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업원이 공기업 공사채 부채현황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를 지난 10일 내놓았다. 자유기업원은 공기업 부채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국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기업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무분별한 공사채 발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자유기업원 보고서 내용의 핵심이다.
자유기업원은 7개 공기업을 보고서에서 사례로 제시했다. 금융권에선 그 중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 주목했다. 자유기업원 보고서는 기업은행은 정부 지원을 못 받을 경우 무디스 신용등급이 Aa2에서 Baa2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산업은행의 경우 정부 지원을 못 받으면 무디스 신용등급 Aa2에서 Ba2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금융권 인사들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모두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유기업원은 단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공기업 부채 현황을 보면 총 부채가 많아도 순 부채는 마이너스인 노르웨이를 빼면 한국이 가장 많은 부채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유기업원은 “중앙은행, 국책은행 같은 금융공기업 부채도 1위였고,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치를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非) 금융공기업 부채는 2017년 기준 GDP의 23.5%를 기록하며 33개국 평균(12.8%)을 크게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이는 OECD 33개국 가운데 노르웨이 다음으로 가장 많은 것이다.
자유기업원은 이런 부채는 공사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대출은 담보에 따라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별도로 정해져 있으나 채권은 신용도만 높으면 발행이 쉽다. 공기업들은 이 점을 이용해 공사채를 많이 발행한다. 빚이 자산에 비해 많은 한국석유공사나 부실 자회사를 많이 갖고 있는 산업은행도 높은 국제 신용등급을 받아서 공사채를 발행한다.
공기업이 빚을 갚지 못하게 되면 정부가 대신 갚아줄 것이란 믿음 탓에 낮은 금리 채권이 발행 가능하며 일부 공사채들은 투기등급 수준인데도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덕에 국채만큼 안전한 자산처럼 탈바꿈됐다는 것이 자유기업원의 분석이다.
자유기업원 보고서의 ‘정부지원가능성 여부에 따른 신용등급 변화 추이’를 보면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 지원을 못 받으면 무디스 신용등급이 Aa2에서 Baa2로 떨어지고, 산업은행의 경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 무디스 신용등급이 Aa2에서 Ba2로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손실보전을 받지 않더라도 현재 국제결제은행(BIS)비율이 규제비율 이상 독자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등급은 변동될 수 있어도 은행 경영상 큰 문제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저금리 기조 지속에 따라 자산성장에도 불구하고 순이자마진 하락으로 이자이익 정체가 지속 예상된다”며 “건전성 관리, 경비 효율화를 통한 비용구조 개선 및 글로벌‧비은행 부문 확대 등 이익구조 다변화 전략을 통해 이익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시중은행과는 달리 정부 차원에서 요구되는 주요 구조조정 업무 역할을 전담한다”며 “이로 인해 특정산업 등에 자산이 집중될 수 있는 점, 수익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자금조달구조가 채권 발행 중심인 점 등 국책금융기관의 특성을 고려할 때 정부지원 가능성을 분리해 신용등급을 언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행은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에도 불구, 리스크관리 등을 통해 흑자 시현하는 등 지속적인 흑자시현 및 현금배당을 통해 정부의 재정확충에 기여하고 있다"며 "양호한 당기순이익을 바탕으로 올해는 전년대비 2배 수준의 현금배당으로 정부출자기관중 우수배당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자유기업원은 공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회 동의가 있어야 국가보증을 받을 수 있게끔 국가보증채무에 공사채를 포함시켜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은 거를 수 있게 해야 할 것 △공기업은 은행보다도 더 강력하게 보호를 받는 만큼 은행처럼 자본비율 규제를 적용해야 할 것 △평상시 일반 채권처럼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만 채권발행기관의 재무상태가 심각해지면 투자원금이 자본으로 전환된다거나 원리금 지급의무가 소멸되는 채권자 손실분담형 베일인(Bail-in) 공사채 도입을 고려해 시장의 판단을 받게 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을 제시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은 “공기업은 고유한 업무에 충실한 일을 해야 하는데, 방만한 경영으로 부채가 늘고 있어 문제”라며 “산업, 기업, 수출입은행은 이제 정책기능에서 벗어나 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공기업 직원들의 연봉 문제에 대해선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구기동 전 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신구대 교수)은 “경쟁 금융기관에 비해 낮은 보수를 준다면 일에 대한 능률과 성과가 떨어지면서 더 많은 비용과 손실을 국민 경제에 미치게 된다”며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우수한 운영능력을 가진 운용자가 능력을 발휘하면서 성과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표면적으로 고임금은 고비용처럼 보이지만 실질 운영성과를 보면 현명한 판단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의 경우 수많은 금융기관이 고액의 연봉을 지급하더라도 우수한 인력을 모집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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