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가까이 일자리 창출 등 통한 경제활성화 희망
경영계 “청년 실업, 경직적 고용규제와 강성노조가 원인”
전문가들 “친노조 아닌 친노동 정책 펴야 일자리 늘어나”
차기정부 출범까지 채 두 달이 남지 않았다. 국민들은 이제 저성장 국면을 끝내고 경제가 다시 활성화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경제활성화의 핵심은 바로 일자리다. 문재인정부는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를 내걸고 공을 들였지만 청년들의 취업 사정은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을 대상으로 공공일자리만 늘린 결과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오히려 25%를 넘어섰다.
향후 5년간 국정을 운영할 차기정부는 어떤 일자리 정책을 펴야 할까?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서 중견, 대기업으로 규모를 키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고숙련 인력을 키우고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조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문도 빠지지 않는다. 낡은 노동법을 개선해 고용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국민 대다수 “기업의 성장을 통해 신규고용 창출해야”
차기정부 어깨에 짊어진 최대 임무는 ‘경제활성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지난달 15일 발표한 ‘국민이 바라는 차기정부 경제정책 과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6.7%의 응답자가 '경제활성화'를 차기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정치 개혁(30.1%), 사회 통합(9.7%) 등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핵심은 단연코 일자리였다. 응답자의 28.9%는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일자리 창출을 선택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기업 성장을 통해 신규고용을 창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29.7%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20.2%)도 적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정부의 경제모토인 정부 재정 지출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15.2%에 불과했다.
이러한 반응은 어느정도 예상된 바 있다. 문재인정부 집권 5년간 일자리 사정은 나아지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20·30대 임금 근로 일자리는 총 757만1000개로 3년 전보다 5000개 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60대 이상 일자리가 98만4000개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이는 정부가 노인 대상으로 실시한 단기간 공공일자리를 늘린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민간경제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전일제 환산(FTE) 방식으로 최근 4년간 노동시장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취업자 수는 2860만명(2017년)에서 2651만명(2021년)으로 209만명이나 줄어들었다. FTE는 주 40시간을 일한 사람을 1명으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일주일에 1시간만 일해도 취업한 것으로 보는 일반 고용률의 한계를 보완한 지표다.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자의 ‘머릿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었다는 의미로, 고용상황이 외형적으로는 나아졌으나 질적으로는 후퇴하면서 ‘통계 거품’이 커진 것”이라며 “2017년 이후 취업자 증가가 주로 정부의 단시간 공공 일자리 정책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왜 문재인정부 시기에 청년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았을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달 16일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청년고용 부진 원인을 △경직적 노동시장 구조 △고학력화·임금격차 등으로 인력수급 불일치 △산업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대학교육 △우리 경제의 고용창출력 저하 등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직적 고용규제와 강성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대기업·정규직이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을 누리면서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공형 임금체계가 지배적인데다 임금 연공성도 경쟁국보다 높은 상황에서 정년 60세 의무화를 시행함에 따라 청년고용 부진이 심화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또한 저성장 기조가 굳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서는 과도한 규제와 예측 불가능한 규제가 신설·강화돼 경제의 전반적인 고용창출력이 저하되면서 청년고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전문가들 “민간 기업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해야”
경영계는 민간 기업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경연은 작년 10월 발표한 ‘청년 일자리 정책제언’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5대 정책 방향으로 △대기업 수 증대 △장수기업 육성 △고용경직성 완화 위한 청년 친화 근로법제 구축 △고숙련 일자리 창출 △근로소득으로 자산 형성한 환경 조성 등을 제시했다.
우선 국내 대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해소해 대기업 중심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최근 5년간 주요 국내 대기업은 해외 일자리를 16.8% 줄여온 반면 국내에서는 일자리를 8.5%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우리나라 대기업 수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편이라면서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상법 등 대기업 대상 각종 추가 규제가 늘어나는 시스템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원칙 허용 시스템 도입 등 3대 규제 원칙 정립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선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경연은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처럼 장수기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가업 승계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막대한 조세부담 우려’를 꼽기도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행 최고 50%인 상속세율을 25%로 인하하고 연부연납 기한을 현행 5년에서 10년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신규채용 여력을 늘릴 수 있도록 노동규제를 개선하고 노사 자율적 근로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한경연의 입장이다. 정년연장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청년 고용률 수준(2020년 50.8%, 한국은 42.2%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도달할 때까지 자제하고 정년연장이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뤄질 경우 임금피크제 도입과 임금체계 개편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민간에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주도해서 특정 산업을 키우기보다는 기업들이 자유롭게 투자하도록 관련 규제를 폐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친노조 정책을 버리고 친노동 정책으로 전환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최 원장은 강조했다.
최 원장은 특히 “환경 관련 규제 등 기업이 투자하는데 장애물로 다가오는 기업투자와 노동에 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기업이 투자할 수 있게만 하면 되지 정책자금을 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원장은 "그리하면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관변 기업만 늘어난다"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 정부의 친노조 정책으로 노동경직성과 노동비용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지 못했는데 차기 정부에서는 친노조 정책에서 친노동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노조 기득권을 줄이고 일자리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노동시장이 개방돼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이 경색되면 기업들이 인재를 채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원래 인재 채용은 성장동력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 인재를 채용해도 금방 노조화되어 기업 투쟁을 전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특히 "주 52시간 근무제 등 노동규제가 심하다 보니 기업이 마음껏 채용을 할 수 없다”며 “노동시장 개방 없이는 기업들이 인력을 대규모로 채용하기 어려운만큼 차기 정부에서 일자리를 늘리려면 노동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큰 정부를 지향했던 문재인정부와 반대로 일자리정책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줄이고 민간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노동유연성을 키우고 기업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오 회장은 “문재인정부는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세금을 통해 공공기관 일자리만 늘렸을뿐 기업을 과도하게 압박하면서도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며 “차기 정부는 그것과 반대로 세금을 덜 거두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해 현 정부가 추진했던 것과는 달리 기업을 압박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노동유연성을 키우고 기업투자 환경을 개선하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장도 차기 정부의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고용환경 및 투자환경 개선을 역설했다. 요컨대 기업이 돈을 벌고 해외가 아닌 국내에 재투자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노동이사제 등으로 노동이사의 힘이 강해지면 구조조정과 같은 필요한 조치를 못할 수도 있다"면서 "노조는 기존의 취업한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기 때문에 고용 전체를 키우는 데는 관심이 없는 만큼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후보 시절 광주 스타필드 유치를 강조했던 것처럼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해 고용을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진단했다.
[윤승준 기자 / sjyoon@sky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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