전적으로 경영활동을 펼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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