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총 16억원 부과, 지분매각 의무는 없어... SK "필요한 조치 강구"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SK실트론 사건이 위법하다고 결론내리면서 SK와 최태원 회장에게 과징금 16억원(각 8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시정명령이 향후 금지명령으로 나오면서 최 회장이 SK실트론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한 SK는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법적조치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22일 SK실트론 지분취득이 위법했다고 보고 최태원 회장과 SK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8억원씩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우려했던 검찰 고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취득이 위법이라고 판단되면서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가로챘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공정위의 발표 직후 SK는 즉시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SK 관계자는 "지난 15일 전원회의 당시 SK가 SK실트론 잔여지분을 인수하지 않은 것은 '사업기회 제공'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이번 결정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당시 공개경쟁입찰은 해외 기업까지 참여한 가운데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했다고 밝힌 참고인 진술과 관련 증빙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정은 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관계와 법리판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심사보고서에 있는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반복한 것으로 이는 전원회의의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세부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라며 법적 분쟁을 예고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법원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SK가 항소를 제기할 경우 이번 사건은 고등법원으로 넘어간다.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향후 금지명령으로 내리면서 당장 최 회장이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상황은 피했다. 향후 금지명령이란, SK와 최 회장에게 앞으로 이와 비슷한 행위를 금지하겠다는 것으로 지분 정리와는 거리가 멀다.
의무적으로 지분을 정리할 필요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최 회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 29.4%를 총주식스와프(TRS) 방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내년 8월 계약이 종료된다. 이번 공정위 판단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만큼, TRS 계약 연장이나 직접 취득 방식을 취하지 않고 지분을 처분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처분 대상으로는 SK㈜가 유력하다. 외부로부터 경영권 침범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사업기회를 유용하려 지분을 취득한 것이 아니었다는 효과도 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최 회장이 지분 처분을 통해 수익을 거두지 않아야 한다. 최 회장은 2017년 지분 매입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빠져 30% 할인된 금액인 1만2871원(1970만주, 2535억원)에 지분을 사들였다. 공정위는 상증세법에 따를 경우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 가치가 2020년 말 기준 2017년 대비 1967억원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재계에서도 이번 제재가 부당하다며 공정위가 관련 문건을 모두 공개하고 법리적으로 충분히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자유기업원 관계자는 "위법이 되려면 공개입찰로 이뤄진 매입에서 입찰에 참여한 중국기업, 회계법인 등 모든 행위자가 한통속이어야 가능하다"면서 "당시 반도체 및 웨이퍼 산업은 하락 국면으로 불확실성이 존재해 지분 가치가 올라갈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지분 매입을 문제 삼게 되면 대기업집단 소속계열사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투자기회가 사업기회로 간주돼 특수관계인의 투자가 사실상 봉쇄된다"면서 "공정위 주장에는 중대한 맹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배 기자 jbkim@pax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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