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 검사 미비해 생긴 통계 오류
백신·치료제 확보 뚜렷한 성과 없이 국민일상 통제지속
“취약계층 방역강화, 나머지엔 자유로운 활동 보장해야”
오늘 0시를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의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 무조건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현재 방식으로는 방역과 경제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수차례에 걸쳐 고강도 거리두기 실시·해제를 되풀이하는 방식으론 국민적 피로감과 경제 피해만 키울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에 지금이라도 방역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꿔 취약층 위주로 방역역량을 집중하고 나머지는 일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동시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백신·치료제 확보 성과 없이 국민일상 통제만…“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Worldometer)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3만733명이다. 유럽 주요국인 영국(약 151만명), 프랑스(약 214만명), 이탈리아(약 141만명) 등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얼핏 보면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처럼 보여 우리 정부는 '방역대책의 성과’라며 자화자찬해왔다.
그런데 통계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K-방역’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리나라 코로나 검사자 수는 주요국에 비해 크게 낮다. 총 검사자 수가 300만명에도 못 미친다. 인구 절반 이상에 대해 코로나 검사를 마친 주요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숫자다.
인구 10만명 당 검사자 수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보다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 당 코로나 검사자 수는 5만6718명에 불과하다. 미국(약 54만명), 영국(약 59만명) 등의 10분의 1 수준이다. '코로나19 종식’ 선언을 했던 중국(약 11만명)에도 못 미치는 숫자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 코로나 확진자 수가 적은 이유가 검사자 수가 적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유증상자 수가 적어 검사자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반박의견이 있지만 절대적인 검사자 수가 많지 않음에도 방역성과를 강조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도 방역대책 실효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대목이다. 모더나,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협상 진행 중”이라는 말 외에 별다른 소식을 전하지 못하고 있다. 협상대상과 규모는 물론 협상 진행정도 조차 명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사실상 백신확보 물량이 '제로(0)’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은 이미 백신 선구매를 완료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모더나 백신’ 1억회분 공급 계약을 맺었고 4억회분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일본도 5000만회분을 확보했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EU, 미국, 일본 등이 각각 3억회분, 1억회분, 1억2000만회분 공급받기로 했다.
다수 전문가들은 코로나 검사확대, 백신확보 등 기본적인 대응조차 하지 않은 채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 국민의 행동만 제약하는 것은 효과적인 대응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방역효과가 떨어질 뿐 아니라 개인의 자유 침해, 경제 피해 등의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학계 한 전문가는 “정말 코로나를 차단하고 싶다면 실외가 아니라 실내 마스크 미착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하는데 행정명령 내용을 살펴보면 실외 미착용 기준이 더 엄격하다”며 “서로 대화하며 음식 등을 나눠먹는 공간에서 마스크 미착용이 허용되는 대책이 무슨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겸임교수는 “코로나 대응과정에서 백신 확보가 시급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백신확보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경기가 나빠지면 쿠폰을 지급해 소비와 관광을 독려하고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등 같은 일만 되풀이하며 국가적 역량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겁만 주는 '위선’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진짜 무서워하는 것도 바로 끝이 안보이는 공포다”고 덧붙였다.
“비합리적 방역대책 지양…개인활동 보장, 기업지원 등으로 경제·일자리 지켜야”
정부의 코로나 방역대책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심화되면서 여론 안팎에선 방역대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현재의 코로나 방역대책은 효과가 떨어지고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도 강도 높은 수준의 코로나 방역을 실시하지 못할 바에는 코로나에 취약한 고령층에 방역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비교적 젊은 세대들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코로나 검사를 확대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비합리적인 수준의 활동제약은 지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정호 겸임교수는 “엄격한 수준의 방역이 어렵다면 코로나 방역을 고령층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코로나 감염에 따른 사망률이 높은 고령층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보호대책을 마련함과 동시에 60대 미만 세대에 대해선 개인의 자유를 억합하는 과도한 조치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장은 “코로나 검사를 확대하고 백신·치료제 확보에 만전을 기울이는 동시에 방역역량을 노인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로 대다수 인구에 대한 정상적인 활동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합리적이지 않은 방역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위축시켜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든다”며 “개개인이 방역을 잘 할 수 있도록 안내하되 사회 전체를 제약하려는 조치는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위기에 따른 지원역량을 기업과 각 산업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공·여행 등의 분야에 코로나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기업이 다수 존재한 만큼 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 동력을 가져오는 기업이 붕괴되면 코로나로 인한 피해보다 더욱 큰 피해가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원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간 우리나라는 다소 표퓰리즘적으로 지원역량을 소모한 느낌이 있다”며 “선별적인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기업을 도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어서 코로나 충격을 기업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데 어려운 기업을 우선적으로 돕는 게 일자리를 지키고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며 “여행·항공업계 등 유례없는 피해를 입은 산업과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역량을 투입해 '이스타항공 사태’와 같은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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