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인스는 어떻게 재정을 파탄냈는가'
이 책의 역자인 옥동석 교수는 평소 강력한 재정준칙의 도입이 필요함을 역설해 왔다. 그는 이를 위해 43년 전인 1978년에 출간된 이 책 저자들의 “케인스가 훼손하였던 균형예산의 재정준칙을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원용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영국과 한국이라는 지역적 차이와 40년이라는 시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생생하다.
2차 세계대전 후 1979년 대처의 등장까지 영국은 통치가 불가능한 ‘유럽의 환자’ 신세로 전락했다. 영국은 1945년 이후 케인스식 사회민주주의로 인해 소위 영국병이라고 불리는 고비용·저효율의 경제구조에 신음했다.
강성 노조의 만성적 파업과 방만한 복지로 인한 재정 악화, 비효율적인 공기업 등으로 골병이 든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먹튀 투기자본, 거대 공기업, 국가의 독점행정과 조직된 노동조합 등의 지대 추구세력이 한국의 경제생태계를 교란하고 있으며, 무분별한 포퓰리즘의 남발로 정부 부채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을 기초로 설계되었다. 이는 ILO의 일부 경제학자와 포스트 케인지안들이 주장한 ‘임금주도성장’을 자영업자가 많은 한국에 응용한 한국형 개량 모델이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을 명분으로 행해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는 저성장의 가속화, 실업의 증가, 소득양극화의 확대와 빈곤의 증가를 초래했다.
이를 두고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income-led growth)이라는 정체불명의 이론은 난생 처음 들어본다면서 소득주도빈곤(income-led poverty)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정부 부채 규모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지난 정부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고도 실업자 수는 110만 명을 초과해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빈곤층은 2020년 10월 기준으로 문재인 정부 3년 6개월 동안 55만 명 이상, 전년도에 비교해서는 28만6725명(11.7%) 증가한 272만2043명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시절 재정건전성 마지노선 40%가 깨졌다면서 박근혜 정부의 예산안을 비판한 바 있지만, 집권 후 자신들이 설정한 기준을 스스로 부정하는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여전히 우리나라의 재정건선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지만, 안드레아스 바우어 국제통화기금(IMF) 아태국 부국장보 겸 한국 미션단장이 2021년 4월 13일 언론에서 한국에 “인구 고령화로 (국가)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주문할 정도로 한국의 재정 구조가 국제적 시각에서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확대재정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1987년의 소위 ‘민주화’ 이후에 등장한 문민정부는 대기업 위주의 고도성장기 시대와 다른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정부는 경제성장과 조화로운 사회 질서의 창출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에 더해 ‘촛불’을 통해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 재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해 브레이크 없는 확대 재정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코로나 대응을 명분으로 포퓰리즘적 재정 확대에 골몰하고 있다.
1979년 집권한 대처는 방만한 공기업의 축소, 노동개혁과 함께 재정 적자의 축소를 최우선 순위로 정했다.
이를 통해 영국병을 치료하고 영국의 재건에 성공했다. 이 책의 번역자인 옥동석 교수가 밝히고 있듯이 우리나라는 재정준칙 없는 유일한 OECD 국가이다.
미래의 세대에게 풍요한 유산을 물려주지는 못하더라도 빚더미를 남겨줄 수는 없다. 이 책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재정운영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재정정책을 입안하는 관료들뿐 아니라 연구자와 일반 독자들이 많은 시사점을 얻으리라 믿는다.
김상철 한국재정정책학회 회장·한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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