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무방류’ 가동 석포제련소… 낙동강 수질 위해 기술혁신

자유기업원 / 2021-05-24 / 조회: 9,650       국민일보

이달부터 ‘방류수 없는 공장’ 변신

물·대기오염 차단 등 ESG경영 실현


-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중금속 오염지하수의 외부침출을 막는 시설 공사가 결국 봉화군의 허가를 받았다. 어떤 시설인가?


“봉화군이 늦게나마 시설공사를 위한 하천점용허가를 내줘 다행이다. 이 시설은 무방류 시스템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수질개선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수질오염 제로(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염지하수 차집 설비는 하천과 공장 사이의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된다. 공사가 끝나면 하천은 정상 복원된다. 18개월간 봉화군의 꼼꼼한 점검에 따라 3차례 설계를 변경하며 보완했다. 시설 설계안과 설치 지점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에 보고됐고, 협의회에 출석한 전문가가 권고한 내용도 충분히 반영했다."


경북 영풍 석포제련소가 5월부터 ‘방류수 없는 공장’으로 본격 변신을 시작했다. 전 세계 제련소 최초로 도입한 무(無)방류 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동안 환경단체들이 주장해온 ‘낙동강 오염원’이라는 누명을 벗고 장기적으로 하천 건강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석포제련소는 그동안 생산공정에 사용한 물을 배출 허용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정수처리한 뒤 방류해 왔다. 그럼에도 침전조 세척수가 공장 내 부지에 유출돼 두 차례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이에 행정소송으로 대응하면서 환경논란에 휘말려 왔다.


영풍측은 무방류 공정을 비롯해 지하수 오염 차단, 대기오염 배출 설비 개선 등이 이루어지면 보다 실효성 있는 환경혁신이 가능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석포제련소 박영민 소장은 “낙동강 수질 오염 제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무방류시스템 도입은 강의 건강한 생태성 회복뿐만 아니라 물의 재이용과 취수량 저감이라는 제조업 혁신 사례의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조업장이 채택한 증발·농축식 무방류 공정은 중화 전처리 과정에서 발생되는칼슘이나 마그네슘 등 이온물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압력을 낮춰 물의 끓는점을 섭씨 70~80도 수준까지 낮추기 때문에 황산칼슘 등이 2수석고(CaSo4, 2H2O)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수석고 황산칼슘은 벽에 쉽게 달라붙어 점검 및 유지보수 주기가 짧아 그만큼 관리비용이 높아진다.


반면 영풍의 무방류 시스템은 오히려 압력을 증가시켜 증발기(evaporator) 온도를 섭씨 100~110도까지 높이기 때문에 황산칼슘(CaSO4)이 무수석고 형태로 남는다. 무수석고 황산칼슘은 벽에 달라붙지 않고 결정체가 돼 공정을 통해 충분히 수집, 정제되는 이점이 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이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지만 영풍처럼 증발기 방식이 아니라 높은 압력을 가해 용액으로부터 순수한 용매가 빠져 나오게 하는 역삼투 방식(R/O)을 쓰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경우, 공정 사용수에 칼슘의 비중이 있기 때문에 멤브레인 필터에 석고 스케일이 생성되어 그 수명이 짧고 또한 운영비가 높아지는 우려가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 석포제련소의 무방류시스템 도입에는 320억원이 들었고 연간 90억원 가량이 운영비로 소요된다.


무방류 방식이지만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해서 곧바로 무방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다른 공장설비들처럼 무방류시스템도 가동 초기 일정기간 동안 ‘안정화’ ‘최적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석포제련소는 이를 감안해 2년여 전 무방류시스템 설치 인·허가를 받을 때 공정사용수의 처리를 ‘정수처리 후 방류 50%, 무방류시스템 처리 50%’로 신고했다. 효율을 점점 높이면서 방류량을 줄여가다 ‘완전 무방류’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석포제련소는 6개월 이상의 안정화 시기를 거쳐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무방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석포제련소의 무방류시스템 도입과 성공은 다른 대기업 제조공장으로 확산될 기폭제가 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NG 발전소에 무방류시스템 설치계획을 확정했다.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인천에서 운영하는 쓰레기매립장과 경남 고성 하이화력발전소도 무방류 설비를 도입 중이다.


영풍이 전격 도입한 무방류시스템은 최근 산업계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분야에서 혁신을 이루어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과도 밀접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곽은경 자유기업원 기업문화실장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ESG를 유사 규제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석포제련소의 경우에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환경 문제를 치유한다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이강인 (주)영풍 대표

“청정지역 배출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시설 운영할 것”


첨단 무방류 시스템을 가동하는 영풍 이강인(사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보다 더 친환경적인 제련소가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무방류 시스템 가동 후에도 ‘완전 무방류’를 실현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스위치를 올리자마자 100% 효율을 내는 공장설비는 없다. 무방류 시스템도 최적화 과정이 필요하다. 무방류가 실현되면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설비 인·허가를 받을 때 무방류와 방류량을 50:50으로 신고한 것도 이러한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석포제련소의 통합 환경관리 재인가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오랫동안 환경 이슈가 제기된 만큼 환경단체들의 부정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청정지역 배출기준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스스로 지키려 노력해왔다. 최근 수천억원을 들여 환경개선사업도 벌이고 있다. 가동중인 공장 재인가는 환경당국이 공장 시설의 규모와 성격, 입주 지역 등을 충분히 살핀 후 적합한 기준을 마련해 허가를 내도록 돼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믿는다.


-환경단체가 반대하는 중금속 오염지하수의 외부침출을 막는 시설 공사가 결국 봉화군의 허가를 받았다. 어떤 시설인가.


“봉화군이 늦게 나마 시설 공사를 위한 하천점용허가를 내줘 다행이다. 이 시설은 무방류 시스템과 함께 낙동강 상류의 수질개선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수질오염 제로(0)’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염지하수 차집 설비는 하천과 공장 사이의 지하 깊숙한 곳에 설치된다. 공사가 끝나면 하천은 정상 복원된다. 18개월 간 봉화군의 꼼꼼한 점검에 따라 3차례 설계를 변경하며 보완했다. 시설 설계안과 설치 지점에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이 참여하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에 보고됐고, 협의회에 출석한 전문가가 권고한 내용도 충분히 반영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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