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하이에크는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도널드 J. 부드로

자유기업원 / 2021-05-18 / 조회: 8,926       브릿지경제

'정부'가 아닌 '시장'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꿈꾸며


저자는 프레이저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하이에크의 정치경제 이념에 큰 영향을 받은 학자다. 그는 하이에크가 제시했던 가장 핵심적인 정치경제 이념 10가지를 뽑아 적절한 예를 들며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책은 그 동안 케인즈 이론에 과몰입해 우리가 간과했거나 무시했던 소중한 하이에크 경제 이론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하이에크 사상을 잘 정리해 소개한다. 두께도 얇아 집중해 읽으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하지만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의 무게는 남다르다.


* 케인스, 대공황 해법에선 하이에크에 압승 - 근래에 호황과 불황의 원인을 분석했던 대 경제학자 가운데 대표적인 두 사람이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다. 케인스는 경기침체, 심지어 1930년대 대공황과 같은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까지도 대규모 정부 지출로 간단히 치유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반면에 하이에크는 경기침체가 그런 단순한 처방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전대미문의 대공황이 대규모 정부지출이라는 해법으로 해결되었고 이후 40년 동안 케인스는 완전한 승리자였다.


* 시장주의자 하이에크의 반격 - 하이에크는 1944년 <노예의 길>을 출간하면서 반격을 가했다. 그는 “중앙에서 경제를 계획하거나 심지어 경제적 변동의 여파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그들을 노예로 이끈다”고 경고했다. 정부가 경제를 지나치게 계획하고 규제하게 되면 시민들이 획일화되고 그들의 소중한 자유는 박탈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정부의 의도적인 경제 사유화가 경제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법, 입법 그리고 자유>라는 책에서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일련의 규칙(법)을 무시하고 의도적으로 정부가 설계하고 부과하는 규칙과 명령(입법)을 혼동해선 안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 ‘빅 브라더’는 없다 - 저자는 기업과 기업가, 투자자, 노동자 등은 서로 생산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행동하게 된다고 말한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수백만부터 수억 명의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계획이 있어서 이 모든 활동이 생산적으로 결합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체를 위한 ‘중앙화’된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경제라고 하는 보다 큰 결과물은, 하이에크의 말대로, 자생적으로 이뤄진다는 얘기다. 자발적 교환 혹은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에 기반을 둔 시장이 그 해법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 누구나 자기 재산으로 큰 수익을 원하다 - 사유재산 소유자는 모두 최대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자산을 이용하려 한다. 노동력만 가진 개인도 노동의 대가로 가장 큰 보수를 주는 쪽을 택한다. 소비자는 지출에서 최대 만족을 얻으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효율적인 공급자를 선호한다.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효율성이 높아지고 자원이 생산적으로 이용되는 복잡한 패턴이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다. 실제로 모든 기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기에 개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크게 개선할 유용한 기회를 선택할 수 있다. 저자는 ‘재산을 가장 잘 활용하고자 하는 소유주가 따르는 신호가 가격 및 상대가격이다’라고 한 하이에크의 깊은 통찰력을 극찬한다.


* 하이에크의 ‘위대한 사회’ - 저자는 시장경제를 ‘가격이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적 제재가 없고, 개인의 재산권이 보장받으며,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소득을 얻고, 얻은 소득을 사용할 수 있는 폭넓은 자유가 있는 상태’라고 말한다. 가격에 대해선 ‘시장경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지 알려주는 유일하고도 가장 중요한 정보의 원천’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시장경제에서는 각 개인은 어떤 권한을 가진 자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도 자기 자신의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또 그 계획을 어떻게 추구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넓은 영역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한다. 여기서 하이에크는 ‘위대한 사회’를 말한다. 사람을 더 고차원적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각 사람에게 자신만의 개별 계획을 수립하고 추구할 수 있는 최대한의 권한을 주는 사회다.


* 신호등의 역할 - 법의 지배란 심지어 정부 관계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에게 공정하고 평등하게 적용되는 규칙 시스템을 말한다. 공정한 규칙이란 어떤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정되지 않은 규칙이다. 저자는 공정한 규칙이란 사람들로 하여금 대부분이 해롭다고 여기는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도록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다. 정부 공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동일하고 보편적이며 공정한 규칙에 예속될 때 모든 사람은 자신이 선택한 목적을 가능한 한 달성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법의 지배는 가능한 한 많은 개인에게 자유뿐만 아니라 번영을 보장해 주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 진짜 법을 구분하라 - 매일 우리는 의도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방대한 규칙들에 순종하며 살아간다. 훨씬 더 중요한 진화된 법의 실체는 ‘상관습법’이다. 저자는 두 가지 특징을 강조한다. 우선 상관습법은 상인들의 행동에서 자생적으로 진화해 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제항 정부가 없었음에도 많은 사람이 복종했다는 점이다. 미래의 기회는 가치있는 것이기 때문에 상인들은 법을 준수하는 사람이라는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진다. 저자는 “최선의 방법은 법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상인들은 법정의 결정에 따르지 않으면 자신의 평판에 금이 가기 때문에 그 판결에 승복했다. 저자는 “단순히 통상적으로 법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정부의 명령을 법과 혼동해서는 안되며, 입법에 존중을 부여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 노예의 길 - 저자는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가장 잘 보장해주는 시스템은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말한다. 이는 양도 가능한 사유재산권, 계약의 자유, 법치, 그리고 소비자 주권에 기초한 경제 시스템을 의미한다. 자유시장 자본주의 마지막 특징은 모든 소비자가 자신이 적합하다고 판단한대로 돈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소비자 주권은 경제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방향으로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근본적으로 경제적 자유란 소비자의 자유”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자유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이윤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는 기업의 자유 또한 보호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 경쟁자를 보호하지 말라 -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생산자를 시장의 규칙에서 면제시켜 주게 되면 그 보호에 들어가는 총비용이 상승해 심각한 부담이 된다. 하이에크는 “갈수록 많은 사람을 경제적 변화에 따른 부정적 결과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고집스런 약속이야말로 노예의 길로 가는 길을 닦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자는 경제 성장이란 ‘근로자와 자원을 더 이상 수익성이 없는 노후산업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일시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경제적 변화’라고 정의한다. 모든 소득 감소를 막는 것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오히려 성장을 저해해, 경제는 경직되고 정체되며 빈사 상태가 된다고 말한다. 모두를 손실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불가능한 호의’가 결국은 광범위한 빈곤을 가져올 것이란 얘기다.


* 케인스가 몰랐던 한 가지 - ‘총수요’란 한 나라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의 총합을 뜻한다. 케인스는 수요 증가가 개별 기업 성공의 열쇠인 것처럼 총수요의 증가가 전체 경제의 성공의 열쇠라고 판단했다. 경기침체는 총수요가 너무 적어 생기는 것인 만큼, 총수요를 늘리면 경기 침체가 해결된다고 본 것이다. 그리고 최선의 총수요 증대책은 경제 건전성이 회복될 때까지, 즉 완전 고용이 달성될 때까지 정부지출을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케인스가 너무 총수요에 집중함으로써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미시경제적 세세함’을 무시했다고”고 평가한다. 수많은 개별 부분들이 서로 잘 어우러지고 제대로 협력해야 가능하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상대가격’의 패턴은 기업과 기업가에게 어떻게 하면 가능한 최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기에 중요하다고 말한다. 올바른 가격 형성에 대한 이런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경제가 건강하게 운용되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 저금리의 치명적 오류 - 하이에크는 소비재 가격 대비 자본재 가격의 왜곡이 호황과 불황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에크의 관점에서 통화공급량 확대로 가장 위험하게 왜곡되는 가격이 바로 이자율이다.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은 기업가와 기업들로 하여금 지나치게 많이 차입하도록 촉발시킨다. 그래서 생산자들로 하여금 고금리 하에서라면 하지 않았을 보다 장기적인 생산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저자는 이자율이 낮아진 이유는 사람들이 저축을 많이 했기 때문이 아니라, 신규 화폐 발행으로 이자율이 낮아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 장기 프로젝트는 결국 곤경에 처하게 된다. 모든 신규 화폐가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고루 확산되기 전까지는 경제에 주입된 신규 화폐 때문에 상대가격 패턴이 왜곡될 수 밖에 없다. 인위적으로 낮아진 이자율을 포함해 왜곡된 상대가격이 소비자들의 수요 및 자원 공급의 실제 패턴과 맞지 않는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사람들을 호도한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 인플레이션의 저주 -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가장 일반적인 원인은 통화 공급 증가다. 신규 화폐 공급을 줄여 막을 수 있지만 통화 공급 통제권이 정부에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정부가 창조한 신규 화폐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통화 공급 확대는 기업가나 투자자들이 과잉설비 리스크 등을 늦게 발견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율은 더욱 빨라져 통화당국은 통화 팽창 속도를 한층 더 높일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정부가 인플레이션율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되면 임금이 인플레이션율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노동자들의 불안감이 더 커져 이들은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질수록 비효율적 자원배분이 심각해지고 경제 실적은 나빠진다. 때문에 하이에크는 통화를 발행하고 통화공급을 통제하는 업무에서 정부를 완전히 배제하는 ‘통화의 민영화’을 주장하기 까지 했다.


* 국가는 가정이 아니다 - 우리는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이웃 등 ‘소규모 집단’은 물론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로 이뤄진 ‘대규모 집단’과 매일 어울린다. 현대사회에서 번영을 이루려면 무수히 많은 낯선 사람들과 거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소규모 집단은 자원을 이 사람에게서 저 사람에게 재분배한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부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반면 대규모 집단에서는 재분배가 미칠 모든 영향을 추적할 수 없다. 저자는 “복잡한 환경에서 소득을 재분배하려는 시도는 많은 부정적 피드백 루프들을 촉발시키고 생산 장치를 틀어지게 해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으로 빈곤층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던 재분배 정책은 이들의 경제적 복리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소규모 집단의 규범을 대규모 집단에 적용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꼈다”면서 “그렇지만 다행히도 지난 2~3세기 동안 모두 이를 피해왔다”고 안도한다.


* 이념은 결과를 낳는다 - 마르크스와 스티글리츠는 좌파와 우파를 대표하는 경제학자들이지만 ‘순전히 이념처럼 비물질적이고 주관적이며 관찰할 수 없고 수량화할 수도 없는 것은 사회를 움직이는 데 아무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생각에는 일치했다. 저자는 “20세기 경제학자 가운데 하이에크만큼 옳은 이념을 많이 추구한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 그는 호황과 불황에 대한 선구적 연구에서부터 가격의 역할과 시장경쟁의 본질에 대한 연구를 거쳐 인간행동을 안내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자유롭고 책임감 있는 개인들의 사회에 대한 주장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하이에크의 저서는 20세기말 미국에서 자유시장을 더 신봉하게 된 지침이자 영감의 원천이었다”며 “하이에크의 자유와 자유시장에 대한 주장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또 거듭해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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